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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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27

 

Larry 수사님이 메일을 보내셨다.

 

Fr. Bonaventure Moccia died on 18 April this year. A good friend from many years ago. I am certain that you will remember him.

1925. 9. 4 ~ 2022, 4. 18. pm 7

 

보나벤뚜라 신부님이 돌아가셨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인 보나벤뚜라 신부님은 로마 본원에서 영어권 수도자나 손님 접대를 담당하였었다. 내가 로마에 머무는 동안 항상 친절한 할아버지로서 독수리가 제 새끼를 보호하듯이 날개를 펴서 나를 덮어주셨다.

 

한번은 지독한 로마의 여름을 피해 로마의 서쪽 아드리아 해로 피서를 갔었다. 그곳에서 모기에 물려 풍토병에 걸린걸. 모르고 시름시름 앓던 나를 전문의와 약속을 하고 진찰을 받게 한 분도 보나벤투라 신부님이셨다. 내가 로마를 떠난 후 얼마 안 되어 본국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고, 2001년 안식 년차 미국에 머물 때 동부 코네티컷 주의 어느 수도원에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버지니아에서 출발하여 종일 운전하여 신부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던 것이 마지막이다.

 

먼 극동아시아의 한국에서 온 고난회 수도자가 도로도 풍광도 모든 것이 낯선 이국땅에서 10시간 넘게 운전하여 당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에 보나벤뚜라 신부님은 일종의 충격과도 같은 감동을 받으신 듯 하셨다. 보나벤뚜라 신부님만 아니라 그후 방문하게된 뉴욕관구 플로리다에서 만났던 연로한 형제들도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이제는 대부분의 만남을 마지막인양 여겨야 할 때가 왔다.

 

부활체험후 세월이 지나면서 허파에 바람이 들어 “불쌍하여 불렸다” 는 성소의 대전제를 망각하고 분수없이 살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게 된다. 구원의 보편성에 치중하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기가 섣던 지반을 무너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80~ 90이 다 된 할아버지 수도자들은 아마도 이런 위기를 겪고 2번째 부르심을 들으셨던 분들일 것 같다.

 

아브람이 길을 떠날 때의 나이는 75세였다. 나에게도 때가 온 것 같다. 두 번째 출가는 첫 번째 출가에서 통찰했던 진리를 보다 더 넓어진 체험과 환경, 세상속에서 긍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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