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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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도 이제 내일이면 끝이다. 우리들의 냉장고 파먹기도 오늘이 마지막^^ 루카복음 8장 4절부터 18절까지 는 그 유명 한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다.

 

이 비유는 공관복음에 (마태 13 :3-23 ; 마르코 4:3-25) 모두 나오는 유일한 비유이다. 병행 구절들을 보면 이 비유는 갈릴리 바닷가에서 선포되었으며(마태 13 :1-3;마르코 4: 1. 2), 또한 이때 예수님은 씨 뿌리는 자의 비유뿐만 아니라 저절로 자라는 씨의 비유(마르코 4:26-29), 가라지 비유(마태 13 :24-30), 겨자씨 비유(마태오13:31. 32; 마르코 4: 30-32), 누룩 비유(마르코 13:33-35 ; 마르코 4:33.34), 감추어진 보물 비유(마태 13 :44), 값진 진주 비유(마 태13 :45,46), 그물과 물고기 비유(마태 13:47-50), 집 주인 비유(마태 13:51-53) 등 매우 다양한 비유를 집중적으로 선포하셨다.

 

그러나 루카는 이러한 비유들 가운데 대표적 비유라 할 수 있는 씨 뿌리는 자의 비유만을 소개한다. 이 비유는 공관복음서 모두에 기록될 만큼 의미심장한 비유이다.

 

 

 

이 비유의 key word는 씨앗이며, 그 씨앗은 씨앗을 뿌리는 사람과 동일하여, 씨앗은 열매를 맺고 열매는 곡물, 빵이 되어 주어진다.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에서 포도는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와동일한 논리로 포도와 포도주는 씨앗과 열매가 되고 포도주가된다. 곡물이 빵이(주의 몸이) 되어 주어지듯 포도는 포도주(주의 피가) 가 되어 주어진다. 그리고 최후의 만찬석상에서 예수는이 둘을 하나로 묶는 성체성사를 거행한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언행일치(言行一致)를 중시해왔다. 말하기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자신이 하는 말대로 행동하기는 쉬운 일이아니다. 동양에서는 이 조건을 채운 사람을 군자(君子) 라 했다. 군자는 성인(聖人) 으로서 백성들의 소리를 잘 듣고 사리 분별하여 공평하게 드러내는 사람이다. 여기서 잠시 라틴의 격언 “행위는 존재를 따른다. (Agere sequitur Esse.”) 를 생각해보자. 말씀이 사람이 되었다는 요한복음의 프로로그는 예수의 말과 행동은 그것이 육화된 그의 존재자체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자 신앙고백이다.

 

복잡한 신학개념과 논쟁을 잠시 한편에 밀어두고 먼저 바이런이 받았던 시험문제와 그의 답안을 본 후 마산교구장 배주교님이 권했던 시를 읽어보자! 시인들이 성체성사라든가 영성체의 의미를 훨씬 더 농밀(濃密)하게 육화(肉化)하여 보여주는 듯. 

#물을 포도주로 바꾼 예수님의 기적에 대해 논하라

바이런의 답안: “물이 그 주인을 만나니 얼굴을 붉히더라”

 

이스탄불의 어린 사제

詩 박노해

폭설이 쏟아져 내리는 이스탄불 밤거리에서

커다란 구두 통을 멘 아이를 만났다

야곱은 집도 나라도 말글도 빼앗긴 채

하카리에서 강제이주당한 쿠르드 소년이었다

오늘은 눈 때문에 일도 공치고 밥도 굶었다며

진눈깨비 쏟아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작은 어깨를 으쓱한다

나는 선 채로 젖은 구두를 닦은 뒤

뭐가 젤 먹고 싶냐고 물었다

야곱은 전구알같이 커진 눈으로

한참을 쳐다보더니 빅맥, 빅맥이요!

눈부신 맥도날드 유리창을 가리킨다

 

학교도 못 가고 날마다 이 거리를 헤매면서

유리창 밖에서 얼마나 빅맥이 먹고 싶었을까

나는 처음으로 맥도날드 자동문 안으로 들어섰다

야곱은 커다란 햄버거를 굶주린 사자새끼처럼

덥썩 물어 삼키다 말고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담배를 물었다

세입쯤 먹었을까

야곱은 남은 햄버거를 슬쩍 감추더니

다 먹었다며 그만 나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창밖에는 흰 눈을 머리에 쓴

대여섯 살 소녀와 아이들이 유리에 바짝 붙어

뚫어져라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야곱은 앞으로 만날 때마다

아홉 번 공짜로 구두를 닦아주겠다며

까만 새끼손가락을 걸며 환하게 웃더니

아이들을 데리고 길 건너 골목길로 뛰어들어갔다

 

아, 나는 그만 보고 말았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몰래 남긴 햄버거를

손으로 떼어 어린 동생들에게

한입 한입 넣어주는 야곱의 모습을

 

이스탄불의 풍요와 여행자들의 낭만이 흐르는

눈 내리는 까페 거리의 어둑한 뒷골목에서

나라 뺏긴 쿠르드의 눈물과 가난과

의지와 희망을 영성체처럼

한입 한입 떼어 지성스레 넣어주는

쿠르드의 어린 사제 야곱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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