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1.16 08:02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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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가 자주 쓰는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은 요즘에는 주로 연애와 결혼 혹 사업과 취업의 관점에서 많이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나 봅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라는 속담은 십벌지목(十伐之木)이라는 중국의 한자 성어에서 유래했다고도 합니다. 아무튼 이 속담은 <계속 인내심을 갖고 하다보면 안 되는 일이 없다.>, 혹은 <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뜻을 이룰 수 있다.>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속담을 오늘 복음에 견주어 봐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니라고 느껴집니다.

 

오늘 복음(Lk18,1~18)에 보면,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18,2) 조금은 거만한 재판관도 <올바른 판결>을 내려 달라고 찾아와서 자신을 귀찮게 졸라대는 과부의 <끈기와 인내심>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재판관이 판결을 차일피일 미룬 것은 다른 쪽의 사람에게서 어떤 향응이나 물질적 금품을 수수했는지 아니면 그렇지 아니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밤낮으로 졸라대는 그 과부의 집요한 간청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과부는 어느 누구에게서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었기에 다만 자신의 온 몸과 마음을 던져 끈질기게 매달린 것은 <그 재판관의 올바른 판결>에 투신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치 한 방울씩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뚫고, 부드럽게 흐르는 물이 모난 돌을 깎아 둥글게 만드는 것처럼 영적인 일, 기도도 역시 그렇게 집요하고 지속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간절히 하느님께 간청한다면 들어 허락받지 못할 기도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의 과부는 기도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귀감이 되는 사람입니다.

 

기도란 단순히 자신의 억울함과 아쉬움을 하늘에 호소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기 살을 깎듯이 처절하고 절절한 몸과 마음으로 하늘을 감동시키는 일입니다. 가난한 과부는 스스로 한 방물의 물이 되어 전혀 마음이나 생각을 바꾸려고 들지 않은 무심하고 냉정한 재판관의 마음을 끈기 있게 매달려 애원하고 간청함으로써 자신의 뜻을 성취하게 된 것입니다. 이와 같지는 않지만 기도하는 영혼도 이 과부와 같은 심정으로 하느님께 집요하고 항구하게 매달려 간청할 때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어찌 마음을 바꾸시지 않겠습니까? 지성이며 감천이라는 표현도 오늘 복음에 썩 잘 어울리는 속담이라고 생각됩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뜻으로 무슨 일에든 정성을 다하면 어려운 일도 순조롭게 풀리어 좋은 결과를 맺는다는 말이고 흔히 일상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그러나 모든 기도가 다 하늘에 가서, 하느님의 마음에 닿아 하느님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서 늘 하늘의 소리를 듣고 하늘의 뜻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기도가 하늘에 닿고 하늘의 응답을 듣기 마련입니다. 물론 기도한다고 해서 하느님께서 아니 베풀어 주실 것을 베푸시는 게임을 하시는 분은 아니시지만 믿음으로 눈물 흘리며 간절하게 끈질기게 애원하는 사람의 간청에는 마음을 움직이실지 누가 알겠습니까? 10번에 걸친 아브라함의 요구에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을 거두시려 했고, 이집트의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의 눈물로 울부짖는 기도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셨던 하느님은 분명 <지성이면 감천이다.>는 속담처럼 감동을 받아 마음을 움직이시고 뜻을 바꿔 들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지난 5년 전 광주로 소임지가 바뀌면서, 광주 일곡동 수도원에서 새롭게 시작한 사도직이  바로 <토요 묵주기도회>입니다. 이젠 제 자리를 잡아 많은 분들이 매주 토요일 함께 모여 100단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이 기도회에 꾸준히 참석해서 봉사하는 자매는 물론 많은 분들이 100단 기도의 능력과 기도의 은총을 충분히 체험하고 있다고 체험담을 제게 들려줍니다. 지금은 담당하는 형제가 부재중에만 토요묵주기도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함께 기도할 기회에, 저의 기도를 필요로 한 분들의 지향을 성모님께 바치는 제 마음은 마치 야뽁강에서 하느님과 씨름을 했던 야곱의 심정과도 같습니다.(창32,24~25) 그 씨름은 단지 그 자신의 운명만이 아니라 그의 후손에게도 영향을 미친 절대 절명의 씨름이었고, 이 씨름에서 야곱은 비록 환도 뼈를 다치는 고통과 아픔을 감수해야 했지만 끈질기게 집요하게 하느님께 축복을 내려 주실 것을 간청한 덕분에 그가 원하던 축복을 받게 되었잖아요. 물론 그는 도중에 포기해 버릴 수도 있었지만 어쩌면 이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기에 축복을 받았던 것처럼 저도 그런 마음으로 기도를 바칩니다.

 

이렇게 야곱의 심정으로 기도하다보면 하느님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고, 이런 기도의 시간을 통해서 저의 기도를 통해서 제게 기도를 부탁한 분들의 기도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지만, 설사 그 청함이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면 하느님의 뜻을 기꺼이 받아드리렵니다. 청하는 바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기도를 바치면서 하느님의 뜻을 알고 하느님의 뜻으로 마음을 바꾸어 나가면서 오히려 마음을 비워, 그 비워진 마음에 하늘을 품고, 하느님의 뜻을 품고 있다면 그런 제 마음을 하느님께서 보시고 제 청원이 이루어 지지 않을까 싶네요. 특히 이런 마음으로 지난 11월 1일부터 9일까지 공동체와 함께 <위령을 위한 9일기도>를 바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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