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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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서 보아라.” (1,39)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이 질문에 대해 일찍부터 동서양의 위대한 인류의 선각자들, 그리고 근대에 와서 테카르트와 파스칼 그리고 우리 시대엔 촘스키와 에릭 호퍼 등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관점에서 대답을 시도했습니다. 아마도 시간이 갈수록 학문 분야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면 이에 관한 서술은 끊임없이 새로운 관점에서 제시될 것입니다. 다만 그리스도인의 인간 이해는 인간이란 하느님의 모상적 존재이다, 는 명제에서 출발합니다. 자기 안에 이미 내재된 하느님의 모상성을 인식하고 실현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고, 신앙 혹 영적 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저너머 beyond 어떤 그 무엇’을 찾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한 존재입니다. 오늘 복음에 의하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라는 질문에 관해 답변하고 있다고 봅니다. 복음은 참된 그 무엇을 찾고 추구하는 인간에게, 너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며, 너희가 누구를 찾고 있는가?, 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입니다. 제자들과 예수님의 첫 만남에서 이것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 도입부에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두 제자에게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1,36)라고 예수님을 소개합니다. 이는 길을 찾고, 진리를 추구하는 제자들에게 누구를 따라가야 하는 가를 존재로 가르쳐 준 것입니다. 참으로 세례자 요한은 자기 자신을 알고 참된 스승이었기에 기꺼이 자기 제자들에게 길이요 진리이며 생명이신 예수님을 따르도록 빗겨 선 것입니다. 그의 초연한 빈 마음과 집착하지 않은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로써 두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예수님을 따라갔습니다. 이는 섬기던 스승을 떠나 다른 길을 걷는 행위이며 실존의 놀라운 선택입니다. 어제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과 내일을 향해 새롭게 변화를 받아들인 결단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첫 제자들은 자신들 스스로가 예수님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스승의 가르침을 따라 예수님을 따라갔던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뒤따라온 그들을 향해 돌아서서 예수님께서 “무엇을 찾느냐?”(1,38)라고 물었습니다. 이는 곧 너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고 묻는 것이며 동시에 그들이 찾고 있는 것에 대해 이미 답을 하신 것과 같습니다. 달리 말해서 나는 너희가 추구하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너희에게 줄 수 있다, 는 의미입니다. 이로써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른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고 초대하신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훗날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요15,16)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제자들이 예수님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선택한 것이라고 언급합니다. 또한 이를 두고 “너희가 나를 만나지 않았던들 나를 찾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성 아우구스띠노는 말하였던 것입니다. 그분께서 제자들을 그리고 우리를 이미 기다리고 계셨기 때문이며, 그들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갈망을 채워 주시기 위해 예수님은 사람이 되셨습니다. 세례자 요한의 두 제자가 스승이신 예수님을 따른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초대한 것이며, 참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추구하는 우리 모두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그분의 초대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첫 제자들은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1,38)라고 응답합니다.
    
이 질문은 만일 당신이 저희가 찾는 참된 것을 알고 계시면, 그것이 어디에 있습니까?, 라고 묻는 것의 다른 표현입니다. 이로써 인간 실존의 정의는 인간이란 참된 그 무엇을 추구하는 존재이나 아직 그 무엇을 찾지 못하고 있는 존재이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마음의 깊이 목마름을, 갈망을 헤아리시고서 “와서 보아라.”(1,39)라고 그들이 당신과 함께 머물도록 초대합니다. 와서 보아라, 는 이 말씀은 세대를 거쳐 참된 그 무엇을 추구하는 인간에 대한 실존적 응답이며 초대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머물면서 자신들이 “들은 것, 눈으로 본 것, 손으로 만져 본 것”(1요1,1)을 통해 예수님이 참으로 자신들이 찾고자 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14,6)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바로 걸어가야 하는 길이며, 우리가 살아야 할 진리이며, 누려야 할 생명입니다. 예수님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며 궁극적인 인류의 시작과 마침 그리고 그것을 추구하는 여정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도록 당신과 함께 머물도록 와서 보아라, 고 초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길과 진리 그리고 생명은 오로지 예수와 함께 살고 머물면서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너희는 나 없이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15,5)라고 말씀하신 까닭을 새겨들어야 합니다. 따라서 와서 보시오, 라는 초대 말씀을 듣고 제자들이 그날 “함께 묵었다.”(1,39) 고 표현한 것처럼 우리 역시도 ‘예수님과 함께 머물고, 가까이 머물 때, 그 길을 찾게 되고 진리를 만나게 되며 생명과 접하는 내적 친교와 합일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그때 비로소 예수님의 인격과 삶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됩니다. (마르3,13~14참조) 함께 머묾을 통해 자신들이 찾고 있는 그 무엇을 주님께서 채워 줄 수 있다고 확신한 제자들은 “우리는 메시아, 그리스도를 만났소.”(1,41)라고 선포하고 증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와서 보아라, 는 표현은 佛家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불가에서 말하는 와서 보아라, 는 의미는 곧, 참된 불법 공부는 ‘잘 듣고聞, 들은 바를 이해하여思, 이해한 것이 참인지를 현실에게 경험하여修, 이해한 바를 증득하는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결국 그리스도교적 인간이란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파스카 여정을 동참하여 생명이시며 사랑인 아빠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여정 중에 있는 존재입니다. 그 여정을 걸으면서 인간은 진리를 얻고 진리를 통해 참 자유를 누리며, 충만한 생명을 누리며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렇게 아버지의 집을 향하여 걷다 보면 언젠가 아버지 집에 도달할 것이며 그때 우리의 탐구는 끝이 날 것이고 그곳에서 우리가 바라는 참된 그 무엇을 얻게 되고, 참된 자신을 찾게 되면서 참된 안식을 누릴 것입니다. 『샘물을 찾아 올라가려면 미끄러지면서도 자꾸 올라가야 합니다.』 (‘높은데서 사슴처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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