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벌써 대림 3주 째다. 주일미사를 집전하면서부터 부쩍 사람들의 미사지향에 관심이 간다. 아무래도 주일미사에 참석하는 사람이 많으니 지향도 많을 수밖에 없다. 젊은 신부 때는 하느님이 이미 다 아신다고 하면서 지향을 읽지 않았는데 요즈음은 미사를 신청하는 이들의 마음이 헤아려져 꼭 읽게 된다. 우리의 바람이 입술에 오르기도 전에 다 아시는 하느님이시니, 지향을 읽는 것은 하느님께 알려드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약한 인간을 위해서이다.
크게 주제별로 나눈다면 본인이나 가족, 친지, 어떻게 인연이 닿아 알게 된 사람들의 입신양명, 무병장수, 소원성취, 자손번창등의 염원이 지향이 된다.
보왕삼매론은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로 시작하지만 그런 수도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사회생활을 하며 복잡하게 얽혀 사는 교우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또 이런 바램들이 나쁜 것도 아니다. 일념으로 무언가를 바라다보면 어느덧 그 동기도 정화되어 청정한 지향이 되는 것도 낯선 일은 아니다.
무병장수, 소원성취, 입신양명이란 말로 구하는 궁극의 것은 하느님 자신일 것이다. 십자가의 성. 바오로는 살아가면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하느님의 손에서 직접 받으라고 하셨다. 날씨 때문에, 누구때문에가 아니라 그 모든 일의 배후에는 하느님이 계심을 믿으라는 권고이다. 이런 맥락에서 또 다른 보속의 행위를 할 필요가 없이, 삶에서 오는 고난만이라도 잘 받으면 충분하다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