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마치고 어제 귀원했습니다. 휴가 중에 수도원에서와 달리 아침을 제외하고 매끼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맛있는 음식도 한 두 번이면 족하지 같은 음식을 며칠 동안 계속 먹다보면 질리는 것처럼,
지난 월요일부터 오늘까지 예수님께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책망하시는 내용을 듣다보니 별 감흥도 없고 답답합니다. 오늘 복음도 어제 그제에 이어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겉과 속이 다름에 따른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행위(=언행불일치)를 질책하시고 계십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외적인 행위보다 내적 지향(=동기)을 더 강조하셨지요. 예를 들면, 진복팔단에서 예수님께서는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뵙게 될 것이다.>(5,8)는 말씀을 통해서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지 않는다. 오히려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15,11)는 언급에서도 강조하신 것은 안(=생각과 지향/내적 동기)에서 나오는 것이 본인과 이웃과 세상을 더럽히는 요인이기에 정결예식에서 중요한 것은 외적인 의식 즉 잔과 접시의 겉을 닦는 것 보다 먼저 잔 속(=마음)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23,25참조)
이처럼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겉(=외적 행동)과 속(=내적 동기)이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기에 그런 그들을 향해 <회칠한 무덤>(Mt23,27)과 같다고 책망 하십니다. 여기서 말하고 있는 회칠한 무덤이란, 옛날 이스라엘 사람들은 시골에 있는 무덤들을 사람들이 즉시 알아오고 우발적으로라도 무덤을 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회를 칠해야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무덤에 닿게 되면 의식상 부정하게 되어 기도나 예배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풍습을 알고 계신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회칠한 무덤>이라고 호칭한 한 까닭은, 회칠을 칠함으로써 무덤의 겉이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실상 그 속은 썩은 것으로 가득 차 있듯이 그들도 겉으로는 의로운 사람같이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질책하신 것입니다.
저는 모든 과일을 좋아하지만 어렸을 땐 이상하게 수박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제게 왜 수박을 좋아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면, 수박은 겉과 속이 달라서 싫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벳남에서 살면서 벳남 양성자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가장 싸고 흔한 게 수박이다 보니 그 때부터 수박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나이 들어가면서 체질이 바뀐 까닭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무튼 어렸을 때부터 겉과 속이 다른 수박을 저는 좋아하지 않았고, 그러기에 저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참사람이란 表裏不同(표리부동)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言行一致(언행일치)하는 사람입니다.
*오늘은 성 아우구스티노 축일입니다. 제 주보성인인 아우구스티노 성인처럼 저 역시도 주님 앞에 늘 깨어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