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5.29 07:18

부활 제6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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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살아오면서 알아야 할 것은 그 알 때가 되면 알게 되지만, 그 때가 이르지 않으면(=겪어 보지 않으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 엄마는 가끔 섭섭하실 때 누이들에게 이렇게 표현하셨지요. <니들도 시집가서 애 낳으면 에미 속 알꺼여!!>라고는 침묵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표현하듯 <그 때는 몰랐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겪어보고 부딪혀 보고서야 우리는 뒤늦게 깨닫는 게 인생살이인지 모릅니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세상사도 경험해보기 전에는 들은 말의 의미와 본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인데, 우리가 어찌 지상의 일도 아닌 천상의 일을 들었다고 다 들어 알겠으며, 보았다고 다 보아 알 수 있겠습니까? 제자들도 그토록 가까이서 예수님과 함께 생활하시면서 그분의 생각의 표현인 말씀과 행동을 통해서 가르침을 받았건만 정작 중요한 수난의 예고 앞에서 무엇을 말씀하신지를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너희도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느냐?>라는 표현은 그들의 이해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인간의 경험의 한계, 지식의 한계라고 본다면 우리 또한 예외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 신비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시거나 아버지와 아드님에게서 발하시는 성령의 도우심 없이는 하늘나라 신비를 알아들을 수 없는 게 인간의 한계라라고 봅니다.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당신 아버지와 하늘나라의 신비에 대해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지만 알아듣지 못한 제자들을 보면서 마음이 안타까우셨습니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은 점점 닥아 오는데,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오히려 제자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시면서 당황하시는 그분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오실 진리의 성령께 맡기고 스스로 자제하셨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성령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Jn16,12) 그렇습니다. 성령께서 오신 후에야, 제자들은 왜 그 때 주님께서 자신들에게 그렇게 말씀하셨는가를 성령의 기억을 통해서 다시 듣고 봄으로써 차츰 명오가 열리어 진리를 알아들게 되리라는 희망의 여지를 남겨 두셨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Jn16,13)라고 말씀하십니다. 진리의 영께서 파견되신 것은 우리 모두를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시기 위해 오신 것입니다. 주님께서 하신 일 곧 구원을 통해 아버지의 자녀가 된 인류를 성부께 이끌기 위해서 성령께서 오신 것입니다. 아버지가 곧 진리이십니다. 이를 예수께서 가르치셨고 성령께서 이를 이어받아 아버지의 자녀들인 우리에게 동일한 진리를 가르치실 것입니다.

그리고 어제 복음에서 언급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16,8)에서 참되고 거룩한 천상의 진리 안으로 사람들을 이끌 때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받으실 것입니다. (16,14참조) 진리이신 성령은 예수께서 아버지께 들으신 것을, 원하신 것을 말씀하시고 가르치신 것처럼 오직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이 진리이고 생명에 이르는 진리임을 가르치실 것입니다. 성령을 받아들인 사람은 예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고, 예수를 받아들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아버지와 예수님과 성령은 한분 하느님이십니다. 성령께서 예수님께 들으시는 것만을 이야기하듯이 우리 또한 성령께 들은 것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진리를 증언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진리 안으로> 이끌림을 받아야 하고 그 진리 안에서 차츰 진리가 아닌 세상의 어둠으로부터 벗어 나와야 합니다. 우리가 그 어둠에서 빛으로, 거짓에서 진리로 나오기 위해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성령의 은사와 열매로 충만할 때까지 그분들의 사랑 안에 머물며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지 맙시다. 우리 모두는 이미 그분 안에서, 진리이신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사도17,28) 모든 것은 다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 모두 진리를 위해 몸 바치는 사람들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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