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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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군중을 남겨 둔 채, 배에 타고 계신 예수님을 그대로 모시고 갔는데, 다른 배들도 그분을 뒤따랐다. 그때에 거센 돌풍이 일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되었다.” (4,35~37)

마르코 복음에는 예수님께서 티베리아 호수를 건너시는 모습을 세 번 전해 줍니다. 주님 공현 후 수요일 복음에 보면, 먼저 피곤으로 지친 제자들에게 배를 타고 건너가게 하신 다음, 당신 손수 군중을 돌려보내신 후 홀로 기도하시고서 새벽녘에 홀로 호수를 건너가시는데, 제자들이 겁에 질려 있자, 두려워하지 마라, 하시고 배에 오르시니 바람이 멎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르6,45~52참조) 그런데 오늘 복음에 보면, 저녁이 되자 예수님께서 먼저 제자들에게 “호수 저쪽으로 건너가자.” (4,35) 고 하셨기에 지난 복음과 달리 예수님은 군중을 남겨 둔 채, 건너편 게라사 지방으로 가기 위해 호수를 질러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군중들을 남겨 둔 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건너편 마을에도 복음을 전하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호수를 건너자고 하신 것입니다. 물론 제자들 대부분이 어부였기에 그곳 호수 사정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님이 타신 배를 돌려, 바다 건너편을 향해 출발했고 주변에 있던 다른 배들도 주님이 떠나는 것을 보고 함께 그 배를 뒤따라갔습니다. 

그런데 그 배가 호수 가운데에 있을 때, “거센 돌풍이 일어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4,37) 되었나 봅니다. 이스라엘을 여행하셨던 분은 잘 아시겠지만, 티베리아 호수는 주변이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마치 분지같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서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와서 남쪽 계곡을 통과하여 분지같이 생긴 티베리아 호수로 들어오면 큰 폭풍으로 돌변하기도 하는 지형적 특색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흔히 이 바람은 대개 오후에 불어서 저녁때쯤엔 약해지기 때문에, 어부들은 주로 밤에 고기를 잡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때때로 저녁 이후에 폭풍이 불 때가 있는데 이 바람은 매우 강렬합니다. 이런 돌풍은 엄청난 힘으로 수면을 치기 때문에 높은 파도를 일으켜서 배를 덮치곤 합니다. 그렇게 되면 배에 탄 사람들은 순식간에 위험한 곤경에 빠지게 되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탄 배에 몰아쳤던 돌풍은 바로 이런 거센 돌풍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제자들도 그 호수의 돌풍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음에도 예상하지 않은 돌풍의 위력에 심히 위협과 위험을 강하게 느꼈던 상황인 듯싶습니다. 그런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예수님께서 태평스럽게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4,38) 주님은 하루 종일 가르치시고 치유해 주셨기에 피곤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런 동안 돌풍이 일어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자 제자들은 안절부절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과 예수님의 태평하게 주무시는 모습이 너무 대조적인데, 제자들은 예수님을 깨우며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하고 거의 울부짖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깨어나시어 바람을 꾸짖으시고 호수더러,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시니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 (4,39) 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호수와 돌풍을 잠잠하게 하신 다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4,40)고 책망하십니다. 그런데 왜 그들은 큰 두려움에 사로잡혔던 것일까요? 아마도 제자들의 두려움은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4,41)라는 의문 아닌 의문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즉 제자들은 주님께서 호수와 바람을 잔잔케 하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고', '겁에 질려 떨었던' 것입니다. 제자들은 주님의 초자연적인 권세 앞에 큰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이 사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거센 풍랑이 이는 호수는 우리네 삶, 흔히 표현하듯 인생은 고해苦海와 같다, 라고 하듯이 인생은 마치 거칠고 험한 바다를 항해하는 한 조각배와 같이 많은 어려움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호수 이편에서 저편으로 노 저으며 건너가는 위태위태한 배는 우리 자신과 교회를 상징한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항해 여정 가운데 순풍은 물론 역풍과 돌풍을 만나는 게 인생입니다. 그와 같은 시련과 환난이 닥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데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했기에 이런 상황을 만날 때 당황하고 겁에 지르게 되리라 봅니다. 자연스러운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일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 교회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께 집중하고 예수님의 말씀대로 평온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굳건한 신앙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호수와 돌풍마저도 그분의 한 말씀에 잠잠해 짐을 통해서 그리고 제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가 인생이란 고해의 바다를 항해하면서 피할 수 없이 직면하게 될 이런 시련과 환난의 시기에 어떻게 처신하며 주님께 응답해야 하는지를 오늘 복음은 우리를 가르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주님께서는 돌풍과 호수를 잔잔하게 하신 후에 돌풍으로 말미암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고 겁에 제자들을 책망하십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훈계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항상 너희와 함께 하리라!"라고 했으니, 두려워하지 맙시다. ‘사랑은 두려움이 없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죽음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돌풍의 한가운데를 건너간다 하여도 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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