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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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승천 대축일을 축하합니다. 오늘 승천에 관한 복음과 사도행전의 기록은 많은 유사점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루카 복음에선,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베타니아 근처까지 데리고 나가신 다음, 손을 드시어 그들에게 강복하셨다. 이렇게 강복하시며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24,50~51)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도행전 또한 “그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1,9) 복음과 사도행전의 승천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슈퍼맨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들리지만 승천의 본뜻은 육체를 지닌 인간 예수님이 영적 존재인 하느님의 위치로 복귀하셨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하리라 봅니다.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하느님께로 돌아가신 것”(요16,28)입니다. 이는 우리네 정서와도 비슷하고 승천은 곧 하느님 계신 곳으로 귀천歸天이며, 떠나 온 고향으로 돌아가는 귀향歸鄕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승천을 오늘 화답송의 후렴은 “환호 소리 가운데 하느님이 오르신다. 나팔 소리 가운데 주님이 오르신다.”(시47,9)고 표현했습니다. 죽음을 승리하신 예수님이 천사와 대천사들의 환영을 받으며 하느님의 영광가운데, 하느님의 오른 편에 좌정하심을 축하하는 기쁨과 환희를 연상하게 합니다. 물론 예수님은 당신 홀로 하늘로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뒤 따라 올라 갈 우리가 머물 거처를 마련하러 하늘에 오르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바로 우리 미래의 희망이며, 미래에 올라가야 하는 하늘은 아버지의 집입니다. “그리스도의 승천으로 저희를 들어 높이셨으니,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올라가신 하늘나라에, 지체인 저희의 희망을 두게 하소서.”(본기도)라고 기도하는 까닭은 바로 하늘이 우리의 희망이자 바람이기 때문입니다. 윈죄로 말미암아 굳게 닫혔던 하늘 문이 예수님의 승천으로 활짝 열리게 되었습니다. 

우리네 인생살이처럼 하느님의 구원사업도 이 세상에선 마지막 순간까지 완성이 아닌 미완성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도 당신이 하신 이 일을 지속하고 완성하도록 제자들에게 위임하시고 떠나십니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24,48) 그런데 주님께서 세우시려 했던 하느님의 나라는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이 세상에서 실패한 것처럼 보여 집니다. 그 까닭은 예수님의 고향 나자렛에서 거부와 배척을 당하면서 시작한 사도직은 급기야 당신의 십자가 죽음으로 실패했다고 생각했기에 제자들마저 자신들의 옛 삶의 터전으로 되돌아갔던 것입니다. 그리고 사도시대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예수님의 구원사업은 실패가 아니라 미완성입니다. 사실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는 영원히 미완성입니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지만, 땅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 나라는 ‘지금 여기서’ 시작되지만 미구에 완성될 것이며, 우리에게 위임되었지만 성령께서 이루시는 나라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일을 무책임하게 우리에게 떠넘기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분을 내가 너희에게 보내주겠다. 그러니 높은 데서 오는 힘을 입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24,49) 그러므로 실패의 장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아야 합니다. 실패의 장소, 거기서 우리는 높은 데서 오는 힘 곧 성령을 받아야 합니다. 실패한 곳이 우리가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서는 곳입니다. 예수님께서 떠나신 곳이 성령께서 임하신 곳이듯, 우리가 실패한 곳이 하느님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곳이고, 예수님께서 하늘로 떠나신 때가 성령께서 오신 때이듯, 우리가 실패한 때가 하느님 성령께서 우리 안에서 활동을 시작하는 때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실패를 실패로 단정 짓지 말고, 오히려 성령과 함께 하는 새로운 시작의 순간으로 여기며, 늘 다시 시작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승천하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구원사업을 우리에게 위임하시면서 더 큰 용기와 능력을 우리에게 분명히 주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내 안에서 평화를 얻게 하려는 것이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16,33) 당신이 겪으신 것을 우리도 겪을 것이고 당신이 받았던 배척과 거부를 우리 역시 받을 것이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 참된 부활을, 참된 하느님 나라를 체험할 것이기에 두려워하지 말고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라고 격려하십니다. 주님께서 가셨고, 우리 또한 가야하고 가서 만나야 할 하느님 나라는 우리 안에 있습니다. 하늘로 올라가신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길은 땅으로 내려오는 길 외에 다른 길이 있을 수 없습니다. 베네딕토 성인께서는 당신의 수도회 규칙서 ‘겸손’의 장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자만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주님께서 내려오셨기에 오르실 수 있으셨던 것처럼, 우리 또한 내려와야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세상 속에 주님과 함께 하여야 우리 또한 오를 수 있는 것입니다. 교부 오리게네스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그대가 하늘이고 그대가 하늘로 간다.”고. 초대교회의 위대한 교부들이나 사막의 성자들, 수많은 수도자들은 모두 이와 같은 믿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즉 우리 안에 하느님께서 계시다면, 우리가 하늘이라는 소중한 믿음을 안고 살았던 것입니다. 이 같은 믿음을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하늘의 하느님을 모시고 있으면 우리가 하늘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승천을 바라보다가 들려오는 위로와 믿음의 소리를 듣습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1,11) 이를 통해 제자들은 이제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복음 선포의 일꾼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사도행전의 증언에 의하면, 예수님의 승천 뒤 제자들은 실의에 빠져 있거나 예전의 비겁과 공포에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과거의 나약한 모습의 제자들이 아니라 승천하신 주님을 자신들 마음에 모시고 강인한 투사가 되어 기도하며 공동체를 다시금 재정비하고 오시게 될 성령강림을 준비합니다. 예수님 승천이 제자들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준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욱 강한 확신과 희망을 안겨준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 또한 주님을 모시고 다시 오실 희망의 믿음을 간직하며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렇게 승천대축일의 의미를 요약합니다.  ”오늘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늘에 오르시고, 그분과 함께 우리의 마음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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