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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8 21:32

밥 비비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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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세실리아 (부산)

 

늦게 도착한 통영 작은집!

미륵산 끝자락 아무도 없는 집에 도착하니

들리는 건 바람이 밀고밀어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는

그들만의 겨울 채비로 들리고,

고양이들의 야옹거림도 정겹게 들렸다.

 

아침이 되니 멀리서 첫닭 우는 소리는 더욱 정겨워

선잠에도 머리는 맑음표다.

창 쪽을 보니 희뿌여니 유리문에 밀착된 작은 물방울!

밤 새 소리 없이 내려앉은 이른 서리들의 흔적이

산 공기를 끌어 찹찹하게 상쾌한 새벽을 알려주었다.

기지개 속에서 몸과 마음을 정리하고 빈속을 채우려 냉장고 문을 여니,

작은 유리그릇에 초고추장이 조금 남아있다.

지난번 멍게 철에 왔을 때 식초가 없어 매실 청에 유자 액기스 만으로 만든 초고추장은

부드러운 맛으로 과민성인 내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아

그 날 이후 마음 놓고 초고추장을 먹게 되었다.

 

오늘은 별 수 없이 따끈한 우엉차물을 국 삼아 먹기로 하고

몇 잎의 상추를 손으로 뜯어 넣고 남은 초고추장을 부어 비비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 사각∼ 사각∼ 삭∼삭∼사∼!

아 - 이 순수한 자연의 소리는?

밥 비벼지는 소리다!

지난 세월동안 그 많은 소음과 함께 분주했던 날들은 밥의 소리도 내면의 소리도,

열지 못한 마음속에 묻혀 오늘까이 왔는데,

정적이 도는 조용한 시간에 들려오는 밥 비벼지는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가슴 언저리를 더듬어 본다.

내면의 소리도 이처럼 순수하게 들을 수 있는 순간을 기대하며

성호를 한번 더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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