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9.18 08:05

연중 제24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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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장을 보러 갔던 기억이 새삼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어린 날의 장터는 우리 모두에게 아름답고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찬 곳으로  마음에 새겨져 있습니다. 특히 시장에서 펼쳐지는 놀이판은 장터에 구경 나오는 사람들을 신명나게 하는 힘이 있었습니다. 저희 집은 시내 한 복판에 위치하고 있는 상설시장에서 가까운 곳이라 그런 광경을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랫장이 몇일 장인지 기억이 없지만, 장날이 서는 날이며 온갖 새로운 물건들과 몰려든 사람들로 넘쳐났기에 사람 내음과 삶의 끈적끈적한 질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고 기억됩니다. 세상의 변화만큼 장터 또한 놀랍게 변신했지만 예전의 향수가 그리울 때는 한 번씩 들러보는 것이 장터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세례자 요한이 와서 빵도 먹지도 않고 포도주를 마시지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하고 비웃더니, 예수님이 와서 먹고 마시자,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라고 말하는 이 세대의 사람들을 장터에 노는 아이들에 비유해서 고발하십니다.(Lk7,31~35) <그들은 장터에 앉아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7,32) 결국 그들의 눈에는 어떤 존재이든 어떤 삶을 살든 상관없이 자기 위주의 관점과 시선에서 판단하고 비난하는 이중적인 편견과 아집이 있었다고 보여 집니다. 여기서 인용한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는 가사는 당시대 어린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마치 어렸을 때, 골목에서 아이들이 고무 줄 넘기 하면서 부르는 노래처럼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언급한 장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로 북적대는 공공장소이며, 이 장터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상품을 사고파는데 있습니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이고, 물건을 사도록 흥미와 시선을 끌기 위해서 큰 소리가 날 수 밖에 없는 곳이라 결코 기도하기 어려운 시끄러운 곳이라는 사실입니다. 장터는 상인과 손님 사이에 흥정을 위해 소리에 더 큰 소리로 주고받음을 통해서 각자의 이익(=상인과 고객 입장에서)과 요구를 관철시켜야 하는 소란한 자리입니다. 자기의 이익과 주장만을 외쳐 대는 장터와 같은 곳에서 하느님을 만난다는 것(=이기적인 자기중심이 아닌 타인 중심적이고 남을 배려하고 남을 위해 섬기도록 바라시는 하느님)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어디 손해보고 장사하는 분 보셨나요. 사실 안면이 있다고 늘 장사꾼이 하는 표현, ‘손해보고 주는 것입니다.’라는 말에 속지 마세요. 장사꾼은 본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사람이지 자선 사업가는 아닙니다. 벳남에서 제가 경험한 것은 단골 가게이고 분명 얼굴도 알고 신부라는 것도 아는데도 외국 사람이라해서 가격을 속일 때는 참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제게 별 큰 액수는 아니기에 말없이 속아줄 수도 있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매번 속고 나면 다시는 가지 않는 게 사람이 마음이잖아요. 그래서 전 시장 보다 가격표가 붙은 곳을 선호하는 까닭은 흥정하는 게 너무 싫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사지 않을 때, 구경할 때는 시장이 적합한 장소이지요. 사람 냄새도 맡고...

 

장터에서 놀이하는 아이들의 비유에서 <피리를 불어 주어도 춤추지 않고, 곡을 하여도 울지 않았다.>(6,32)는 표현에서 <피리와 춤>은 잔치놀이를, <곡과 울음>은 장례놀이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이라는 것은 본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잔치에는 술과 음식을 함께 먹고 마시는 기쁨과 즐거움이 수반하지만, 장례에도 술과 음식이 필요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슬픔과 애도 분위기가 우선하기에 절제와 참회의 마음이 필요하겠지요. 이렇게 놀이의 특성과 분위기에 맞게 장례놀이는 회개와 참회의 세례를 선포했던 금욕주의자 요한에 비유되고 있으며, 잔치놀이는 혼인잔치에서 신랑의 역의 맡아 잔치에 초대받은 모든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먹고 마셨던 예수님을 암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당대의 어린아이들이 즐겨 부른 동요(?)에 빗대어, 요한의 세례를 거부하고 당신의 가르침을 외면한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을 간접적으로 그들의 태도를 비판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요즘 자주 표현되는 제3의 길을 걸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위기에 처한 자신들의 입지와 권위를 지키기 위한 보신책으로 그리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한 발상에서 나온 해결책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자기 편리대로!!!

 

우리는 매일 수많은 희비가 교차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잔치가 또 다른 편에서는 장례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곧 우리네 인생입니다. 슬퍼할 때가 있으면 기뻐할 때가 있고, 함께할 때가 있으면 떠날 때도 있기 마련인 것이 인생살이입니다. 이렇게 잔치와 장례가 뒤섞이고 교차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아갈 수밖에 없기에, 중요한 것은 잔치놀이든 장례놀이든 놀이가 벌어질 때 마다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그 놀이에 함께하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뒹굴면서 매 순간을 만끽하면서 참여하고 호응하며 교류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선뜻 그 놀이에 몰입하지 못하는 가를 침묵 가운데서 가끔은 내면의 소리를 들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바람직한 장터는 바로 우리 내면의 공간입니다. 이 영적인 장터인 영혼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정한 인생살이를 살아가게 되고 그런 만큼 삶은 점차적으로 활기와 활력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리라 여겨집니다. 이는 곧 사도 바로로가 사랑의 찬가에서 말하고자 했던 <더욱 뛰어난 길>(1코13,31)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재산을, 능력을, 지식을 가졌다 한들 인생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함께 어울림 속에서 나누는 삶의 신비 곧 사랑의 지혜는 결코 누리지 못할 것입니다.<지혜가 옳다는 것을 지혜의 모든 자녀가 드러냈다.>(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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