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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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24,29)

돌이킬 수 없는 주님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애통하며 절망하던 제자들에게 ‘주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 는 부활의 소식은 어떤 의미였을까 생각해 봅니다. 죽음으로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상황이었음에도 죽음이 더 이상 마지막이 아니라 돌이킬 수 있다는 이 놀라운 사실을 깨달을 때, 제자들은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죽음에서 생명으로 힘차게 달려갔음을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주님은 아주 특별한 모습이나 요란스럽게 제자들에게 다가오시는 것이 아니라 엠마오로 향해 낙담한 채 걸어가는 제자들에게 살며시 다가와서 그들과 함께 걸으셨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슬픔과 낙담으로 눈이 가려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힘들게 길을 걸어가는 우리에게도 그렇게 살며시 다가오셨겠지만, 우리 역시도 세상일로 마음이 분산되어 있어 알아보지 못했는지 모릅니다. 같은 길을 걸어가는 동반자로 두 제자와 함께 길을 걸어가시면서 예수님은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24,17) 하고 묻습니다. 사랑은 상대방이 자신의 문제를 나눌 수 있도록 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것도 그냥 듣는 게 아니고, 자신이 한 이야기를 자신도 듣도록 응답하고 공감해서 들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침통한 가운데 멈추어 서서, 클레오파스가 “아니,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 (24,18) 하고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묻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왜 침통해하신 가를 말할 수 있도록 “무슨 일이냐?” (24,19) 라고, 보다 구체적으로 그들의 문제를 말하도록 질문을 다시금 던지십니다. 그러자 그때부터 제자들은 ‘여인들이 빈 무덤을 발견했으며, 베드로가 직접 눈으로 확인해서 알려준 사실과 주님께서 살아나셨다, 는 소식을 들었지만, 반신반의 상태에서 믿지 못하는 자신들의 답답한 마음을 토로합니다. 어떻게 그런 소문을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죽음이란 돌이킬 수 없는 일인데 어떻게 살아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예수님은 당신 자신에 관한 성경 말씀을 자세히 설명하고 나서 길을 떠나려고 할 때, 두 제자는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24,29) 하고 초대합니다. 초대받으신 예수님께서 그들을 식탁으로 초대하여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자” (24,30) 그때 비로소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내 사라지셨습니다. 낙담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는 잘 듣지 못하며, 슬픔과 실망으로 넋이 나간 상태에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주님께서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에게 하셨듯이, 매일 말씀으로 우리의 귀와 마음을 열어 주시고, 성체로 매일 우리의 닫힌 눈과 마음을 뜨게 해주시어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새로운 희망으로 부활하신 주님을 선포하고 증거하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부활을 확신한 베드로 사도는 모태에서부터 불구자였던 사람에게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 (사3,6) 하자, “그는 벌떡 일어나 걷기도 하고 껑충껑충 뛰기도 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기도 하였다.” (3,8) 이 모습이 바로 부활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부활의 소식은 습하고 암울하며 싸한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지는 성당의 종소리처럼 기쁨과 환희로 넘쳐 ‘알렐루야!’를 힘차게 노래하며 그 기쁨을 누군가와 나눠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주님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주님을 초대하는 마음은 빵을 나눌 때, 제자들은 예수님을 알아보았네. 알렐루야.” (영성체송)

많은 공동체는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엠마오로 가는 길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것처럼 부활 축제 기간에 엠마오를 다녀옵니다. 사순시기 동안 주님의 남은 고난에 열심히 참여한 형제자매들과 함께 여행하면서 사순시기 동안 겪었던 것을 서로 나눕니다. 이 엠마오 여행처럼 누군가가 자신의 인생 여정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의 고마움과 또한 자신의 걱정과 어려움을 기꺼이 들어주는 동반자가 있다는 고마움을 느끼면서 함께 걷는 형제자매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만나는 부활하신 예수님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삶을 살아오면서 들어 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행복의 기준이며, 지금 누군가가 여러분의 십자가와 고난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여러분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기에 여러분 또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그 형제자매에게 행복을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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