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21.12.03 09:06

대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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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30

 

엊그제 대림 첫 주간 월요일에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라” 는 말씀대로 한 숨도 못자고 밤을 새웠다. 이유야 많겠지만 그냥 하느님의 손에서 직접 받으련다. 어제는 일찍 잠자리에 들면서 마음 한편에는 오늘도 잠이 안와 뜬 둔으로 밤을 새우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뭉게뭉게 피어났다. 문제는 어느 생각에 시간을 더 주는가. 이다. 다행히 긍정적인 면에 시간을 더 주었는지 아침 5시 반까지 잘 자고 일어나다. 이런 날이면 베르나노스의 “어느 시골본당 신부의 일기” 결말처럼, 모든 게 은총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나이 되도록 살아본 사람은 인생에 는 wu-wen처럼 봄날만 있는 게 아니며 비오는 날도 있음을 여실히 통감한다. 그것을 다 겪고 이렇게 시를 쓸 수 있던 시인의 마음자리가 부러워 이 시를 좋아한다.

 

Ten thousand flowers in spring

 

by Wu-Men

 

Ten thousand flowers in spring, the moon in autumn,

a cool breeze in summer, snow in winter.

If your mind isn’t clouded by unnecessary things,

this is the best season of your life.

 

만산홍엽(滿山紅葉)의 만추(晩秋)를 마감하고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내린다. 기상청은 이 비가 눈으로 바뀔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방에 앉아 있으니 가을 비 내리는 소리가 자꾸 나를 불러내 오전에만 두 번 부러 우산을 쓰고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걷고 들어오다. 걸으면서, 누가 아랴만, 그리 길지는 않으리라는 여생을 어디에 쓸까를 생각해보다. 아마 대부분의 시간은 현 수준의 몸을 유지하는데 쓰이겠지만…….

 

“나는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뵐 것이다“. 라는 말씀에 매료되어 하느님을 보고 싶어서, 알고 싶어서 수도회에 입회하여 살아왔다.

 

다행히 수도회 입회 전에 영원한 생명은 바로 그것을 직선적으로 추구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런 깨우침이 바탕에 있었기에, 8년 전 젊은 의사로부터 파킨슨이란 진단을 받았을 때 살며시 웃음 지을 수 있었다. “나는 왜 하필이면 내가 아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자기중심성이란 감옥에서 한 번도 진정 탈출해본적이 없는 이들은 그들의 자기중심성에서 병을 바라본다. “하필이면 왜 내가?” 빅터 프랭클은“진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에 무엇을 기대하느냐가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배워야 했고,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했다. 우리는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기를 멈추고, 대신 자신이 삶으로부터 끊임없이 질문을 받는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의 대답은 말과 사고가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처신이어야 했다.”

 

그렇다. 삶의 의미란 고통 받고 죽어가는 모든 것들을 두 팔 벌려 껴안는 것이다. “헤쳐 나가야 할 고통이 얼마나 많은가!” 고통에 등을 돌리지 않고 하나의 과업으로 받아들이면, 그 속에 성취할 기회가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제 자신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알게 됐으니 어떠한 ‘방식’에도 참고 견딜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성공을 목표로 삼지 말라. 성공이란 행복과 마찬가지로 추구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훌륭하고 보람 있는 일에 헌신함으로써, 혹은 자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얻어지는 의도되지 않은 부산물일 뿐이다.”

 

수사신부로서 일반적인 직무수행(관구장, 참사위원, 유기서원장으로 양성위원, 수도원 원장, 명상의 집 원장, 피정지도자, 신학대학 영성신학 강사등) 이외에 이제껏 해왔던 주요한 일은 수도회에 관련된 문헌의 번역과 개인적인 저널기록이다. 신학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4복음서가 전하는 예수의 고난 등은 공신력 있는 분도 출판사에서, 창립자의 전기나 고난회 성인전 등은 우리 수도회가 직접 출판한 반면 개인적인 저널 형식으로 수도생활을 기록한 글들은, 그 글을 접한 교우들이 자비로 출판을 해 주셨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20살에 읽었던 나로서는 일찌감치 그런 부류의 고백록을 쓸 것은 애초 포기했었다. 그만큼 나 자신에게 진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토머스 머튼의 칠층 산에서 보듯이, 하루 중에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의미 있는 일을 종합한 일 기류의 저널을 쓰기 시작한 것이 세월이 흘러 상당한 부피의 문헌이 되다. 여러 교우들의 정성과 이바지로 지금껏 “강물 속으로 강은 흐르고”, “성서사적저널”, “복음사색-3권” 그리고 이번 달에 출판될 “일일시호일이 있다”

 

뚜렷한 목표를 지니고 한 일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또 다른 적절한 사람이 없어 수도회 공식문서의 번역이나, 필요한 문헌, 성인전, 신학서적등을 번역하다보니 7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하느님을 볼 수 있는 혜안은 이런 잡다한 일의 수행을 통해 열리나보다. 어떤 삶이든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속에서 삶은 의미를 드러낸다. 특별히 하느님을 보는 프로그램이나 수련에 참가해서가 아니라…….

 

2021. 12. 2

 

지역의료보험에서 실시하는 2년마다의 건강검진을 한 결과가 기대와 그리 다르지 않다. 이것도 ‘믿는 대로 되어서’ 인가! 대사증후군의 시작이란다. 기존의 파킨슨 약에 혈압강하제와 고지혈증 약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몸 상태는 그리 많이 호전되지 않는다. 일상의 생활에 가장 낯설고도 불편한 것이 소위 ‘정신이 혼미한 것이다“. 이것도 받아들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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