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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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마음을 무디게 하지 말고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도록 합시다. 저는 현재 안성에 소재하고 있는 요양병원에서 원목 신부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놓여 계신 분들 가까이 머물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매인 것을 풀고 떠나가신 분들은 아마도 광명의 터널을 지나가시겠지만, 풀지 못하고 떠나가신 분들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가는 게 아닐지 상상해 봅니다. 제 부모님 돌아가신 지가 20년이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저에게는 풀지 못한 숙제, 곧 형제들 사이에 불화와 갈등을 화해시키지 못한 숙제가 있습니다. 여러 차례 시도도 해보고 끊임없이 기도도 하고 있지만 아직도 풀지 못한 매듭입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화해시키고 싶지만 화해시키지 못하고, 용서해야만 하지만 용서하지 못하는 게 사랑의 의무입니다. 사랑의 빚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복음은 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무겁게 합니다. “네 형제가 너에게 죄를 짓거든, 가서 단둘이 만나 그를 타일러라.”(18,15) 어떻게 하면, 언제나 이 사랑의 의무, 곧 화해와 용서의 실천을 다할 수 있을까요? 이런 저에게 조금의 위로가 되는 시가 바로 이해인 수녀님의 「사랑의 의무」입니다. 『 내가 가장 많이 사랑하는 당신이 가장많이 나를 아프게 하네요  보이지 않게 서로 어긋나 고통스런 몸 안의 뼈들처럼 우린 왜 이리 다르게 어긋나는지  그래도 맞추도록 애를 써야죠 당신을 사랑해야죠    나의 그리움은 깨여진 항아리 물을 담을 수 없는 안타까움에 엎디여 움니다 너무 오래되니 편안 해서 어긋나는 사랑 다시 맞추려는 노력은 언제나 아름다운 의무입니다    내 속마음 몰라주는 당신을 원망하며 미워하다가도 문득 당신이 보고 싶네요』


저는 지금도 음악 프로그램을 좋아합니다. 베트남에 있으면서 매주 보았던 ‘나는 가수다’는 프로그램을 참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가수 ‘인순이’가 출연해서 불렀던 「아버지」란 노래를 들은 순간,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전율과 함께 눈물이 나더라고요. 인순이가 부른 「아버지」란 노랫말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점점 멀어져 가버린 쓸쓸했던 뒷모습에 내 가슴이 다시 아파 온다.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 가까이 있어도 다가서지 못했던 그래 내가 미워했다. 제발 내 애길 들어주세요 시간이 필요해요. 서로 사랑을 하고 서로 미워도 하고 누구보다 아껴주던 그대가 보고 싶다. 가슴 속 깊은 곳에 담아 두기만 했던 그래 내가 사랑 했었다. 긴 시간이 지나도 말하지 못햇었던 그래 내가 사랑했었다.』세상 살아오면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저는 용서하고 사랑하는 순간이라고 확신합니다. 노인 요양병원에서 현재도 제가 경험하고 있습니다. 용서를 청하고 용서받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서 이 세상 떠난 분들은 한결같이 편안한 얼굴입니다. 땅에서 매인 것을 풀고 떠나니 얼마나 마음 편하고 가볍겠습니까? 

정직한 눈으로 솔직한 마음으로 살아 온 삶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모두 살아오면서 많은 잘못을 저지르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저도, 여러분도 그렇고, 우리는 모두 잘못했고 잘못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용서 받아야 할 죄인임을 알기에 용서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타인은 자신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이의 잘못을 잘 보면서, 자기 잘못을 잘 보지 못합니다. 두 사람이 굴속에 들어갔다고 하자고요. 한 사람의 얼굴에는 검댕이 묻어있고, 다른 사람의 얼굴은 깨끗하다고 한다면, 얼굴에 손을 갖다 댄 사람은 누구이겠습니까? 얼굴이 깨끗한 사람이 타인의 얼굴에 묻은 검댕이를 보면서, 타인의 잘못을 보면서 자기 잘못을 볼 수 있다면 용서하기도 사랑하기도 쉬울지 모릅니다.

