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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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2,32)

오늘 복음에서 루카는 마리아의 정결례(레12,1~8 참조)와 예수의 봉헌예식(탈13,1-16; 민수 18,15-16참조)을 한데 묶어 같은 날에 치러진 사건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2,22-24절 참조) 율법 규정에 따라서,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 예수를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奉獻합니다. 봉헌이란 무엇입니까? 사실 하느님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에게는 처음부터 ‘나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생명으로부터 시작해서 인간의 모든 것(= 몸, 능력. 소유물에 이르기까지)이 다 기실 하느님께서 주신 것,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봉헌이란 그러기에 내 것을 하느님께 바치는 것이 아니라, 본디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 되돌려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성경의 인물들, 곧 아브라함(=이사악의 봉헌/창세기 22장)을 필두로 늘 하느님께 온전히 자녀들을 봉헌한 예언자들(=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이 많았고, 오늘 우리는 예수의 부모이신 마리아와 요셉의 참된 봉헌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진정한 봉헌은, 자식은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이기에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 온전히 봉헌하였다는 사실입니다. 봉헌은 하느님의 것을 하느님께 온전히 되돌려 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예수님의 성전 봉헌은 훗날 당신 자신이 스스로 십자가에 봉헌을 통해서 온전히 완성될 것이지만, 이미 예수의 부모는 이를 앞당겨 실행하시고 모든 사람에게 참된 봉헌의 본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의 부모이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께서 아기를 성전에 봉헌하러 오셨기에, 그곳에서 이스라엘의 위로의 때를 기다리던 시메온은 그 희망의 빛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시메온은 감격에 넘쳐,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2,29~30)라고 그 기다림의 결실을 보고, 이제 자기 삶의 끝이 다가왔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평안히 눈을 감을 때가 왔다는 것을 느꼈으리라 상상해 봅니다. 이날이 오기를 시메온은 얼마나 기다렸고, 그 긴 기다림 시간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힘듦과 고통을 겪어야 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그의 마음에 어렵고 힘들 때마다 이날을 기다리면서, 마음으로 다짐하고 속삭였을 말 한마디가 어쩌면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는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는 이 문장은 잘 아시는 것처럼 다윗 임금이 세공사를 시켜 자기의 반지에 새기고 다닌 글귀라고 합니다. 큰 승리를 거두어 기쁨을 억제하지 못하고, 기쁨에 도취하여 자만하지 않도록, 반대로 큰 절망에 빠져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낙담하여 좌절하지 않도록 다윗 임금은 이 글귀를 보며 마음을 다스렸다고 합니다. 물론 다윗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온 의롭고 독실한 시메온에게 성령께서는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 주셨기에” (2,26) 그는 질곡 같은 어둠 속에서도 그 빛을 기다리면서 힘들고 지칠 때마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그날은 꼭 올 것이다.’라는 기다림으로 살아왔기에 오늘 이처럼 축복받은 날, 거룩한 순간을 맞게 되었다고 봅니다. 시메온이 살아 온 세월과 날 수만큼 얼마나 슬프고 고통스러운 순간이 많았겠습니까? 시메온은 그렇게 속절없이 지나간 시간과 세월을 신앙으로 기다리며 살아왔기에 후회와 한탄의 신음이 아닌 오히려 사랑이며 생명이신 분, 구원의 주님을 품에 안고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주셨습니다.”(2,29)라고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지만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라고 굳게 믿고 주님의 섭리에 내맡겼던 자신의 생애를 온전히 회복시켜 주셨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역시도 시메온의 삶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생애 동안, 기쁘다고 기쁨에 매이지도 말고 슬프다고 슬픔에 잠겨 있지 않고, 다만 마음속으로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라고 말하며 꿋꿋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인생의 길을 걸어가야 하리라 봅니다. 저는 혼자 중얼거리는 노래가 하나 있습니다. 그 노래는 바로 ‘김범수’의 「지나간다.」는 노래입니다. 여러분도 한번 틈나면 한번 들어 보길 바라면서, 그 가사를 적어 봅니다. 『감기가 언젠간 낫듯이 열이 나면 언젠간 식듯이 감기처럼 춥고 열이 나는 내가 언젠간 날거라 믿는다. 추운 겨울이 지나가듯 장맛비도 항상 끝이 있듯 내 가슴에 부는 추운 비바람도 언젠간 끝날 걸 믿는다. 얼마나 아프고 아파야 끝이 날까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울어야 내가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내 자신을 달래며 하루하루 버티며 꿈꾼다. 이 이별의 끝을 영원할 것 같던 사랑이 이렇게 갑자기 끝났듯이 영원할 것 같은 이 짙은 어둠도 언젠간 그렇게 끝난다. 얼마나 아프고 아파야 끝이 날까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울어야 내가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내 자신을 달래며 하루하루 버티며 꿈꾼다 이 이별의 끝을 그 믿음이 없인 버틸수 없어 그 희망이 없었으면 난 벌써 쓰러졌을 거야 무너졌을꺼야 그 희망 하나로 난 버틴거야 지나간다 이 고통은 분명히 끝이 난다 내 자신을 달래며 하루하루 버티며 꿈꾼다 이 이별의 끝을 이 이별의 끝을.』 “생명의 샘이 진정 당신께 있고, 우리는 당신 빛으로 빛을 보옵나이다.” (시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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