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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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가친은 낚시를 즐겨 하셨고, 제 남동생은 가끔 아버지와 함께 낚시 여행을 가기도 하였지만 저는 낚시를 좋아하지 않아 한 번도 동행한 적이 없습니다. 제주 표선 성당 본당신부로 사목할 때도 신자들이 바다낚시 가자고 권유하기도 하였지만 함께 가서 고기를 낚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베트남 살면서 쉬고 싶을 때 호치민에서 가까운 무이네를 가끔 혼자 쉬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 무이네 해변을 걷다가 어부들이 그물로 고기를 잡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베트남의 어부들은 통버이(=대야처럼 둥그렇게 생김)라는 대나무로 엮어 만든 바구니 배로 연안으로부터 백 미터 이상을 나아가 물고기를 그물로 잡습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에 떠 있는 수많은 통버이의 모습은 아침 햇살과 더불어 참으로 장관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물고기를 잡은 통버이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모래밭으로 끌어올려 지면,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이 함께 잡은 물고기나 다른 것들을 선별하고 분류해서 이내 팝니다. 그 중 어떤 물고기들은 너무 작아서 버려지는 것도 많더군요.  

 

오늘 복음에 보면 <하늘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Mt13,47)고 예수님께서는 표현하십니다. 하늘나라가 그물과 같다고 하니 여러분들은 이해가 되시고 알아 들으셨나요. 예수님께서 첫 제자들인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에게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4,19)하고 말씀하시면서 부르셨고, 그러자 그들은 즉각 그물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라 나섰습니다. 이처럼 하늘 나라는 마치 바다에 그물을 던져 고기를 모아들이는 그물질처럼 사람을 낚는 것입니다. 어떤 고기를 잡기 위해 그물을 바다에 던지는 것일까요? 바다는 마치 세상과 같은 개념이며, 이 바다에는 하느님이 누구신지 아는 사람도 그리고 아직 하느님이 누구신지 미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남에게 봉사하는 사람도 남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도, 희망으로 넘친 사람도 절망으로 죽어가는 사람도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봅니다. 그런 바다는 때론 잔잔할 때도 있고 엄청난 파도가 밀려 올 때도 있으리라 상상해 봅니다. 그러기에 하늘나라의 그물질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일단 세상이란 바다에 그물을 던져 그물에 잡힌 고기를 모래사장에 끌어올릴 것입니다. 그 그물 안에는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죄인도 의인도 함께 걸려드리라 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그리스도인들이 던진 그물에는 흡사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시>(5,45)듯이 모든 종류의 고기들이 그물에 걸려 올라오리라 봅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그물을 쳐서 잡아 올린 고기들을 뭍의 모래밭(=안전지대:교회)으로 끌어올려 놓고 앉아서 크고 좋은 고기들은 그릇에 담고, 작고 나쁜 고기들은 밖으로 던져 버리는 일은 교회의 지체들인 우리들의 일이라고 봅니다. 교회 안에 다양한 소임과 직책이 있겠지만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다 함께 사람 낚는 어부들(= 복음을 선포하는 선교사)입니다. 좋은 고기인지 나쁜 고기인지 선별하는 식별작업을 위해 교회 공동체 지체인 우리는 영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식별력은 우리 시대에 정말 중요하고 막중한 능력이며 책무이기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하느님의 뜻을 식별할 수 있는 힘은 아무래도 하늘나라의 교육을 받은 율법학자(=성직자로 국한한 것이 아님)만이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런 식별력은 끊임없는 기도생활을 바탕으로 신학적인 선지식과 함께 풍부한 영적 체험을 한 사람이 적합하리라 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비유를 말씀하신 뒤 <너희는 이것들을 다 깨달았느냐?>(13, 51) 하고 물으십니다. 비유의 의미를 깨닫는 것은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야 할>(13,48) 제자들의 선택과 분류의 삶의 실천에서 중요한 직무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늘나라의 제자가 된 율법학자는 모름지기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기>(13,52) 때문에 솔로몬처럼 <주님의 말씀을 듣는 마음과 선과 악을 지혜롭게 분별할 수 있는 마음>(1열3,9)의 식별력이 있어야 합니다. 진정 하늘나라의 곳간 지기는 머리를 잘 굴릴 수 있는 능력이 아닌 마음을 잘 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며 이런 사람은 어느 때든지, 어느 곳에서든지, 어떤 문제를 만나든 늘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아닌 하느님의 마음(=시선)에서 문제를 바라보기에 적절한 지혜로 대처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닫힌 마음이 아니라 늘 열려 있고 더욱 자신의 이익 보다 타인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기에 누구에게 상처를 주거나 누구를 희생하는 편협된 지혜가 아니라 늘 타인의 행복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마음에서 타인을 자유롭게 하는 지혜를 선용하리라 봅니다. 하늘나라의 곳간 지기는 언제나 현명한 솔로몬처럼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마음, 하느님의 마음으로 사람들의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마음을 잃지 않도록 성령의 이끄심에 민감해야 합니다. <주님, 저희 마음을 열어 주시어 당신 아드님 말씀에 귀 기울이게 하소서.>(사16,14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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