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네이 글방

다네이 글방 회원들의 글을 올리는 게시판입니다.
2019.09.03 14:10

길 잃은 내 마음

조회 수 27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최 소화데레사 (서울)

 

마음이 온통 산란하다.

마치 꽃봉오리만 봐도 설레던 사춘기 때와 같다.

안정감 없는 마음은 오갈 데가 없어 지금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동경만을 쌓아 놓는다.

 

발이 묶인 것 같은 갑갑함은 어디라도 떠나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일으킨다.

어느 날 문득 찾아든 이 갑갑함과 산란한 마음을 왜 부여잡고 놓지 못하고 있을까?

곱씹어 생각해본다. 딱히 무엇이다 할 만한 이유가 없다.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읽어낼 시간도, 힘도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힘이 쭉 빠진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집안 꼴은 정말 너저분하여 당장이라도 엉덩이 들고 일어나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온몸은 꼼짝을 하지 않는다. 내 시간을 쓰고자 할 때 정말 내 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는 힘이 없다.

 

그동안 나는 일에 묶여서 혹은 어떤 관계에 속해서 분주하게 오고 갔을 뿐,

나를 성장시키는 핵심이 없었던 것 같아 속앓이를 한다.

기대치와 욕심은 불어터져 뚝뚝 끊어지는 국수 가락처럼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버린다.

어제의 하루와 오늘의 하루가 그다지 다르지 않는데,

요즘 내 마음은 길을 잃었고 사춘기 아이마냥 자유로움만을 원하고 있다.

 

갱년기(更年期)는 다시 살아내는 삶을 준비하는 시기라고 했던가?

삶을 되돌아보고, 늙어가는 이전과 다른 내 몸 상태를 들여다보면서

얼마간 남아 있을지도 모르는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며 무게감 있고 책임감 있게 살아가야 할 시기일 텐데...

나는 늙음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그저 놀고먹는 것을 즐거워하는 단순 행복감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싶다.

 

중년의 무게감이 몸에 스며들어 향기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새털처럼 가벼운 몸짓들만 남아 있는 것 같아 새삼 혼란스럽다.

길 잃은 마음은 언제쯤 길을 찾을 런지.

돌아왔으면 좋겠다. 단단하고 유쾌한 나의 마음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 행복을 가져오는 발 mulgogi 2018.01.15 292
89 할머니의 위대한 사랑 mulgogi 2019.05.19 257
88 하느님의 은총이 제 안에 mulgogi 2019.06.16 248
87 피정길에서 만난 사람들 mulgogi 2019.06.30 313
86 편함을 반납하며 mulgogi 2018.04.23 280
85 친구 용희에게 mulgogi 2018.01.01 304
84 책을 읽다 file mulgogi 2018.05.21 310
83 지하철에서 만난 하느님 mulgogi 2019.06.10 241
82 저희가 무엇이기에 file mulgogi 2019.05.26 253
81 잊지 못할 수녀님 mulgogi 2018.03.26 341
80 옜다 mulgogi 2018.06.25 282
79 예수님과 함께 걷다 file mulgogi 2019.09.17 387
78 영혼의 순례길 mulgogi 2019.10.06 303
77 영혼의 거울에 비춰진 심미안 mulgogi 2018.04.04 345
76 여 정 mulgogi 2018.02.05 288
75 엄마에게 가는 길 mulgogi 2019.08.04 258
74 엄마, 나의 어머니 mulgogi 2019.07.29 307
73 어떤 바람막이 mulgogi 2018.05.07 241
72 애들아 도롱뇽 이야기 해 줄게 mulgogi 2019.08.18 242
71 아니오라고 말 할 수 있는가?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mulgogi 2017.12.11 31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