복음 사색

성소

by Paul posted Apr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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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간 솔이랑 헤어져 부산에 다녀오다. 관구장이 부탁한 주제 ‘성소’를 이야기한다 함은 자신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잘 소화되고 정리되었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고백록이 될 것이다.  얼마 전 MB가 자서전이랍시고 되도 않은 책을 내었는데, 사람들은 자서전이 아니라 참회록을 써야한다고 비아냥댄 적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자서전은 누구에게나 고백록 내지는 참회록이 될 것 같다.  젊은 시절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으며 페이지마다 어렵게 토로된 진실에 크게 위안을 받은 기억이 난다.  그 정도의 참회록을 쓰려면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고 겪었던 수많은 일들이 하나로 녹아들고 통합되어 큰 그림을 그린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은 그 정도로 성숙하지 못했으므로 부끄러운 일은 언급을 피하여 자화자찬이 되기 십상이다.  


The Healing Time   Pesha Gertler


Finally on my way to yes

I bump into

all the places

where I said no

to my life

all the untended wounds

the red and purple scars

those hieroglyphs of pain

carved into my skin, my bones,

those coded messages

that send me down

the wrong street

again and again

where I find them

the old wounds

the old misdirections

and I lift them

one by one

close to my heart

and I say  holy

       holy.


화해의 시간


마침내 나의 삶을 받아들이고 수긍하게 되다

지나온 삶을 거부하는 동안 온갖 것에 다 부딪혀 

입었던 울긋불긋한 상처들, 살갗과 뼈에 상형문자로

각인된 고통과 거듭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한 메시지들

이제 그들 오래된 상처와 방황 하나 하나를 가슴에 새기며

불러본다. 소중하고 거룩하다고.


사람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글로 써 보기 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자서전을 쓸 필요는 있다.  자신의 삶에 끼어든 원치도 않던 수많은 일들이 소중하고 거룩한 것으로 변모되는데 는 긴 고뇌의 시간이 필요하다.  요한복음이 다른 복음과는 전혀 그 차원이 다른 예수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던 것도 사후 60년이라는 긴 숙성의 시간 때문 아니겠는가!


박태원 가브리엘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