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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크레센시아 (서울 )

 

"오늘은 수호천사 기념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수호천사 한 뿐씩을 보내 주셨다고 하죠. 그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서 …"  평화방송 라디오 채널에서 진행자의 멘트가 흘러나온다. '이런 날도 있었구나'  진행자의 설명이 끝나자 이제야 내 천사를 영접한 듯 든든함과 안정된 공기가 나를 감싼다.

 

그런데, 그 옛날 내 과거에, 그 결정적인 순간에 천사는 나를 지켜 주었던가? 그때는 없었고 지금은 생겼나. 수호천사가?

냉기와 온기가 교차되는 두뇌의 회로. 그리고 출구를 찾지 못하는 이 먹먹한 느낌적인 느낌.

 

천주교 재단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나는 친가와 외가를 통틀어 최초의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같은 반이었던 뒷집 애가 교리반 신청란에 내 번호를 적어 넣는 바람에, 그냥 종교가 생겨 버렸다. 그리고 난 뿌리가 없는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종교를 갖게 되었지만 책임을 다하고 싶었기에 성당에서 단체 활동과 봉사도 하고 성경공부도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비좁고 옹졸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추상적인 신부님의 강론, 수녀님이 감동하는 주님의 말씀은 현실에서 괴리감과 배신으로 돌아왔다. 종교는 짐처럼 느껴졌고 나를 구속하는 것만 같았다.

 

한번은 `나의 무겁고 힘든 십자가 좀 가져 가셨으면 좋겠다` 라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날 밤 꿈에 누군가 커다란 나무 십자가를 나에게 건네는 것이 아닌가. 헐. 벗어날 수 없다는 확신과 함께 다가온 그때의 가벼운 절망감이란..

 

하느님이 주신 자유의지로 세상의 즐거움을 선택했던 나는 그 즐거움 이면의 허망함을 물씬 맛본 후에 십자가 지신 예수님을 바라 보았다. 욕심을 부리다 몸에도 아픈 곳이 생기고 마음에도 결핍이 생겼을 때 고통 속의 예수님을 보았다. 다행히도 그 순간 닫힌 신앙의 문을 열어 주시는 신부님을 만나게 되었고 `다네이 글방`을 통해 하느님을 향한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면서 믿음의 씨앗을 심는 중이다.

 

드디어 신앙의 `ㅅ`을 쓰고 있는 나. 그 뿌리가 탄탄하고 깊게 자라기를 소망한다. 이제 머리로 출구를 찾지 않고 그 어떤 순간에도 나를 놓치지 않으셨던 하느님을 기억해 내려 한다.

 

나의 자유의지는 이미 정해진 그 분께로 향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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