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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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 (6,8~9)

세상을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기가 꺾이게 되고 의기소침해지는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세상과 고향 사람들의 거부와 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의연히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모처럼 찾아간 고향에서 고향 사람들의 불신을 뒤로한 채, 의연하게 자신에게 맡겨진 하늘나라의 복음 선포를 위해서 당신이 직접 선택한 열두 제자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습니다.” (6,7) 사실 위기라고 느낄 때가 적극적으로 투신하고 전력을 다해 일을 시작할 절호의 기회가 되는 것이 세상 이치입니다. 어쩌면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제자들에게 절망하지 않고 희망하며 살아가도록 복음 선포에 더욱 박차를 가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세상에 보내시면서 먼저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셨다는 표현에서 마음이 움직입니다. 어쩌면 고향 사람들은 물론 많은 사람이 하늘나라의 기쁜 소식을 듣고서도 내외적으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강건한 마음으로 배척하고 거부한 이면에는 사람들의 의식을 은밀하게 조종하고 지배하는 악령의 작용으로 예수님께서는 판단하셨기에 이런 권한을, 능력을 주신 듯싶습니다. 이렇게 제자들을 보내신 까닭은 제자들도 당신처럼 사람들에게 다가가 복음을 선포하고 더러운 악령들을 쫓아내고 병자들을 고쳐 주며 도래한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을 ‘사람 낚는 어부’로 세상에 보내신 것입니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루카 복음과 오늘 마르코 복음의 전교 여행 규칙을 비교해 보면 흥미로운 차이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르코는 전교 여행 중에 지팡이와 신발을 허용하지만, 루카는 이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루카는 마르코의 사료를 인용하면서 지팡이를 가지고 가는 것을 금하고 있으며, 신발 이야기는 아예 삭제해 버렸습니다. 공통된 소지 품목은 마르코와 루카는 둘 다 전대(=돈지갑)와 먹을 빵, 그리고 옷 두 벌의 지참을 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도 현재에도 이런 것들은 선교사의 휴대 필수 품목인데도 이런 물품들을 휴대하지 말라고 하신 예수님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무것도 지니지 말고, 즉 있는 그대로 빈손, 빈 가방으로 가라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선교사는 모름지기 세상의 것을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선교에 필요한 모든 것을 온전히 하느님의 보살핌에 의탁하라는 뜻이라고 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방법은 감히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일하십니다. 먹을 것도 보따리도 전대도 돈도 속옷 두 벌도 안 된다, 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선교 규칙이며 그렇게 세상에 파견된 선교사들은 오로지 주님의 안배와 그리고 현지 혹은 파견된 지역 은인들의 도움에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선교는 여행이 아니라 파견입니다. 믿음으로 하는 신앙 순례이며 체험입니다. 그러기에 세상의 모든 사람을 하느님께서는 사랑하시지만, 특별히 하느님께서는 선교사들을 더 사랑하시고 당신의 은총을 끊임없이 베풀어 주십니다. 이것이 바로 선교의 빈 가방에 채워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빈 가방으로 족하고 그 빈 곳에 주님께서 부족하지 않도록 필요한 것을 채워주실 것입니다. 

2022년 통계에 의하면 현재 해외 선교 파견 국가는 69개국으로 2021년도에 비해 11개국이 줄었다고 합니다. 대륙별 분포는 아시아 21개국, 남아메리카 16개국, 아프리카 12개국, 유럽 13개국, 오세아니아 4개국, 북아메리카 3개국이며, 아프리카의 경우 8개국(라이베리아, 말라위, 모로코, 앙골라, 이집트,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케냐, 코트디부아르)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외 선교사는 1,007명으로 전년 대비 108명 감소했으며. 신부 244명, 수사 55명, 수녀 700명이 활동하고 있으며, 평신도 선교사는 8명으로 전년 대비 2명 늘었다고 합니다. 저희 예수고난회 관구는 현재 중국에 선교 공동체가 있으며 저 또한 베트남에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선교사로 활동했었습니다. 2022년 11월 한국외방선교회 사제들의 연례 피정을 지도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 인연으로 해외에 파견된 모든 선교사를 위해 그리고 해외 선교를 위해 <선교 성소를 위한 기도문>을 함께 바치고자 합니다. 『온 세상, 모든 민족들의 구원을 원하시는 하느님, 오늘도 당신 성령을 보내시어, 당신 복음을 전파하는 모든 이들을 도우소서. 주 성자 친히 사람이 되시어 모든 민족들의 구원을 목말라 하셨음 같이 저희 모두가 인류의 구원을 갈망하게 하시고, 오로지 주님의 영광과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해 전념하게 하소서. 또한 온 세상 어디서나 이 시대의 요청에 응하는 많은 성소들이 자라나게 하시며, 특히 선교성소를 많게 하시어 온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전파하게 하소서. 주님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시며 다스리시나이다. 아멘. † 모든 선교사의 모후이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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