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22.04.03 19:18

(年年世世花相似)

조회 수 30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드디어 내 방 창문까지 뻗은 목련나무 가지에 흰 꽃이 달리다. 목련(木蓮) 나무에 핀 연꽃이라!

계곡물이 흐르는 골짜기마다 진달래가 꽃망울 터트렸다.

 

 

​늙어가는 길 윤 석구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쉽습니다.

 

년년세세화상사(年年世世花相似)

세세년년인부동(世世年年人不同)

 

연년세세 꽃은 같아도

세세연년 사람은 같지 않아라

 

유정지의 말장난 같은 이 구절이 올 봄,나름 의미심장하게 된 것도 돌아보면 늙어가는 길을 내려가면서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8 Leonardo Cohen의 Brokenness 후박나무 2022.06.08 451
197 오월의 마지막 날! 후박나무 2022.05.31 236
196 '의식(意識)이 의식(意識)을 의식(意識)하는 것이 명상(瞑想)이다'. 1 후박나무 2022.05.19 243
195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 후박나무 2022.05.14 368
194 음악 듣는 날! 후박나무 2022.05.13 276
193 꽃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 후박나무 2022.04.30 669
192 Fr. Bonaventure Moccia died on 18 April this year. 후박나무 2022.04.27 303
191 감추이며 동시에 드러나게 하는, 마치 안개와도 같이...일컬어 신비! 후박나무 2022.04.25 232
190 Memoria Passionis(고난의 기억) 후박나무 2022.04.16 311
189 낙화 후박나무 2022.04.12 184
» (年年世世花相似) 후박나무 2022.04.03 304
187 "텅 비어 있으면.." 후박나무 2022.03.24 283
186 '몽실언니' 후박나무 2022.03.22 235
185 무엇을, 어떻게? 후박나무 2022.03.10 250
184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 후박나무 2022.03.01 413
183 통고의 성모의 가브리엘 돌로라따 축일! 후박나무 2022.02.27 252
182 영원한 오늘, 지금! 후박나무 2022.02.17 263
181 해석틀 후박나무 2022.02.16 209
180 불리움 후박나무 2022.02.06 246
179 시집살이 후박나무 2022.02.05 22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3 Nex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