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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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순 시기는 분명 은혜로운 때이며, 사순 시기의 모든 날은 구원의 날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은총과 구원의 시기와 날이 가까이 다가온 만큼, 악마의 유혹의 날과 시간 또한 더 가까이 다가 왔습니다.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깨어 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악마의 유혹은 늘 달콤한 말로 지금이 아니라 내일이라고, 가볍고 별거 아니라는 말로 우리를 달래고 흔들어 놓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내 ‘내일’을 맞는다는 사실을 잊게 만들고, 죄책감은 그때부터 우리를 붙잡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몸과 마음과 영혼을 부서뜨립니다. 사실 잘못된 방향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 내게 말을 걸어오는 악마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기 때문에 시작하는 순간이고 지점입니다.  

<그런데 악마가 우리를 유혹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주일 학교에서 돌아온 호기심이 많은 한 소년이 작은 목공소를 하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찾아 달려 들어와서는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말했다. "할아버지, 오늘 교회에서 아주 중요한 것을 배웠어요. 악마가 우리를 유혹해서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고 죄를 짓게 만든 데요." "그래 아주 중요한 것을 배웠구나." 할아버지가 하던 일을 멈추고 어린 손자를 보고 흐뭇해 하셨다. "애야, 그런데 악마가 우리를 어떻게 유혹하는지는 알고 있니?" 손자에게 질문을 한 할아버지는 이내 구석에서 굵은 장작 하나를 갖고 오셨다. 그리고 성냥을 그어 장작에 불을 붙이려고 몇 번을 시도하셨다. 그러나 그 장작에는 불이 붙지 않았다. "자 보아라. 이렇게 굵은 나무에는 아무리 성냥으로 불을 붙이려 해도 안 되지 않니? 그런데 이제 보렴." 할아버지는 바닥에서 대팻밥을 긁어모아 거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 위에 작은 나무토막을 놓아 더 크게 불을 일으킨 후 그 굵은 장작을 얹었다. 그러자 비로소 그 굵은 장작도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를 지켜본 손자에게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대팻밥은 금방 불이 붙으니까 먼저 대팻밥에 불을 붙이고 그 불에 작은 나무를 얹어 가면서 불길을 더 크게 만드는 거야. 그러면 결국 굵은 나무도 타 들어가지 않니? 바로 이와 같이 악마는 우리를 별것 아닌 작은 일부터 서서히, 그리고 은밀히 유혹해 온단다. 그렇다! 조금씩 은밀하게 미혹하여 결국 그리스도와 멀어지게 하려는 악마의 무리를 경계하고, 이런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살아야 합니다.> (‘성자들의 118가지 이야기’ 중에서)

예수님은 참으로 힘들게 사셨습니다. 예수님의 삶은 참 힘들었습니다. 의식주衣食住 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떠돌아다니시며 예수님은 근근이 사셨던 분이셨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구름 같은 군중을 몰고 다니시기도 한 화려한 삶을 사신 분이기도 했습니다. 얼굴만이라도 보고파, 옷자락에 손이라도 대고파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모여들었지만 늘 고독한 분이기도 했습니다. 주님이시라며 환대받았던 분이었지만 아무도 뒷수습해 줄 겨를 없이 순식간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신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가 언제인데, 세월이 흘러도 한참이 흘러 까마득히 옛날 일인데도, 아직도 그분을 잊지 못하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기억하는 것이 사랑이며, 사랑은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것입니다.  

잠시 피었다 이내 지는 벚꽃처럼, 예수님의 생애도 순간에 피었다 저버렸지만, 그렇게 삶을 마치신 예수님을 잊지 못하고 기억하는 이유는 오늘 우리의 모습이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돌더러 빵이 되게 해달라고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무리에 끼어 산 것이 죄스러워서입니다. 모든 권세와 영광을 손에 쥐고 싶어 달리는 경주에 뛰어든 것이 부끄러워서입니다. 남보다 더 우월한 능력자가 되고 싶은 그 교만함이 못내 부끄러워서 입니다. 권력을 탐하는 사람, 부를 탐하는 사람, 남보다 더 우월한 능력자가 되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삶은 어리석음일 뿐입니다. 그래서 인간적으로 어리석은 삶, 바보처럼 사셨던 그분의 모습을 닮아가겠다고 다짐한 수많은 그리스도인에게 사순 시기는 더더욱 회개와 정화의 시기여야 합니다. 입술로는 회개와 정화를 노래하면서도 몸으로는 빵을 구하고 권세와 영광을 얻겠다며 발버둥을 친다면 예수님을 유혹한 악마가 되는 것이며 이집트의 노예처럼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유혹받으셨다.’는 이 사실은 우리에게 커다란 위안이 됩니다. 예수님을 유혹한 악마라면 당연히 우리도 유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사람으로 태어난 어떤 존재도 유혹에 제외된 사람은 없습니다. ‘나만 왜 유혹에 시달리는가?’ ‘나는 왜 여태껏 이 유혹을 받아야 하는가?’ 이런 느낌이 들면 오늘의 복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악마를 물리치셨던 예수님을 떠올려야 합니다. 유혹은 죄가 아닙니다. 윤리적인 그 무엇도 아닙니다. 유혹은 그저 ‘유혹일’ 뿐입니다. 성서가 유혹이라고 말할 때는 인간이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듯이 행동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예수님이 당신의 죽음을 앞두고 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실 때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여라.”(루22,40) 예수님은 또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22,42)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처럼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믿고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사는 것이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살아가는 자녀의 삶이고 그런 삶이 바로 유혹에 빠지지 않은 거룩한 삶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악마가 예수님에게 권하는 것은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라는 것입니다. 이 유혹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는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4,9)이라는 악마의 말에 잘 드러납니다. 악마는 이제, 예수님이 아니라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살아가는 우리를,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가 아버지 하느님께 충실한가를 유혹하고 있습니다. 

