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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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6,1. 4.15.18)

우리는 세상 살아오면서 ‘~하는 척, ~하는 체하면서’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인 말과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모릅니다. 오늘은 사순절 첫날인 재의 수요일입니다. 사순시기 동안 철저한 마음 준비를 통해서 주님의 부활을 잘 맞이하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은혜로운 회개의 때 우리에게 주시어 우리 죄를 아파하며 뉘우치게 하시네.” (성가124장) 재의 수요일 예식의 특징은 이마에 재를 얹는 것이기에, 사제는 『하느님께서는 죄인들의 죽음을 바라지 않으시고 오직 회개를 바라시니, 저희의 간절한 기도를 인자로이 들으시며 자비를 베푸시어, 저희 머리에 얹으려는 이 재에 + 강복하소서.』라고 기도하고 이마에 재를 얹어주며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권고합니다.

사순절 동안 줄곧 들려 오는 소리는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도록,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2코5,20)라는 초대의 말씀입니다. 이 초대에는 아무도 예외가 없으며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하느님과 화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께 돌아가야 합니다. “이제라도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고 돌아오너라.” (요엘2,12~13) 라고 호출하시는 하느님께 돌아설 때, 요엘은 우리의 자세가 단지 외적인 회개보다는 철저한 내적 회심의 표시로 마음을 찢고 돌아오라!, 고 요청합니다. 마음을 찢고 하느님께 돌아섰다는 표시는 복음의 선행 곧 ‘자선, 기도와 단식 실천’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사람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 앞에 행해야 합니다. 지금껏 행해 왔던 관습적이고 형식적인 남에게 보이기 위하고 칭찬받기 위한 겉치레적인 자선과 선행, 남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한 위선적인 기도, 위선자들처럼 난 단식합네 하고 침통한 표정으로 하는 형식적인 단식 그리고 그 밖의 많은 겉치레들……이런 가식과 위선을 벗어 던져 버리고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 앞에서 의로운 일을 행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참된 의로움이라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 앞에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행하는 것이며, 이렇게 행할 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큰 상을 내려 주실 것입니다. 물론 이런 회개의 표시는 자선-기도-단식의 행위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자선을 베푸는 것은 하느님으로 받지 않았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남과 나누거나 남에게 베풀 수 없습니다. 베풂으로 받는 것이 바로 자신이 살아 있다는 존재의 기쁨과 보람 그리고 행복입니다. 기도를 통해서 우리는 우리 존재의 원천이신 사랑의 하느님을 체험하면서 하느님 안에서 자신이 누구인가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단식을 통해서 단지 음식을 먹지 않고 육식을 금하거나 다른 좋아하는 것을 금하는 것만이 아니라, 세상의 재물과 세속적인 것으로 채워진 그리고 채우기 위한 탐욕으로 가득 찬 자신의 영혼에 탐욕과 이기심을 비우고, 하느님과 하느님의 것으로 채우기 위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그러기에 금년 사순절을 통해 우리는 성전에서 기도하던 세리의 자세와 태도를 가지고 하느님 앞에 서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세리는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죄인으로 낙인찍힌 불쌍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세리는 자신은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아야 할 존재임을 알았기에,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루18,13)하고 기도할 뿐이었습니다. 세리가 기도하는 모습을 성서는 아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루18,13) 기도하였다고 말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며 겸손한 모습입니까? 그에 반해서 하느님보다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삶을 살아 온 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자 말로 기도하였습니다. 이 얼마나 되먹지 못한 거만한 태도로 하느님 앞에서 마저 머리를 쳐들고 그것도 하느님께 겸손하게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과시와 자화자찬, 아니 그보다 타인을 비교하고 무시하는 이 기도문이 정말 구역질 나지 않습니까? 어쩌면 우리 또한 하느님 앞에 기도할 때, 세리처럼 거리야 멀지 않더라도 마음으로나마 주님의 자비와 사랑에 모든 것을 맡기는 자세로 멀찍이 주님 앞에 서는 것이 진정한 참회와 자비를 청하는 마음의 표현이지 않을까요? 이런 태도는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예수님을 따르던 예수님의 모든 친지와 갈릴래아부터 함께 따라온 여자들도 ‘멀찍이 서서’ (루23,49) 그 모든 일을 지켜보았던 태도와 비슷합니다. 루카는 왜 이토록 자세하게 묘사할까요? 그 해답은 사도 베드로의 권고안에 담겨 있습니다.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저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그러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 이 약속은 여러분과 여러분의 자손들과 또 멀리 있는 모든 이들, 곧 주 우리 하느님께서 부르시는 모든 이에게 해당됩니다.” (사2, 38~39) 우리 모두 이제 우리 이름을 부르시는 주님 자비의 음성을 듣고 몸과 마음으로 예수님께 가까이 다가가는 사순절이 되도록 합시다. 주님께서 따뜻한 음성으로 부르시고 우리의 통회痛悔 하는 마음을 인정해 주십니다. 
“주님, 숨은 일도 보시는 당신 앞에 정직하고 솔직하게 서게 하여 주시고, 이 사순시기 동안 우리의 모든 가식과 위선적인 말과 생각과 행동에서 벗어나 당신 앞에 참된 우리 본래면목을 되찾아 가는 은혜로운 때, 구원의 날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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