지금은 수도원 밖에서 살다 보니 사랑의 의무를 게을리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 수도원 안에서 형제들과 함께 생활할 땐 그렇지 않았는데, 나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형제의 잘못을(?) 선뜻 타이르지 못하고 주춤할 때가 많습니다. ‘좋은 약이 입에 쓰고, 좋은 말은 귀에 거슬린다!’는 격언에 충실했었는데 그러하지 못하며 살았습니다. 물론 형제의 부족보다도 저의 부족과 잘못을 더 잘 보고 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형제나 다른 이의 잘못을 ‘타이르는 것’이 자칫 갑질이거나 꼰대질로 받아들여지기에 주저하고 망설여집니다. 저 또한 역시 잘못이 많은 사람이기에 좋은 것이 좋은 것이지 하면서 형제가 잘못한 것을 보고도 지나치고 안 본 것처럼 살아가려고 합니다. 타인의 잘못을 ‘타이르는 것’은 귀찮은 일이며 위험한 일입니다. 잘못을 지적하면 그 형제가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도망치기 마련입니다. 때론 내 앞에선 고맙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돌아서서는 다른 말을 하는 것을 알기에, 이젠 ‘타일러라.’는 말을 실천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저는 ‘사랑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에제키엘 예언자도 ‘귀찮고 위험하지만’ 남의 잘못을 깨우쳐주는 사랑의 의무를 다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네가 악인에게 그 악한 길을 버리도록 경고하는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악인은 자기 죄 때문에 죽겠지만, 그가 죽은 책임은 너에게 묻겠다. 그러나 네가 그에게 자기 길에서 돌아서라고 경고하였는데도, 그가 자기 길에서 돌아서지 않으면, 그는 자기 죄 때문에 죽고, 너는 목숨을 보존할 것이다.”(33,8~9) 이렇게 형제를 살리고 자신도 살리는 길은 곧 형제의 잘못을 깨우쳐주는 올바른 충고에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께서도 동일한 맥락에서 ‘형제를 얻고 살리는 삶과 형제를 잃고 자신도 잃은 삶’은 형제의 잘못을 타이름과 기도의 실천 여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합니다. 

형제의 잘못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타일러주고, 그 충고를 받아들이면 형제를 얻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형제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기도한다면 그는 나락의 골짜기에서 벗어나 형제가 됩니다. 용서하는 사람은 치유하는 사람이 되고, 용서받은 사람은 잘못을 씻고 새로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형제를 잃은 길도 쉽습니다. 형제의 잘못을 뒤에서 들추어내고 비난하고 판단하고 단죄한다면, 자기 잘못을 후회하고 괴로워 우는 형제의 아픈 곳을 더 깊이 찔러 상처를 주는 것입니다. 잘못과 허물로 걸려 넘어진 형제를 일으켜 세우기보단 영영 일어서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입니다. 

잘못을 타일러준다는 것은 비판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비난하거나 화를 내는 것과도 다릅니다. 우월감을 버리고 겸손한 마음으로 타이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기에 여기서 더 중요한 사실은 남이 나의 잘못을 지적할 때, 나는 어떠한 마음 자세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곧 수용의 자세입니다. 형제나 타인으로부터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 누구나 불편하고 힘듭니다. 하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에서 생각하면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되고, 그러기에 공손하게 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는 그 어려운 일, 귀찮고 위험한 일을 나를 위해서 기꺼이 용기를 내서 힘겹게 한 행동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타이르는 사람이나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 사이에 매듭이 풀리게 되며, 하느님 또한 그 안에 계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18,19) 하지만 아직도 이를 실천하는 게 제게는 어렵습니다. 차라리 모를 때가 더 쉬웠나 봅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사랑의 화해와 친교를 살지 못하고, <용서와 화해>에 필요한 학점을 취득하기 위해 이곳 요양병원에서 수강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사랑이지만, 다른 사람의 지적을 잘 받아들이는 것도 사랑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저에게 간곡히 말하고 있습니다. “남에게 해야 할 의무를 다하십시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다 할 수 없는 의무가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의무입니다.” (공동번역, 로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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