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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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세례성사를 받기 전에 까다로운 교리문답 시험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교리문답을 하면서 지금으론 상상할 수 없는 에피소드가 많이 일어났습니다. 어느 본당 신부님이 세례성사를 베풀기 전에 예비자인 할머니에게 몇 가지 교리, 특히 삼위일체에 관한 질문을 하였습니다. “하느님은 몇 분이십니까?”, “한 분이십니다.” 그러자 신부님은 “좋습니다. 그럼 한 분이신 하느님은 몇 개의 위격이십니까?”, 한참 생각하던 할머니는 거침없이 이내 대답하였습니다. “두 개의 위격입니다.” 당황한 신부님에게 할머니는 씩씩하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가끔 성당에 들어갔었는데, 그때 벽에 걸려 있는 하느님 그림을 봤거든요. 거기에 긴 흰 수염이 있는 할아버지(=성부)가 젊은 청년 예수님(=성자)을 안고 있고, 가운데 비둘기 모습(=성령)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할아버지는 벌써 죽었을 거예요. 왜냐하면 나도 나이를 먹어서 죽을 때가 되었는데 어렸을 때 본 그 할아버지가 여태 살아 있을 리가 없잖아요.”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성령강림 대축일 후, 이어지는 삼위일체 대축일은 성령을 받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누리게 되는 삶이 어떤 삶인지를 밝혀줍니다. 삼위일체 신비는 하느님을 막연한 신비로 알아듣는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알려주시는 방식입니다. 삼위일체 신비는 하느님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시는 사랑의 신비입니다. 사랑은 사랑함으로써만 배울 수 있습니다. 수영을 배우려면 물에 들어가야 하듯이, 사랑을 배우려면 사랑의 삶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사랑은 체험으로써만 깨닫게 되는 신비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됩니다. 「나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고 고백한 류시화 시인의 『물 속에는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는 노랫말처럼 사랑은 서로를 하나로 묶어주는 신비스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는 신비, 그것이 삼위일체의 신비입니다. 사랑은 결코 혼자서 하는 독자적인 행위일 수 없습니다. 사랑은 자기 자신이 아닌 타인과 함께 나누는 ‘관계’입니다. ‘너와 나의 관계’, ‘너와 우리의 관계’입니다. 이 관계 안에서 사랑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결국 구원의 완성은 관계의 일치에 있는 것입니다. 사랑의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진 관계의 일치, 친교의 일치가 바로 구원입니다. 이 놀라운 사랑의 완성을 통하여 이제 우리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은총을 사도 성 바오로는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영의 인도를 받는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여러분은 사람을 다시 두려움에 빠뜨리는 종살이의 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여러분을 자녀로 삼도록 해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하고 외치는 것입니다.”(로8,14-15)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신 하느님은 사랑이 넘치는 ‘아버지’이십니다. 복음에 보면 예수님은 우리에게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자녀가 될 수 있도록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위로부터 태어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 주셨습니다. 하느님은 때가 차서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이신 당신을 내어 주신”(3,16참조) 아버지십니다. 이 아버지께서 또한 한량없는 사랑으로 우리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아볼 수 있도록 당신의 거룩한 영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사랑 안에 머무는 일을 통해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을 볼 수 있고 성령을 통해 그 사랑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삼위일체 신비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께서 나누시는 온전한 사랑에 참여하도록 우리가 초대받았다는 확신에서 선포된 신앙의 고백입니다. 

우리는 분명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우리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사랑 안에서 그분들의 모습을 닮아 창조된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신비를 완전히 알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그 오묘한 삼위일체의 신비는 더욱 알 수 없습니다. 교회의 가장 위대한 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조차도 이 삼위일체의 신비에는 두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삼위일체의 위대한 하느님 신비를 헤아려 깨닫고 알 수는 없지만 실천할 수는 있습니다. 그것은 관계 안에서 사랑으로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이 우리에게 주고자 하는 하느님 사랑의 가르침인 것입니다. 신비를 알 수는 없지만, 그 사랑의 일치에 우리는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명령하신 것,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가르치라 하신 것도 바로 이 사랑과 일치의 신비를 닮은 삶을 살라고 하신 것입니다. 신앙은 삶입니다. 성령 안에 살아가는 사람은 예수님께서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모든 권한을 물려받았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능력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는 일은 사랑의 능력을 드러내는 것이며 실천하는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명하신 모든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미약한 우리에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심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는 우리의 욕심에 사로잡혀있지만 작은 나눔을 통해서라도 사랑의 기쁨이 무엇인지 느끼게 됩니다. 우리의 이기심과 죄책감으로 말미암아 주춤거리지만, 주님께서 우리를 향해 사랑의 손길을 내밀 때 얻게 되는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직도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사랑이 무엇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주님이신 예수님을 통해 보여주신 사랑의 길을 따라 걷노라면 우리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나누시는 사랑의 일치에 도달하게 되리라 믿으며 오늘도 사랑에 빠져 봅시다! 사랑하면 사랑을 배울 수 있습니다! 오늘 감사송에서 이렇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찬양합니다.『아버지께서는 아드님과 성령과 함께 한 하느님이시며 한 주님이시나, 한 위격이 아니라 한 본체로 삼위일체 하느님이시옵니다. 주님의 계시로 저희가 믿는 주님의 영광은, 아드님께도 다름이 없나이다. 그러므로 위격으로는 각각이시오 본성으로는 한 분이시며, 위엄으로는 같으심을 흠숭하오며, 영원하신 참하느님을 믿어 고백하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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