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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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라.” (16,15)

복음사가 마르코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오늘 마르코 축일을 맞아 마르코에 관한 성경의 몇 대목을 읽으면서 새삼 그의 정체성에 관해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마르코가 성경에 처음 나타나는 것은 사도행전 12, 12절입니다. 이때 교회는 헤로데의 박해로 인해 요한의 형 야고보가 순교하고 베드로는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교회는 이런 곤경의 때에 감옥에 갇힌 베드로를 위해 기도하고, 베드로는 이 기도의 힘으로 천사의 도움을 받아 쇠사슬을 끊고 감옥에서 탈출하고 난 다음 찾아간 곳이 바로 마르코의 집입니다. "베드로는 마르코라고 하는 요한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으로 갔다." ‘마르코’란 ‘큰 망치’, ‘큰 철퇴’라는 뜻으로, 성서학자들은 겟세마니 동산에서 예수님이 잡히실 때, 아마포를 버리고 알몸으로 달아났던 젊은이(마르 14,51-52)가 바로 마르코라고 말합니다. 이를 통해 마르코는 박해 시대를 산 신앙인 집안 출신의 젊은이였으며, 마르코와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된 베드로는 이런 마르코를 오늘 독서에서, "여러분과 함께 선택된 바빌론 교회와 나의 아들 마르코 여러분에게 인사합니다."(5,13)라고 소개합니다. 그런 마르코가 바르나바와 사울의 키프로스 전도 여행을 동행합니다. “그때 요한 마르코도 그들을 따라다니며 일을 도왔다.” (13,6) 그런데 이내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제2차 전도 여행 시작 전에, 바르나바는 “마르코라는 요한도 같이 데려가려고 하였지만” (15,37), 바오로의 반대로 말미암아 “바르나바는 마르코를 데리고 키프로스로 떠납니다.” (15,39) 이런 마르코는 네로 박해 후 주로 베드로 사도의 가르침을 기초로 삼아 로마에서 마르코 복음서를 기술하신 분이십니다. 

물론 이 짧은 인용을 통해서도 마르코가 어떤 사람인지 잘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체성이란 단순히 외모나 이름만으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정체성이란 바로 ‘그 사람’만의 가치관, 신념, 특성이 포함하여 그 사람의 내면과 외면을 모두 가리키는 말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주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런 신념이 없이 남을 따라가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즉 마네킹처럼 남이 입혀 주는 대로 옷을 입지 않지요. 오늘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고 기념하는 마르코 복음사가처럼 우리도 우리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존재와 삶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는 삶에 동참하도록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마르코 사도는 베드로에게 직접 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16,15) 마르코 사가는 단지 복음을 기술한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베드로 사도를 만난 다음 그로부터 들은 것과 자신이 ‘바르나바와 사울(=바오로)’과 함께 전도함을 통해서 이 말씀을 실행하고 체험한 다음에 기술했기에 이 말씀의 무게와 진정성이 이 말씀을 듣는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로 다가옵니다. 마르코 사도는 사도 베드로의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적대자 악마가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누구를 삼킬까 하고 찾아 돌아다닙니다. 여러분이 잠시 고난을 겪고 나면, 모든 은총의 하느님께서, 곧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당신의 영원한 영광에 참여하도록 여러분을 불러 주신 그분께서 몸소 여러분을 온전하게 하시고 굳세게 하시며 든든하게 하시고 굳건히 세워 주실 것입니다." (5, 8~10) 라는 말씀을 이미 들어 알고 있었고, 또 그 앎을, 삶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신신당부하신 온 세상에 가서 모든 이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삶을 살았고, 살도록 권고와 함께 기술하고 우리를 복음 선포에 동참하도록 호출하고 있습니다. 복음 선포야말로, 바로 예수 그리스도 제자의 사명이며 동시에 교회의 사명이며 존재 이유라고 담대히 선포합니다. 이 복음을 쓰신 당대 교회는 바로 어려운 박해의 시기였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베드로 사도는 자신은 물론 “나의 아들 마르코” (5,13) 역시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라고 선언합니다. 이는 곧 환난과 시련의 때인 박해에도 복음을 선포할 사도로 선택받았으며, 자신을 선택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표징들이 뒤따르게 하시어, 자신들이 전하는 말씀을 확증해 주셨다.” (16, 20) 고 선포합니다. 이처럼 마르코 사도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이었으며, 하느님의 사도로 선택받은 사람답게 자신의 소명에 충실했고, 그 삶의 결실이 바로 마르코 복음서입니다. 마르코 복음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이신가?, 라는 복음서이기에, 1장 1절 곧 첫 문장부터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란 선언으로 시작합니다. 그러기에 마르코 복음의 핵심, 절정은 바로 9장 9절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라는 베드로의 고백으로 예수님의 신원을 정확하게 알아내어 알려 주었습니다. 아울러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통해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드러내셨다는 점을 이방인 백인대장의 고백을 통해서 재차 확인해 줍니다. 백인대장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15,39)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통해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드러내셨다고 선포합니다. 결국 마르코 사가는 자신이 보고 듣고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마르코 복음서를 기술했으며, 마르코 복음서는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통해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심을 드러내셨다고 선포하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마르코 복음서를 통해 마르코는 누구였으며, 그가 우리에게 남겨 준 복음서를 통해, 자신의 존재와 삶의 기나긴 여정, 곧 시련과 환난을 통해 십자가의 복음을 선포하고 기술하면서 깨닫게 된 메시아 신비, 곧 파스카의 신비를 보고 맛볼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 모든 은혜는 바로 한 사람, 그가 곧 마르코였기에 가능한 기적입니다.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이야기’를 기술한 일입니다. 이 일은 바로 마르코가 마르코답기에 가능했습니다.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하노라.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시다.” (복음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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