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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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청주 척산리 수련소에서 생활할 때, 밭일을 좋아하는 수련자 덕분에 밭농사 짓는 것을 유심히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그 때 알게 된 것은 <새 밭>을 일구는 것 보다 <묵정 밭>을 일구는 게 힘이 더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지난 수요일 복음에 대한 해설판인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누구든지 하늘나라에 관한 말을 듣고 깨닫지 못하면>(Mt13,19)으로 시작하는 예수님의 해설이 무겁게 마음을 짓누릅니다. 처음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은 어쩌면 <새 밭>처럼 작은 사랑과 은총으로도 쉽게 마음을 열어 말씀을 듣고 깨닫지만,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온 사람은 <묵정 밭>과 같이 말씀을 빨리 듣기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무뎌지고 굳어져 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혹여 지금 말씀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 마음의 밭이 <묵정 밭>과 같은 상태가 아닌지 깊이 숙고해 볼 일입니다. 지난 세월 동안 무수한 말씀의 씨앗이 내 마음에 뿌려졌지만, 그 무수한 씨앗들이 죽어버린 것이 우리 마음의 경직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마음의 잡식성 내지 편식성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닐까 반성해 봐야 합니다. 

 

사실 신앙생활, 영적생활을 하면서 느끼지만,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서 인간의 가장 위대하고 성스러운 점은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信望愛적인 응답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까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면 인간은 <주님, 당신 종이 여기 있나이다. 말씀하십시오.>라고 듣습니다. 그 분이 문을 두드리시면 <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고 문을 엽니다. 그 분이 씨를 뿌리시면 <겸손한 마음>으로 받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말씀의 씨는 사막과 같이 척박해진 인간의 마음의 정원을 에덴과 같은 동산으로 복원하시려는 게 하느님의 구원 의도이며 섭리인 것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위대한 구원 계획에 대한 인간의 가장 바람직한 응답은 자신의 마음을 활짝 열고서 말씀을 듣고- 문을 열며- 씨를 받아들이는 겸손에 달려 있습니다. 겸손이 인간 응답의 최상의 몫입니다. 

 

가난한 마음, 깨끗한 마음, 겸손한 마음의 소유자들은 철저하게 낮아지고 부서진 영혼들이며 그러기에 오롯이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내어맡긴 존재들입니다. 말씀의 씨앗을 받아들이는 것도 겸손이며, 받아들인 말씀의 씨가 뿌리를 내리고 자라서 결실을 맺게 하는 것도 바로 겸손입니다. 비유에 언급이 없지만, 씨와 받아들이는 겸손한 마음의 밭 외에 씨가 발아하기 위해 필요한 수분과 같은 성령의 작용에 민감하게 응답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도 바로 겸손입니다. 씨인 말씀과 수분인 성령은 시초부터 떨어질 수 없는 한 짝으로 함께 일해 왔으며 특히 인간의 영혼 안에서 말씀의 씨가 발아하고 성장하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서로 협력하는 관계입니다. 마음의 밭에서 씨가 발아하기 위해 성령께서 활동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는 바로 낮추어짐과 부서짐으로 비워 있는 겸손 보다 더 나은 상태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영혼의 밭에 좋은 씨가 뿌려질 경우, 성령의 도움인 수분을 공급받아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결실과 열매를 수확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씨 뿌리신 예수님을 통해 말씀의 씨를 뿌리고 수분인 성령을 통해 좋은 땅에서 많은 열매를 맺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이며 계획하신 뜻입니다.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 열매를 맺는 사람들은 행복하여라!>(Lk8,15참조)

 

* 오늘은 성모님의 사랑스런 부모님이신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축일입니다. 축일을 맞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함께, 부디 자녀들에겐 훌륭한 부모로 기억되시고, 자녀들로 인해 삶의 기쁨이 넘쳐나길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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