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성에 살았던 설도가 전부 4수로 된 춘망사(春望詞)를 지었는데, 그에 앞서 두보는 전란으로 천하를 주유하며 고향을 그리는 춘망을 짓다.
春望(춘망) 봄을 맞아
杜甫(두보, 712~770)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국파산하재 성춘초목심)
나라는 망해도 산천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자연의 질서대로 봄이 오고 초목은 푸르러 간다
感時花濺淚 恨別鳥驚心(감시화천루 한별조경심)
시절이 슬퍼서 꽃 만 봐도 눈물이고 이별이 한스러워 새를 봐도 놀라네
烽火連三月 家書抵萬金(봉화연삼월 가서저만금)
봉화불은 석달을 계속 타오르니 집에서 온 편지는 만금이 싸도다
白頭搔更短 渾欲不勝簪(백두소갱단 혼욕불승잠)
흰 머리카락 긁다보니 더욱 짧아져 이제 정말 비녀조차 버겁네
미국소설 테스에 비슷한 통찰이 있다. 나에게 하늘이 무너질 만큼 큰 일이 닥쳤는데도 세상은 아무 일도 알어나지 않은 듯 잘도 흘러갈때의 무력감이나 소외감! 사람은 그즈음 부터 철이든다. 이렇듯 사람은 인간사(人間事)와는 무심한듯 흘러가는 자연의 리듬에 고리를 걸어 역사를 역는다. 이렇게 인간의 삶과는 무심한 듯 흘러가는 세월에 자신의 삶을 역기 위해서는 새로운 태도, 비젼이 필요하다. 스스로에게 사로잡혀있는 자기중심적 태도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첫 걸음은 포신이정(抱神以靜)의 자세다.
고요히 사물을 바라보아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 누구나 지금여기에서 벌어지는 잔치에 초대를 받지만, 그것을 진정 즐기고 누리는 사람은 포신이정을 훈련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