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해 첫날을 숙면을 취하고 맑은 마음으로 맞았으면 하는 바람대로 11시경에 잠이 든 것 같은데 자그마치 4시 반까지 잤다. 일 년에 몇 번 있는 고마운 경우다. 미사 후에 잠도 많이 자고해서, 심기일전하여 우이령 쪽으로 반시간 산책을 하다. 요즈음은 오르기가 벅차 내리막부터 시작했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소리는 들리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 빨강머리 딱따구리 일 텐데…….
오늘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다. 굳이 신학적으로 따지자면 예수의 신성을 강조하여 천주의 어머니 중에서 액센트는 천주에 실린다. THEO TOKOS.
그런 지루한 논쟁보다는 이 코너의 이름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에 더 의미가 있다. 그것도 원전인 선사의 이야기보다는 요한 23세가 하셨다는 말씀이 더...새 해를 맞이한 요한 23세 교황님은 일기에 그렇게 쓰셨단다. 올해로 나는 몇 세가 된다. 내가 올해를 넘길 수 있을까? 그러고는 곧바로 다음 문장을 쓰셨다. 아무러면 어떤가, 매일이 태어나기에도 죽기에도 좋은 날이 아닌가!
오늘 미사 전에 감실앞에 앉아 스스로에게 이 물음을 던져본다. “정녕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는 말씀을 십자가에 달려서, 십자가에 달린 이로부터 들어 믿지만 요한 23세 교황님처럼 흔쾌히 나오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