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일어나 이제껏 살아오며 인연을 맺은 분들 중에 먼저 세상을 떠난 분들을 한분씩 기억하며 차분히 위령미사를 드리다. 나이가 들며 변하는 것 중의 하나는 가연(佳緣) 중심이던 기억이 이제는 악연(惡緣)이 되었던 분들 위주가 되는 점이다.
품이 넉넉해져서인가 그 쪽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더 불쌍히 여길 줄 알게 된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모드가 되는 것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의 취지(趣旨)도 그 경지가 되어서야 비로소 본인도 과거의 상처에서 회복되고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의 탓도 아니야!” 하느님의 손에서 직접 받는 인연(因緣)에선 탓이 있으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