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라 이런 정도의 어려움은 예상하고 있었다. 아침에 미사후 강제적으로 몸을 혹사하여 산책을 하고 오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를 듣는데 묘하게도 영화 out of africa 외에 로마의 내 방과 호주 멜버른 수도원에서의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무런 순서 없이 지나가는 듯 하지만 각 장면과 후속장면에는 기실 연결고리가 있다.
로마 총본부의 내 방 casa venti quatro(24호)에서 독서를 하는 내 모습, 멜버른 수도원의 넓은 잔디밭과 붉은 포도주, 저 멀리 동이 터 올때의 광경이 비슷하다. 어떤 이는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음과 음사이의 공간이 창조하는 침묵을 듣는 것이라 했지. 그 침묵을 배경으로 출몰하는 이미지를 보는 것도 한 몫 아니겠나!
오늘 복음은 성모님이 숨은 주인공인 가나의 혼인잔치 이야기다. 바이론이 간략하게 핵심을 이야기 했듯이 이 이야기는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을 붉히더라” 이다. 아담이 알몸으로 야훼 앞에 서듯이, 피조물은 그렇게 창조주를 만난다. 그리고 그 만남은 자신의 본성을 되찾게 한다. 물이 포도주로 변화하듯 성모님도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신다. 오늘은 희망의 어머니를 자주 바라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