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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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26,24)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주님의 종은 제자의 귀와 혀를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증언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50,4.5) 이런 종의 자세야말로 참된 제자의 표상입니다. 

우리는 이미 유다의 배반을 알고 있기에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했지.’라고 그를 단죄하고, 본디 그는 그런 사람이었잖아 쉽게 단정 짓습니다. 유다가 은돈 서른 닢에 예수님을 팔아넘기기 전부터 “저 향유를 삼백 데나리온에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지 않는가?” (12,4) 하고 유다가 말할 때, 성서는 부언해서 “그가 이렇게 말한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도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돈주머니를 맡고 있으면서 거기에 든 돈을 가로채곤 하였다.” (12,6) 는 언급에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물론 그의 예수님을 팔아넘긴 배신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입니다. 다만 왜 이토록 유다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킨 의도는 무엇일까요? 배신자가 받아야 할 죗값에 대한 응징인가 아니면 유다의 배신을 통해서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反面敎師로 삼으려는 것인지 깊이 성찰해 봐야 합니다. 혹여 우리 또한 “저는 아니겠지요?”(마26,22)라고 면피할 생각하지 마시고요. 

『기억하렴 나의 서글픈 모습 새벽녘까지 잠못 이루는 날들 이렇게 후회하는 내 모습이 나도 어리석어 보여』좀 생뚱맞지만 엄정화의 「배반의 장미」의 가사 일부입니다. 배반의 밤,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은 예수님께서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26,21) 하고 말씀하십니다. 넘길 것이다, 는 그리스어 paradidomi는 본래 넘기다, 내주다, 건네주다, 는 의미의 단어로 유다의 배반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실 일도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 유다가 예수님을 적대자들의 손에 팔아넘기는 순간은 활동에서 수난으로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 됩니다. 이로써 예수님 당신 자신이 주체가 되어 무엇을 행하시는 것이 아니라 팔아넘김을 받은 이들에 의해 수동적으로 당하신 것입니다. 이 순간이 바로 예수님 수난의 시작이고, 이 수난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완성하는 시작이며, 아울러 수난이 복음이 되는 순간으로써 후대에 이를 수난 복음이라 부르게 됩니다. 팔아넘기는 유다에 의하여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좋았을 것이다.”(26,24)하고 유다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십니다. 그러기에 이 표현은 단지 유다에게 저주를 퍼붓는 표현이 아니고 그의 불행한 결과를 언급하면서 또 다른 배신과 배반을 경고하려는 의도입니다. 유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출생은 본인의 선택이 아니지만, 예수님은 매몰차게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좋았을 것이다, 하고 말씀하신 의도를 잘 알아들어야 하겠습니다. 사실 유다 또한 예수님을 따르면서 예수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제자였습니다. 그런 그가 배신한 까닭은 물질에 대한 탐욕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꿈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끝내 자기가 자기 자신을 배신할 수밖에 없었기에 스승이신 예수님을 배신한 것입니다. 물론 그가 매일 매일 귀를 열어 일깨워 주시는 스승의 말씀에 귀 기울여 듣고 말씀대로 살았다면 그리고 그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하느님의 뜻을 자유의지로 선택하고 수용하였더라면 배신하지는 않았으리라 상상해 봅니다. 유다에 대한 저의 어쭙잖은 연민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웠는데 이사야 말씀을 통해 잠잠해지고 위로가 됩니다. 내 생각 보다 주님의 생각이 월등하고, 내 길이 아닌 주님의 길이 正道임을 고백합니다.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같지 않고 너희 길은 내 길과 같지 않다.” (이55,8) 라는 말씀은 유다가 들어야 했던 말씀이 아닐까, 싶습니다. 

살아오면서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로 인해 고통과 어려움을 겪게 되기보다 인연의 관계로 인해 맺어진 가족이나 동료 친지들로 말미암아 당하는 고통이 더 많다는 사실과 이 순간이 바로 예수님의 수난과 만나는 접점이기도 합니다. 즉 내가 행한 일보다 나에게 행해진 일로 말미암은 수난이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세월호와 이태원 희생자들이나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같이. 여기에서 우리는 예수님처럼 유다의 배반으로 말미암아 겪게 될 순간에 자신보다 제자를 우선해서 배려한 예수님처럼 이 일어날 모든 일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이것이 바로 자기부정이요 자기기만입니다.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삶입니다. “저희 임금님, 경배하나이다. 당신만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나이다.” (복음 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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