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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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상속자다. 자, 저자를 죽여 버리고 우리가 그의 상속 재산을 차지하자.” (21,38)

푸시킨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라고 읊었습니다. 지금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꿈을 잃지 않고 살라고 노래한 것이겠죠.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간직하고 꿋꿋이 하느님의 때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존재들이 그리스도인입니다. 물론 그 꿈이 이루어지기까지 때론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시기와 함께 그로 인해 많은 삶의 시련과 고난을 겪게 되겠지만,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21,42)라고 노래할 날이 기어이 오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이 이루신 기적을 기억하여라.”(시105,5) 하는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수석 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로부터 배척과 거부를 당하시자,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를 통해서 그들의 속내를 들추어 내보입니다. 그러자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예수님을 붙잡으려 합니다. 그런데 포도원 소작인의 비유처럼 모든 일은 일어났으며 다만 그들의 악행을 통해서 하느님의 구원 계획 또한 이루어질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루신 일의 결과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이들은 하느님 나라를 빼앗겠지만, 그 나라는 죽음으로 새롭게 태어날 하느님 백성의 몫이 될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 말씀을 보충합니다. “그들의 잘못으로 다른 민족들이 구원을 받게 되었고, 그들의 잘못으로 세상이 풍요로워졌습니다.” (로11,12) 우리 역시도 삶의 시련 속에서도 하느님의 꿈을 마음에 간직하며 신뢰를 주님께 두고 살아갑시다. 

예수님은 제자들 곧 우리 모두와의 관계를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요15,15) 그러면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 고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여라.” (요15,20) 라고 분수 넘는 행동을 자제하도록 다짐하셨습니다. 일은 종이 하지만 종은 단지 주인의 뜻에 따라 충실히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실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자칫 주인의 뜻이나 의도보다 자신의 의도나 뜻이 우선할 때 불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인이 잘한다, 참 잘한다, 했다고 해서 요강 씻어서 찬장에다 엎어놓으면 되겠어요? 행주 빨아서 부엌 바닥 훔치면 되겠습니까? 살다 보면 모자라는 것도 지나치게 넘치는 것도 사실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더욱 남의 집 일을 맡아서 할 때는 그러해야겠지만, 하느님의 집일을 할 때는 특히 일의 결과보다 더 중요한 점은 얼마만큼이나 하느님의 뜻에 충실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본래 종이란 남을 위해서, 남 밑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종은 주인의 명령을 듣고 그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순종하면 되는데, 이처럼 순종은 종에게 필요한 덕목입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종의 축복은 그냥 주인이 시키는 일을 잘하면 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주인이 질 것이기에 근심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인의 명령 곧 자신에게 맡겨진 일만 충실히 하면 되지 책임은 주인의 몫입니다. 이것이 바로 종의 축복이라고 느껴집니다. 주인이 자신에게 맡긴 일을 충실히 할 때 그 종에게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고 친구처럼 신뢰하고 더 큰 일을 맡기겠지만, 반대로 주어진 일을 충실하지 않고 자기 뜻대로 하려고 하는 종을 향해서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 (요13,16) 라고 일침을 놓을 것입니다. 우리는 세례 성사를 통해서 예수님을 우리의 주님으로 곧 주인으로 섬기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이며 실제적으로도 영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주인님의 종인데, ‘불충한 종이기보다는 충성스런 종이 되어야 주인이신 주님의 사랑과 총애를 받지 않겠느냐?’ 이게 오늘 복음의 요지입니다. 

주님은 소작인들을 당신 친구이며 종으로, 당신 자녀이며 일꾼으로 그들을 선택하시어, 포도원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나라의 포도밭을 그들에게 맡겼습니다. 콩 심어라, 팥 심어라, 하고 일절 관여하지 않고 모든 것을 그들에게 다 맡겼습니다. 주인은 소작인들을 믿고 맡겼는데, 그들은 그 주인의 신뢰와 믿음을 저버리고 배반했습니다. 자기 몫의 소출을 받으러 주인이 보낸 종들을 때려주고 심지어는 죽였습니다. 주인은 소작인들의 불충한 행동에도 마지막까지 그들의 신뢰를 기대하면서 “내 아들이야 존중해 주겠지” (21,37)하며 자기 아들을 보냅니다. 그런데 그들은 주인의 기대를 저버리고 상속자인 아들마저 “붙잡아 포도밭 밖으로 던져 죽여”(21,38) 버리고 상속 재산인 포도밭을 차지하려고 그리하였습니다. 이 포도밭과 소작인의 비유는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너무도 명백해서 해설이고 뭐고 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예수님께서 하신 이 비유의 이야기를 들은 수석 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은 이 비유를 듣고서 자기들을 두고 하신 말씀인 것을 알고, 예수님을 붙잡으려고 하였으나 군중이 예수님을 예언자로 여겼고 그들이 두려워서 손을 대지 못했다고 오늘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21,45~46참조) 오늘 복음을 함께 묵상하면서, 하느님께서 믿고 맡긴 일에 열심히 일했을지는 모르지만, 종이란 신분을 망각하고 도를 넘어서 자신들에게 주어질 몫에 욕심을 부리거나, 심지어는 예수님의 이름을 팔아 장사하는 악한 교회 안의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교회 봉사자들의 처신과 행동을 반성하게 합니다. 물론 교회 안의 일꾼으로 불린 어떤 분들은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세상 사람들이 다 압니다. 만일 그런 지탄받고 있다면 마음으로부터 깊이 반성하고 뉘우쳐야 하리라 봅니다. 저는 믿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나라의 포도밭을 가꾸는 일을 부족한 저에게 맡기셨고, 그 일을 하면서 헤아릴 수 없는 은총과 사랑을 베푸셨으며 지금 누리는 이것도 제게 과분한 특은입니다. 주님께서는 저에게 부당하게 많은 소출을 내라고 강요하신 것이 아니라 다만 당신의 뜻대로 최선을 다해서 충실히 일하도록 바라실 뿐 사실 소출은 결코 염두에 두시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사순 3주일의 복음인 성전 정화를 하신 주님의 말씀을 기억한다면 더 깊이 이해되리라 생각됩니다. 성전을 장사하는 집으로 전락시키고 그에 따른 이득을 취하는 장사꾼들과 종교 지도자들에게 향한 예수님의 통렬한 꾸짖음의 반향으로 들려옵니다.  “주님, 저를 당신 포도밭에 일꾼으로 불러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제게 맡겨진 일을 충실히 최선을 다하여 수행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고, 일에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다만 당신 뜻만을 마음에 새기며 성실하고 충실하게 일하겠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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