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도 말복도..

by 후박나무 posted Aug 1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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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도 말복도 지나니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부는 게 야훼 하느님도 저녁을 드신 후에 산책을 하고 싶으신 계절이 다가온다. 동이 트기 전부터 기세 좋게 울어대던 매미소리도 한 풀 꺾였다.

 

이제는 마치 무엇에 주눅이 든 것처럼 소리를 내지르지 못하고 안으로 수렴하는 것 같다. 바쇼는 텅 비어 껍질만 남은 매미허물을 노래했지만, 수명을 다하고 땅에 떨어진 참매미의 시신도 껍질밖에 없는 듯 가볍디 가벼웁다. 그러고 보면 소유물을 줄이는 무소유도 필요하지만 몸에도 반납할 것이 많다.

 

세월은 이렇듯 또 한 번의 여름을 겪고 소리 없이 흘러만 간다. 그 흐름 속에 어떤 기억은 유실되거나 사장되고, 어떤 기억은 추억이 되어 같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