유혹을 받은 장소는 ‘광야’입니다. 허나 광야는 단지 지형적인 차원이 아니라 지금은 우리네 삶의 치열한 장소입니다. 성경에서 광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닙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을 시험한 장소인 동시에 하느님이 이스라엘의 믿음을 시험하셨던 장소입니다. 이런 점에서 광야는 악마의 유혹을 받는 장소이지만, 다른 한편 오직 하느님만을 의지해야 살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광야에서 오늘 악마가 예수님께 던진 첫 번째 유혹은 돌을 빵으로 만들어 보라는 유혹이었습니다. 이 첫 번째 유혹은 결국 인간의 보다 나은 ‘의식주’에 대한 유혹인 것입니다. 화려한 명품 옷에 대한 유혹, 보다 맛있고 희귀하며 이름난 음식에 대한 유혹, 남들보다 넓고 안락하며 쾌적한 집을 소유하고 싶은 유혹인 것입니다. 사실 인간이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의식주에 대한 유혹을 모두 뿌리칠 수는 없지만, 예수님의 단호한 대답은 그것들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며, 모든 것을 충족시켜 주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차피 채워질 수 없는 유혹이라면, ‘삶에서 정말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을 찾아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는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4,4)

악마의 두 번째 유혹은 높은 곳으로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보여주며 자신에게 경배하라는 것이었습니다.(4,5~7참조)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주 자신이 모든 삶의 자리에서나 관계에서 중심이 되고픈 유혹을 받습니다. 가정, 직장, 교회에서 남들이 자신만을 우러러 보아주고 인정해 주기를 원합니다. 주님께 영광을 돌려드리기보다 자신이 남 보다 더 많은 권세와 영광을 누리고자 하는 유혹에 늘 노출되어 삽니다. 이에 대하여 예수님께서는 단호히 말씀하십니다.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4,8)

악마의 세 번째 유혹은 예수님께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보라는 유혹이었습니다. 이 유혹은 하느님을 시험해 보려는 종교적인 구원 놀이의 유혹입니다. 엉터리 진리, 기복적인 신앙, 값싼 은총, 진정한 자기 투신이 아닌 안락과 일신의 안일을 위한 신앙의 유혹인 것입니다. 또한 이 유혹은 주님의 뜻이 아닌 자신의 뜻을 성취하기 위한 신앙놀이, 한마디로 제 멋대로 살고자하는 유혹인 것입니다. 자주 우리는 주님과 거래하듯이 신앙생활을 해왔습니다. 이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분명한 어조로 말씀하십니다.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하신 말씀이 성경에 있다”(4,12)

우리는 세례성사로 시작된 신앙의 여정에서 하느님보다는 재물과 권력에 의지하려는 유혹, 자기 명예와 권세를 얻기 위해 하느님까지도 이용하려는 유혹에 시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충신이 두 임금을 섬기지 않듯이, 충실한 신앙인 역시 두 주인을 섬기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예수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하느님만이 우리의 주인이시고, 바로 그분을 믿음으로써 우리는 구원을 얻게 됩니다. 예수님처럼 우리 역시 일편단심으로 하느님께 굳은 신뢰를 갖고 그분 말씀에 의지할 때, 교묘하고 끈질긴 유혹의 목소리를 떨쳐 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주님께 의탁하고 기도하며 살아갈 때, 인생 순례의 여정에서 겪는 수많은 유혹을 능히 이길 수 있는 은총을 베풀어 주실 것입니다. <주님,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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