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9.04 07:34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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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들어 저는 병원과 한의원을 자주 찾고 있습니다. 특히 순환기과, 정형외과와 통증학과, 이비인후과, 치과, 안과 심지어 추석 이후엔 재활의학과와 비뇨기과를 찾아 진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마치 제가 종합병원이 된 듯싶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의 시몬의 장모가 앓았던 열병이란 어떤 병이었을까 의문이 들어 의학 사전을 찾아보니, 열병이란 몸에서 열이 높이 오르면서 앓는 질병으로 심하면 두통과 식욕부진이 동반한다고 되어있군요. ‘헬렌 켈레’ 라는 분은 두 살 때 열병을 앓아 눈과 귀가 먹고 말을 못하는 불구자가 되었다고 하군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세상 살다보면 신체적인 원인에서든지 아니면 정신적인 이유에서든 열병으로 쓰러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몬의 장모는 자기 집에 손님이 왔는데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열병 때문에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우리는 왜 그녀가 열병을 앓게 되었는지 잘 모릅니다. 또한 베드로의 동료들이 베드로의 장모의 아픈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서 장모의 치유를 예수님께 부탁했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식사를 해 줄 사람이 없었기에 그녀의 치료를 부탁했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앓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의도에서 베드로의 동료들이 예수님께 베드로의 장모의 병을 낫게 해주십사고 부탁했는지는 제쳐놓고, 그 여인은 자신이 해야 할 바를 다하지 못하고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세상에 어떤 존재도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돕고 싶어도 도울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베드로의 장모는 사랑받고 사랑해야할 인간이 사랑하지 못하는 우리 모두를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아무튼 자신이 해야 할 바를 다하지 못하고,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도울 수 없을 만큼 앓아누워 있는 그녀에게 주님께서는 <가까이 가시어>(Lk4,39) 그녀의 아픔을 함께 하시며 그 열병에서 벗어나도록 일으켜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이 모든 일은 단지 베드로의 장모에게만이 아니라 지금도 어떤 이유에서 열병을 앓고 있는지 모르는 모든 사람에게 대한 예수님의 자비심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의 시선을 사로잡은 단어는 바로, 열병을 앓고 있던 베드로의 장모가 자리에서 <즉시 일어나 시중을 들었다.>고 전해 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시중을 들었다.>는 의미는 <예수님의 손>이 부인에게 봉사했던 것처럼 부인의 손도 <봉사하는 손이 되었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답니다. <시중들다.>는 말은 희랍어로 자주 듣는 표현인 <Diaconia>, 라틴어로는 <Servire)>이며, 영어로는 Service라고 합니다. 이 동사의 본래의 의미는 <노예가 되다. 종노릇하다. 종살이하다. 섬기다. 봉사하다....>라는 다양한 뜻을 갖고 있습니다. 흔히 <손님은 왕이다.>는 표현에는 가장 근본적인 섬김의 자세로 모시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며 이것이 진정한 봉사자의 자세인 것입니다. 그런데 고객이 그 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는 경우는 이런 참된 봉사자의 진정한 자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봉사한다는 것이 아주 작은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세상의 모든 불행은 봉사의 아름다움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봉사하려고 하지 않고 봉사를 받으려고만 하는 데에서 미움이 생기고, 상처를 받고, 불목이 일어나고, 싸움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장모의 열병을 낫게 치유해 주시고, 낫게 된 그 부인이 시중을 들었다는 사실은 그 치료 보다 그 치료의 과정과 결과에서 드러난 <섬김과 봉사>가 갖는 삶의 중요성을 주님께서 일깨워 주셨음을 깨닫게 될 때 새로운 시선으로 이 복음이 우리의 삶으로 다가 오리라 봅니다. 참으로 하찮은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인생에서 이처럼 참된 섬김 받고, 섬기는 몸짓에서 잃어버렸던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아주신 것입니다. 사실 복음 선포의 핵심은 <섬김>입니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습니다.> (마르코 10, 45)

인간이 가장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은 <봉사하는 인간>, <섬기는 사람>이듯이, 교회의 가장 거룩하고 은혜로운 모습은 <봉사하는 교회>,< 섬기는 교회>입니다. <섬김>은 <겸손>과 같은 윤리적인 교훈이 아니라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본질적인 실천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이루신 기적 가운데 가장 위대한 기적은 이기주의에서 이타주의로 , 섬김을 받으려는 삶에서 섬기는 삶으로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그러기에 참된 신앙은 예수님처럼 죽기까지 스스로를 낮추고 비우고 섬기는데 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복음에서 열병으로 앓고 있는 시몬의 장모는 바로 우리 자신의 ‘옛(=과거) 모습’이고, 열병에서 낫고 일어나서 타인에게 섬기고 봉사하는 부인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실천해야 하는 우리 ‘현재의 모습’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에게 베푸신 예수님의 깊은 섬김이며, 섬김을 받은 우리가 섬김을 통해서 살아가도록 이끄시는 은혜이며 은총입니다. <즉시 일어나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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