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7.23 09:13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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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누군가를 만날 때 책방에서 책을 읽으면서 사람을 기다립니다. 책방에서 우연히 잡은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의 <틈 그리고 튼튼함>이란 부분에 보면, <어느 스님이 “탑을 만들 때 묘한 틈을 줘야 해.”라면서 ”탑이 너무 빡빡하거나 오밀조밀하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내려 앉아. 어디 탑만 그렇겠나. 뭐든 틈이 있어야 튼튼하고 오래가지!> 물건도, 사람과의 관계도 틈은 중요하며 어쩌면 채우고 매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런 생각이 떠 오른 것은 오늘 복음의 ‘밖에’ 서 계신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과 달리 ‘안에’ 있는 군중들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단지 <밖>에 있는 가족들과 <안>에 있는 군중들에 대한 당신과의 관계의 친밀성이나 관계의 끈끈함을 비교 우위의 차원에서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제자들에게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저 역시도 젊은 날, 고향과 고향 근처 본당에서 피정을 할 때 제 어머님은 자주 오셨기에 오늘 예수님을 찾아오신 어머니 마리아와 형제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닥아 옵니다. 아무튼 예수님께서 군중들에게 가르치고 계실 때, 제자 중 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과 이야기하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Mt12,47)라고 전하자, 이를 계기로 예수님께서 자신을 따르고 자신의 가르침을 살려고 노력하는 제자들을 보고서,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12,49.50)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혈연의 가족 관계를 부정하신 것이 아니라 이미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시작한 이상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한 사람이 바로 하느님의 자녀이며 가족>이라는 역설적인 강조인 것입니다.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면서도 아직 온전히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지 않은 사람들을 향해, <나에게 ‘주님, 주님!’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7,21)고 말씀하셨을 뿐만 아니라,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들과 같을 것이다.>(7,24)고 가르치셨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은 상태였던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어머니 마리아 보다 자신의 존재와 삶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살려고 했고 살았던 사람>이 있었을까요. 하느님 나라에서 보면. 혈연이든 지연이든 그 어떤 것 보다 더 중요한 하느님의 영적 가족 구성원은 <하느님의 뜻을 실행 여부>에 따라 <안과 밖>이 구분짓게 되는 것이며, 관계의 친밀도를 결정하는 본질적인 요인인 것입니다. 어떤 위치에 서 있느냐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행 여부>가 하느님 가족의 구성원이 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입니다.

 

물론 복음에서는 예수님의 형제들이 어떤 이유나 의도에서 찾아 왔는지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허나 예수님의 형제들이 자신의 방식으로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 진정으로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 역시도 더 더욱 예외일 수 없으며 날마다 <아빠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삶을 선택하고 실천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분과의 영적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이며 예수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집착이 아니라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틈을 갖는 것이며 그 틈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실행할 수 있는 여백이며 여유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랑의 구심력 보다 사랑의 원심력을 더 강조하시고 실천하신 분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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