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네이 글방

다네이 글방 회원들의 글을 올리는 게시판입니다.
2018.06.25 09:14

옜다

조회 수 2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박승미 보나(서울 글방)

 

날은 많이 따뜻해 졌지만 ‘미세먼지 나쁨’이라는

날씨 앱을 보고나니 아침부터 기분도 뿌옇습니다.

그래도 지인들과 명동성당 성지 미사에 가기로 한 약속이 있어 기대가 됩니다.

부지런히 준비해서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라 명동은 아직 조용하고 오랜만에 오니

성당 입구도 변하여 천천히 둘러보며 조금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미사에는 노인 분들과 내 또래의 자매님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담한 지하 성당에 생각보다 많은 신자들이 함께 했습니다.

 

음정은 흔들리지만 열심히 부르는 장애인 자매님의 성가 소리,

신부님의 진지한 전례 말씀, 간간히 들리는 기침소리,

다른 때 같으면 거슬렸을 휴대폰의 진동소리까지

왠지 오늘 이 곳에서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돌아오는 길.

어느 새 맑게 갠 하늘, 기분 좋게 한 정거장 전에 내려 걷고 있는데

열 발작쯤 앞에서 폐지를 싣고 가던 아저씨의 수레가 쓰러지고

마침 지나가던 다른 아저씨가 도와주고 계셨습니다.

나는 ‘다행이다’고 생각하며 지나치면서

나도 거들 걸 하는 후회가 밀려 왔지만 돌아가기에는 쑥스러움이 컸습니다.

 

그렇게 땅을 보며 걷고 있는데 내 옆을 지나가는

남학생의 풀린 신발 끈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금방이라고 밟고 넘어질 것만 같은데

휴대폰을 보느라 모르는 것 같아서 팔을 건드려 알려주었습니다.

학생이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하고는

끈 매는 것을 본 뒤 계속 걷다가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하느님께서 너무 계산하지 말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라고

‘옜다’ 하며 주신 기회였을까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0 사진말-소복 file mulgogi 2018.04.16 200
89 사진말-세월호 file mulgogi 2018.06.10 203
88 사진말-별마당 file mulgogi 2018.05.03 208
87 사진말-지리산에서 file mulgogi 2018.05.13 212
86 사진말-요지부동 file mulgogi 2018.02.04 214
85 사진말-노을 file mulgogi 2018.01.06 218
84 낯선 발 mulgogi 2018.02.26 219
83 사진 말-바위이신 하느님 file mulgogi 2018.02.16 223
82 사진말-길사람 file mulgogi 2018.01.19 224
81 사진말-거리에서 file mulgogi 2018.01.11 226
80 사진말-뒷모습 file mulgogi 2018.05.25 226
79 사진말-새벽 달 file mulgogi 2018.02.22 228
78 사진말-매화 file mulgogi 2018.03.29 228
77 사진말-마음의 고요 file mulgogi 2018.04.28 230
76 다시 글쓰기다 file mulgogi 2019.05.11 240
75 사진말-벚나무 file mulgogi 2018.04.05 241
74 또 다른 지영이 전하는 위로 mulgogi 2018.04.30 241
73 어떤 바람막이 mulgogi 2018.05.07 241
72 지하철에서 만난 하느님 mulgogi 2019.06.10 241
71 나를 살아있게 하는 사람들 mulgogi 2018.06.04 24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