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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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 주님께서 너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모두 알려라.” (5,19)

오늘 복음에는 평범한 곳이 아닌 평범 하지 않는 장소, 두 곳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호수 건너편 곧 이방인 땅과 무덤이 그곳입니다. 복음의 게라사인들의 지방은, 곧 이방인의 지역입니다. 그 지역은 율법에서 식용이 금지된 돼지를 키우는 지역, 더럽고 추악한 지역입니다. 또 한 곳은 바로 무덤입니다. 예전 어린 시절 자신의 담력을 과시하기 위해 한밤중에 공동묘지로 달려간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공동묘지는 생명의 지역이 아닌 죽음의 땅이며, 무덤은 세상과의 단절이자 타자와의 관계의 차단을 상징합니다. 무덤에서 살았던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은 인간이란 본디 관계 속의 존재 곧 거짓된 자아와 참 자신, 자신과 타인, 자신과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는데, 이 관계에서 벗어나 고립되고 단절된 삶 곧 지옥과 같은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런 존재였기에 밤낮으로 무덤에서 괴성을 지르고 돌로 제 몸을 찢곤 하였는데, 예수님을 보고 달려와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하며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 당신께서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를 괴롭히지 말아 주십시오.”(5,6.7)라고 소리칩니다. 자기의 이름을 ‘군대’라고 밝힌 더러운 영은 나아가서 “자기들을 그 지방 밖으로 쫒아내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청합니다.” (5,10) 다만 가까운 산에 놓아기르는 돼지들에게라도 들어갈 수 있도록 청하자, 예수님께서는 그 더러운 영들을 돼지들 속으로 들어가게 하였습니다. 고, 마침내 발작한 돼지들은 비탈을 내리 달려 호수에 빠져 죽고 말았습니다. 실제로 게라사는 갈릴래아 호수 동편의 골란고원 중턱에 있으며, 돼지들이 비탈을 내달려 호수로 빠져들었을 장면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모든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 예상하지 않은 일이 발생합니다. 그 발단은 돼지 치는 이들이 고을과 촌락에 달려가 아마도 주인들일지 모르지만, 주민들이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난 다음에 “예수님께 저희 고장을 떠나 주십사고 청합니다.” (5,17) 언뜻 이해되지 않는 반응이지만, 돼지를 잃은 주민들이 쓸모없는 미친놈 하나 구하려고 자기들의 재산인 돼지들을 죽였으니, 또다시 다른 곳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와 걱정에서 그렇게 간곡히 떠나 주시라고 부탁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 일이 단순히 그때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별 쓸모없는 한 사람 살리자고, 천연기념물 살리자고, 문화재 보존하자고 개인 사유지와 재산을 희생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게라사인들의 반응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지역에 만연해 있는 님비 현상 아닌가요. 님비NIMBY현상이란 ‘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는 영어의 약자이며 위험 시설과 혐오시설을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행동을 지칭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게라사인들은 미친놈(?) 하나 살리려고 자기들 재산을 축냈으니 요즘 같으면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할 법하다, 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한다면, 비록 재산은 잃었어도 죽었던 사람이 살아났고 그로 인해 다들 두려움에서 이제 벗어났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며 기적과 같다, 고 생각할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 따뜻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놀라운 일이, 기적이 일어나더라도 나에게 손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팽배합니다. 

마귀 들렸던 이가 제 정신을(5,16) 차리고서 “예수님께 같이 있게 해 주십시오.”(5,18)라고 청하였지만 예수님은 이 간청을 허락하지 않으시고 “집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 주님께서 너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모두 알려라.” (5,19) 고 말씀하시며 가족에게 돌려보내십니다. 이런 조치는 일차적으로 악령에 들림으로 고립되고 단절된 가족과의 관계 회복 그리고 더러운 영이 나갔지만, 아직도 가족 상호 간에 서로 주고받았던 여러 가지 상처의 치유와 화해가 선행되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또 다른 한편 그가 마귀에서부터 벗어난 것은 사실 자신이 먼저 벗어나고자 하는 적극적인 의사 표명이나 의지가 아니라 더러운 마귀들이 예수님의 정체를 알아보고 두려움에서 돼지들에게 들어가겠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의 태도를 보시고 예수님은 자신을 따르겠다는 그의 청을 허락하시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우리 또한 마귀에 사로잡힐 수 있지만 그때보다 적극적으로 예수님께 “저를 낫게 해 주십시오.”라고 간청해야 합니다. 결국 그 사람에게 요구되는 일은 예수님을 따르는 것보다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해 주신 모든 일을 데카폴리스 지방에 선포하기 시작하였다.”(5,20)라는 표현에 함축된 것처럼, 사마리아 여인처럼 이방인 지역의 선교사로 선택되었음에 감사하면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서,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됩니다. 마귀 들렸던 이처럼, 우리 또한 주님께서 우리에게 해 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알려야 합니다. “우리 가운데에 큰 예언자가 나타나셨네. 하느님이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네.” (복음 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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