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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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1,18)

대림 시기는 대림 제1주일부터 12월 16일까지와 12월 17일 이후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2월 17일부터 ‘대림 감사송’이 바뀌며, 복음 내용도 구체적으로 족보와 요셉 그리고 즈카르야에게 발현하고 나타난 천사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금껏 탄생 예고를 들었던 세 분 중에 요셉과 마리아는 그 예고를 믿고 수용하지만, 오늘 복음에 등장한 즈카르야는 믿지 못했습니다. 그는 왜 믿지 못했을까요. 그의 나이가 요셉과 마리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많았기에 그랬던 것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까요? 즈카르야는 분명 훌륭한 신앙의 가문에서 성장한 신앙이 깊은 사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천사가 들려주는 아내 엘리사벳의 임신 소식을 처음엔 믿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그는 자기 삶의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우리 부부는 젊었을 때도 아이를 갖지 못했고, 더욱 출산능력을 잃은 지 오래된 노인인데, 무슨 그런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할까? 지나가는 개도 웃을 것이오.’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이며 자연스런 반응이라고 느껴집니다. 다만 신앙적인 응답이라기 보다 인간적인 판단에 따른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즈카르야처럼 인간적인 앎과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경계해야 하며, 하느님 섭리의 관점에서 우리 자신과 우리가 직면할 일을 바라보고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함을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어린아이들은 상대적으로 나이 드신 분들보다 사람들도 잘 따르고 사람들의 말도 잘 믿으며, 특별히 자신이 좋아하는 부모의 능력도 잘 믿는 것은 사실이라고 봅니다. 물론 나이 드신 분들도 어린아이와 다른 면에서 더 잘 믿기도 합니다. 특히 가짜 뉴스! 제 주변에도 나이 드셔서 그런지 판단력이 많이 떨어지신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런데 천사의 말을 믿지 못함은 즈카르야가 단지 늙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그 넘어’의 신비, 성령의 활동과 활력을 믿지 못했던 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즈카르야는 즉각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넘어선 그 신비스런 신앙의 영역을 체험해 보지 못했기에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1,18)라고 의문을 제기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천사 또한 즈카르야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보라. 때가 되면 이루어질 내 말을 믿지 않았으니, 이 일이 일어나는 날까지 너는 벙어리가 되어 말을 못하게 될 것이다.”(1,20)라고 단언합니다. 여기서 천사가 언급한 ‘벙어리가 되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이는 즈카르야가 ‘천사의 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그에게 벌을 주신 것일까요, 아니면 다른 의도를 포함하고 있을까요? 

이에 대한 해답은, 요한이 태어나자 “아기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하겠느냐고 즈카리야에게 손짓으로 묻습니다. 즈카르야는 글 쓰는 판을 달라고 하여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 그 때에 즈가리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1,62~64) 는 표현에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즈가리야가 ‘벙어리가 되었다.’는 것은 가브리엘 천사가 전하는 하느님의 놀라운 일 곧 기쁜 소식을 전하였는데도 자신 안에 이루실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듣고도 의심만 했지,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자신들을 통해서 일하시는 하느님께 영광을 돌려 드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즈가리야가 하느님께 찬미드릴 수 있는 말은 단순히 마리아와 요셉처럼 신앙으로 ‘네’라고 응답하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였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즈카리야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적인 판단이나 관점이 아니라 오히려 저와 제 아내는 나이가 많지만, 당신께서 하시고자 하신다면 그렇게 될 것입니다, 라고 믿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역시도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않고 상상할 수도 없는 놀라운 일을 하느님께서 하시기를 원하신다면, 즈카리야의 태도를 교훈으로 삼아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우리가 하느님의 놀라운 은총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은총을 믿지 못한다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벙어리로 만들기보다는 우리의 불신앙이 바로 우리를 영적 벙어리가 되게 하리라 봅니다. 하느님께서 하신 놀라운 일과 그 은총에 감사하며 찬미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께 대한 우리의 가장 올바른 태도이며 자세임을 잊지 않도록 합시다. 

오늘 복음 끝에, 즈카르야가 아닌 그의 아내 “엘리사벳은 다섯 달 동안 숨어 지내며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사람들 사이에서 겪어야 했던 치욕을 없애 주시려고 주님께서 굽어보시어 나에게 이 일을 해 주셨구나.”(1,24~25)라는 고백을 들으면서 다섯 달 동안 숨어 지낸 그녀와 벙어리가 된 즈카리야의 모습이 교차 되어 다가옵니다. 아울러 그녀의 고백이 바로 그의 남편인 즈카리야에게 요구되는 찬미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복음을 통해서 우리가 배우는 점은 바로 매 순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드러내 주시는 놀라운 일을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는” (1,64) 소리 이외에는 다른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매일 처음으로 입을 열 때마다 즉시 하느님을 찬미하는 말로 하루를 시작하도록 합시다. 제가 1971년 대신학교에 입학했을 때, 저학년들은 공동 침실에서 생활했습니다. 기상 종이 울리면 당번이 먼저 ‘주님을 찬양합니다 Laudate Dominum’이라고 선창하면, 다 함께 소리를 모아. ‘주님께 감사합니다! Deo Gratias ’하고 합창하면서 기상하였습니다. 이제 새삼스럽게 그때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살아납니다. 그땐 왜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는지, 그 시작을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다시금 깨닫습니다. 여러분도 매일 아침 기상할 때마다, 하루의 첫 순간 ‘주님을 찬양하고 주님께 감사합니다.’하며,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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