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5주간 수요일

by 언제나 posted Apr 1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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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오랜 과거로부터 오늘날까지 수많은 학자(신학자, 철학자, 과학자)들이 진리를 찾기 위해 힘을 쏟았지만, 공통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하이데거는 인간이 진리(고대 그리스어로 Aletheia는 ‘은폐되지 않은 것, 드러나 있는 것이란 뜻)를 구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머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빛 아래 서서 존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존재가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존재 앞에서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다니엘 예언서의 세 젊은이 곧 사드락, 메삭, 아벳 느고는 그들 나름대로 진리를 깨달았기에 그 진리로 인해 임금의 압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임금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들이 믿고 있는 <하느님만을 섬기겠다.>는 고백을 하고 기꺼이 죽음의 불가마에 사지가 묶인 채 던져집니다. 그런데 그들이 <주님께서 자신들을 구해내실 것이다.>(다3,17참조)고 간절히 믿었던 그대로 불가마 위에서 주님을 찬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참으로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들이었음을 증명해 보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는 유대인들에게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Jn8,31.32)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예수님께서 <내 말 안에 머무르면>이라는 의미는 단지 말씀을 듣고 이해하는 것 보다 인격적인 차원에서 말씀이신 그분의 인격과 존재와 친밀한 일치와 합일을 이룰 때 비로소 참된 제자가 되고, 그분의 사람이 되리라는 것입니다. 이런 스승과 참된 제자간의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가노라면, ‘진리이신 하느님의 말씀’과 ‘진리이신 하느님’을 온전히 만나게 되고 진리이신 하느님께 몰입하고 투신할 때, 비로소 땅에 속한 모든 에고로 인한 거짓과 오류에서 깨어나 참 자유를 누릴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으로 저는 알아듣습니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이며, 그 말씀이신 예수님 또한 진리이며 그 분의 제자가 될 때 우리는 충만한 생명으로 넘쳐나며, 이 진리와 생명이 바로 우리의 자유의 힘이며 원천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스스로 오신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세상에 보내셨기에 오신 것입니다.(8,42참조) 파견되신 까닭이란 바로 세상의 모든 사람이 길이신 당신을 통하여 진리이신 아버지를 만나서 진리를 깨닫고 충만한 생명을 누리며 살아감으로서 그 어떤 것에도 억매이지 않는 참 자유를 누리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사순시기 복음환호성 후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