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9.06 07:30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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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단식하면 1983년 5.18 3주년을 맞아 김영삼 단식 농성 사건 그리고 최근엔 세월호 진상을 위해 단식을 하던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자신들의 체중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또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다이어트>가 아닌 <단식>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 사실 둘은 전혀 다릅니다. 다이어트는 자신의 몸을 가꾸는 자기중심적인 멋과 건강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라면, 단식의 초점은 하느님께 향하고 있으며, 참회와 속죄로 자신을 정화시켜 하느님이 창조하신 인간으로 돌아가려는 마음가짐이자 마음의 태도입니다. 이제 세상은 단식 보다 다이어트에 집중한다는 것은 하느님과 영적인 세계보다 세상이 주는 매력 곧 상품가치(?)로써 자기 자신에만 집착한다는 뜻이라고 봅니다.

 

전도여행을 통해 지나가신 마을과 고을 마다 권위 있는 가르침과 기적과 치유 행적으로 말미암아 예수님의 명성이 순식간에 카파르나움을 넘어 사마리아와 유다지방 일대 방방곡곡에 퍼져나가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침내 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온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도>(Lk5,17) 예수께서 활동하고 계신 곳에 파견되었으며, 중풍병자를 낫게 하시고(5,17~26) 심지어 죄인들과 함께 어울려 음식을 나누자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당신들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오?>(5,30)라고 못 마땅하게 여겨 트집을 잡았던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5,31)는 말씀을 통해서 죄인들과 어울리는 자신의 분명한 의도를 제시하고, 함께 식사함은 바로 그들의 회개와 죄사함을 위한 것임을 명백히 밝히셨습니다. 결국 그들이 처음 트집을 잡고자 했던 <죄인들과 어울림>에 대한 시비에서 <단식>에 대한 문제로 예수님을 걸러 넘어지게 하려고 재차 문제를 제기했던 것입니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오늘 복음을 묵상한다면 잘 이해할 수 있겠고, 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복음(5,33~39)은 <단식에 관한 말씀>과 <옷과 포도주>를 소재로 하는 두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복음의 초점은 예수님과 적대자들 사이의 단식 논쟁에 있다고 봅니다. 사실 2차 유배 이후 자발적인 단식이 유대교에 자리 잡게 되었고, 특히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메시아의 도래를 준비하는 뜻으로 일주일에 두 번(월,목요일) 단식하였습니다. 또한 세례자 요한과 그의 제자들도 자주 단식하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18,12;Mc1,6;Mt 11,19) 이런 배경에서 오늘 복음에 의하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요한의 제자들은 자주 단식하며 기도를 하고 바리사이의 제자들도 그렇게 하는데, 당신의 제자들은 먹고 마시기만 하는군요.>(5,33)라는 질문에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혼인잔치에서의 신랑, 새 천 조각, 그리고 새 부대와 새 포도주에 비유하시면서 혼인잔치가 벌어지는 동안에 신랑이 손님들과 단식을 하거나 곡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고 답변하십니다.(5,34.35참조) 혼인잔치는 무릇 흥겨운 축하의 자리이기에 모두가 넉넉한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며 기쁨이 넘치는 시간이기에 단식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제자들도 머지않아 <신랑이신 예수님을 빼앗길 날>이 오게 되고, 예수님께서 더 이상 자신들과 함께 있지 않을 때, <그 때가 오면 단식을 하게 될 것입니다.>(5,33-35절 참조)

 

<새 옷과 헌 옷, 새 포도주와 묵은 포도주, 새 부대와 헌 부대>를 소재로 한 비유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생활의 지혜를 담고 있지만, 단식에 관한 예수님의 의도를 한층 더 또렷하게 밝혀주고 있다고 느낍니다. 혼인잔치로 표상한 예수님의 메시아로서의 도래는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말합니다. 이제 헌 것은 가고 새 것이 도래했습니다. 낡은 시대와 낡은 질서는 가고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질서가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온 누리의 모든 것이 새로워졌고 새 하늘과 새 땅(2베3,13;묵21,1)이 이미 도래했습니다. 새로이 도래한 하느님 나라를 낡고 묵은 정신을 가지고 맞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형식만을 중시했던 낡은 단식법보다 사랑과 희생의 정신으로 마음을 다하여 단식을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표현처럼 비록 불편했지만 옛 것이 익숙하고 젖어 살다보면 몸에 더 맞는 것처럼, 묵은 포도주를 마시던 사람은 새 포도주를 원하지 않는 게 단지 포도주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네 인생과 인생에서 빚어진 습관과 질서 그리고 관계에서도 적용됩니다. 술을 마시지 않고 술 맛도 잘 모르지만, 사람들의 표현에 의하면 묵은 포도주는 달고, 새 포도주는 떫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그러기에 여기서 언급한 묵은 포도주와 새 포도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우리 역시 이미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 포도주처럼 이미 도래한 하느님 나라를 향한 준비는 마음의 <어느 한 조각> 한 부분으론 불가능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질서인 하느님 나라에 걸맞은 사고-행동 방식의 전적인 회개와 변화를 촉구하시는 것입니다. 당장은 맛이 좀 떫고 불편하더라도, 지금은 새 옷이 잘 맞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새 포도주 맛에 적응될 것이며, 새로운 옷에 익숙해져서 자유롭고 편안해 질 것입니다. 이렇게 이미 시작한 하느님 나라에 적합한 삶의 새로운 태도를 배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들은 실컷 먹고 배불렀네. 주님은 그들의 바람을 채워 주셨네.>(시7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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