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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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14,23) 흔히 사랑하면 우리는 아름답고 낭만적인 것을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존재와 참으로 불리할 수 없는 한 몸 한 마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이 아니고서는 ‘한 몸 한 마음’이 될 수 없습니다. 더욱 한 몸 한 마음이 되지 않으면 참 사랑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임재범’의 ‘너를 위해’라는 노래 가사를 보면,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 해 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 걸 알아. 나 후회없이 살아가기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테지만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 줄꺼야”라고 노래합니다. 이  노래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마치 ‘전쟁과 같은 처절한 자신과의 싸움’의 결과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기 위해 전쟁 곧 자기 자신과의 처절하고 치열한 싸움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참되고 아름다운 사랑일수록 자기중심이나 자기위주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는 것이기에 이런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을 거쳐야 한다고 봅니다. 결국 산이 높으면 골도 깊고, 골이 깊은 만큼 물은 맑기 마련이듯이 사랑도 치열하고 처절할수록 상대방을 위해서 희생하고 봉사하며, 기꺼이 상대방이 바라는 존재와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것을 비우고 버리고 내려놓고 살아갈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임재범의 이 노래를 좋아합니다. 이렇듯이 때론 대중가요의 가사에서 인생의 답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랑하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기적인 자아가 죽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 지는 것을 보는 것 그 자체로 행복하고 기쁨으로 충만하리라 봅니다. 남녀의 사랑도 전쟁과도 같은 처절한 자기와의 아픔과 성찰이 필요한데, 하물며 하느님과의 사랑이야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겠죠? 철저히 이기적인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때 온전히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 있고, 고백한 사랑만큼 하느님의 말씀을 철저히 지킬 것이고, 철저히 지키고 사는 만큼 그 영혼 안에 예수님과 아빠 하느님께서 내주하시며 함께 동거하실 것입니다. 

예수님께선 당신이 떠나가실 때가 가까이 다가 왔음을 알고 계셨고, 당신이 제자들과 함께 살면서 ‘들려주었던 말과 보여주었던 사랑을 상기’시키면서 그들에게 끝까지 사랑을 가르치십니다. 그래서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14,23)라는 말씀은, 세족례 때 이미 새 계명으로 제자들에게 하셨던 말씀의 반복이며 복습과도 같은 가르침입니다. ‘지킨다.’는 말의 뜻은 들은 것을 마음에 깊이 새겨 간직하고, 그 말을 실천에 옮긴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지킨다.’는 것은 강요에 의한 의무감으로 그 말을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귀하게 여기고 중히 여겨 사랑으로 그 말을 실천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 않겠어요. 하물며 사랑이신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면서 당부한 이 말씀을 지키고 산다는 것은 그 말씀을 온 마음으로 실천하려고 분투노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말씀, 곧 “서로 사랑하여라.”는 말씀을 지키고 실천한다는 것은 단지 예수님의 말씀을 지키고 실천하는 차원이 아니라 아버지의 말씀을 지키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을 지키고 사는 사람에게 예수님은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13,23)고 약속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계명을 듣고 지키는 것이 바로 사랑이신 예수님과 아빠 하느님과 함께 사는 길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제 함께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언급하면서 당신과 아버지께서 함께 사는 삶을 지속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14,26)고 약속해 주십니다. 요한복음에서 보호자란 곧 성령을 뜻합니다.(14,16.26/15,26/16,7) 예수님께서 가신 길, 곧 아버지의 집으로 여정을 우리는 각자 혼자 걸어가지만 영적으로 아버지께 귀의하고 귀환하는 여정은 사실 보호자이신 성령과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령은 우리의 여행길에 동행하시면서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주시고, 죄와 어둠으로 걸어들어 갈 때 이끌어 내어주어 보호해 주시며, 삶의 여정에서 겪는 힘들고 어려워서 지칠 때 위로해 주시는 우리의 보호자이십니다. 이런 점을 오늘 독서 사도행전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성령과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 필수 사항 외에는 여러분에게 다른 짐을 지우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15,28) 예수님은 이런 보호자를 당신의 이름으로 보내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오실 보호자는 당신이 제자들에게 이미 가르치셨던 “모든 것을 다시 가르치는 일과 당신께서 제자들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하는 일”(14,26참조)을 할 것입니다. 보호자이신 성령은 사랑으로 우리를 ‘가르치실 것’이고, 사랑으로 우리의 사랑받은 추억을 ‘기억하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이로써 제자들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성령의 힘으로 예수님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기억할 것입니다. 성령께서 제자들의 마음에서 북돋는 예수님의 삶에 대한 기억은 제자들 생애의 어두운 밤을 지나갈 때, 홀로 깨어 새벽을 기다리게 하는 희망의 원천이 되고,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뿌리가 될 것입니다. 
이제 떠나시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마음 안에 영으로 오신다면, 그 영은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실 것입니다.(14,27.28참조)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성령을 주시는데 이는 곧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시는 것입니다. 성령이 인간의 마음 안에서 하시는 일은 너무나 신비롭기에 인간적 사고로 성령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 정의 내릴 수 없습니다. 다만 그 결과, 열매로 성령의 현존을 알 수 있는데, ‘평화’는 가장 중요한 열매 중의 하나입니다.(갈5,22참조) “평화를 주고 간다.”(14,27)는 예수님의 말씀은 제자들에게 더 이상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합니다. 현재 삶이 예수님이 주시는 평화에 의해 유지되고, 미래의 삶도 그렇게 되리라는 보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참된 사랑은 죽어서도 잊지 못하고, 상대방을 기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억하는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분’이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느끼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과의 싸움이 요구되기에 더 더욱 성령의 오심, 성령 강림을 기다려야 합니다. “오소서. 성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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