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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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단식할 수 없다.”(2,19)

지난주 토요일 복음의 마지막 부분에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로 선택한 세리 레위의 집에서 환영과 송별을 위해 다른 세리와 죄인들과 어울려 음식을 먹는 것(2,16)을 보고서,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이를 빌미 삼아 몇몇 사람들이 예수님께 와서 단식에 관한 문제로 시비를 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단식은 어떤 기간 동안 수행修行이나 치료의 목적으로 곡기를 끊는 행위이며, 거의 모든 종교에서 단식은 그 종교의 기본적 수행에 속하는 덕목입니다. 때론 개인이나 집단의 뜻과 요구를 관철하려는 투쟁 수단으로, 또는 건강을 위한 목적으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요즘 저희 공동체 형제들 가운데 점심 혹 저녁 식사를 하지 않는 형제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밥이 곧 보약이고 힘이기에 ‘밥심으로 산다.’라고 생각해서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삼식이’입니다. 이는 약을 먹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단식하는 날이나 참회 행위를 위해서 단식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오늘 복음에서 논쟁의 대상이 된 단식은 율법이 명하는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라 사적이고 개인적인 수행으로서의 단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의 제자들은 단식하는데, 선생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2,18) 라는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혼인 잔치에서의 신랑, 새 천 조각, 그리고 새 부대와 새 포도주에 비유하십니다. 혼인 잔치가 벌어지는 동안에 신랑이 손님들과 단식하거나 곡哭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로써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공생활을 바로 혼인 잔치가 벌어지는 기간으로 표명하신 것입니다. 신랑과 함께하는 이 기간은 신랑과 함께 기쁨의 축제를 만끽하고 즐겨야 하는 때입니다. 멀지 않아 신랑의 친구들은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기에, 지금은 오직 신랑과 함께 즐기면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40일 동안 단식하셨듯이(마태4,2) 우리 또한 단식해야 하고 단식할 것입니다. 그때는 바로 제자들이 신랑을 빼앗긴 신부처럼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슬퍼하며 단식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함께 사랑으로 계시고 사랑해 주시는 그분의 사랑 안에서 마음껏 삶의 행복을 즐기면 됩니다.

예수님께서 언급한 ‘새 천 조각’이라는 표현은 그리스어로 구멍을 채우는 것, 다시 말해 그것은 충만함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새 천 조각’은 바로 예수님 당신 자신에 빗댄 것으로, 그 천 조각은 바로 당신의 현존으로 말미암아 가져다준 ‘충만함’ 곧 부족함이 없는 상태입니다. 성탄 낮 미사의 복음에서,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 (요1,16~17)고 밝힌 것처럼, 당신의 강생과 육화로 세상에 가져온 새로운 생명의 은총과 진리의 충만함입니다. 이 충만함은 예전과 전혀 다른 차원의 은총이며 생명입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믿으면 새 사람이 됩니다. 낡은 것이 사라지고 새것이 나타났습니다.”(2코5,17) 그러기에 복음이 제시하는 하나의 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새 천 조각을 헌 옷에 대고 깁지 않는다.”(2,21)는 것입니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인데, 왜냐하면 헌 옷에 기워 댄 새 헝겊은 헌 옷을 당겨 더 심하게 찢어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원칙은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고,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2,22)는 것입니다. 저는 술을 좋아하지도 마시지도 않기에 어떻게 술을 담그는지 잘 모릅니다. 술에 관해서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낡은 부대에는 옛 포도주의 시큼한 맛과 향이 깊이 배어 있기에 새로운 포도주를 낡은 부대에 보관하다 보면 새 포도주의 신선한 맛과 향기를 잃어버릴 위험성이 있기에 새 포도주를 새 부대에 담을 수밖에 없으리라 봅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1,15)고 선포하신 예수님의 말씀에 근거해서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 좀 더 이해가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시작한 하느님 나라와 그 나라의 가치는 낡은 종교적 관습이나 인습에 젖은 마음의 용기에 담을 수 없기에 필히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담을 수 있도록 우리의 몸-정신-마음을 하느님 중심으로 새롭게 바꾸어야 하리라 봅니다. 결국 오늘 복음에서 새 포도주이신 예수님의 새로운 가르침에 따른 가치와 신앙을 담기 위해 필요한 새 부대는 헌 가죽 부대와 동일한 재질로 만든 부대가 아니라 전혀 다른 재질로 만든 새로워진 부대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는 곧 예수님의 새로운 가르침을 수용할 수 있기 위해 근본에서부터 온통 새로운 정신과 마음으로 탈바꿈하라, 환골탈태하라는 의미입니다. 새 포도주는 지금껏 맛보았던 포도주와 전혀 다르기에 부대도 그에 상응해서 새로워져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입니다. 마치 의인을 부르러 오지 않으시고 죄인을 부르러 오신 예수님의 새로운 가르침에 수용할 수 있기 위해 새로운 세상에 걸맞은 ‘새로운 인간이 되어라.’는 강력한 요구이며 도전입니다. 그때만이 율법이 아닌 진리와 은총 그리고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어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낸다.”(히4,12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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