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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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 (7,5)

2007년 요양병원에서 원목 사제로 일하면서 배운 것 하나는 1820의 생활화입니다. 이 숫자는 하루에 8번, 흐르는 물에 20초 동안 손을 씻을 때, 자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유익하다는 표어입니다. 외출하고 되돌아와서, 특히 음식을 손으로 먹는 습관이 있다면 당연히 손을 씻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 기본 수칙이라고 봅니다. 더욱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지내오면서 이런 습관은 어느 정도 정착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보통 전염병을 예방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예방주사가 있는데, 손 씻기도 여기에 포함되다 보니, 손 씻기가 세상에서 가장 안 아픈 예방주사라는 말도 생겼다.

이그나츠 제멜바이스(1818~1865)는 산모들의 사망원인을 고민하던 중 절친한 친구 의사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산욕열로 인한 죽음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연구 끝에 출산을 담당하는 의사들이 손을 씻으면 산욕열 발생률이 확 낮아진다는 점을 밝혀냈으며, 1847년 손 씻기를 자신이 조수로 일하는 병동에서 실시하여 산욕열로 인한 해당 병동의 죽음을 15분의 1로 줄였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보수적인 의사들에 의해 결국 막혔고 이후 그는 우울증에 시달려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당했다가 결국 그곳에서 패혈증이 악화되어 비참하게 일생을 마쳤습니다. 위 일화에서 알 수 있듯 당시 유럽인들은 손 씻기를 매우 혐오했었습니다. 어느 정도였나 하면 손을 씻는 사람을 깐깐하고 결벽증 있는 사람으로 몰았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현대와 반대로 무굴제국 귀족들은 손도 안 씻고 밥 먹는 영국 귀족들을 보고 더러운 놈들이라고 비웃었고 영국 귀족들이 거꾸로 야만인이라고 하던 인도인들에게 배워서 핑거볼이라고 하여 밥 먹기 전에 손을 씻는 게 유행이 되었을 정도였습니다. 반대로 이슬람권에서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강조한 것이 청결이었으며, 예배하기 전에 손과 발을 씻는 것은 상식이었던지라 손 씻기에 대한 혐오감이 없었습니다. 루이 파스퇴르와 로베르트 코흐가 세균 감염으로 병이 옮는단 사실을 증명하고 나서야 유럽인들도 손 씻기를 상식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과 율법 학자들은 예수님께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 (7,6) 라고 하자, 예수님은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7,8) 고 응답합니다. 결국 전통에 따른 관습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공동선)를 위한 수단이기에 변할 수 있지만 계명은 하느님과 계약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라서 변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하느님과 하느님의 계명 보다 조상과 조상의 전통을 더 중요시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그들의 겉과 속이 다른 신앙 의식과 위선을 이사야 예언자의 입을 통해 질책하십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7,6) 

영화 「곡성」에서 아빠 종구에게 딸 효진이 한 말을 바리사이들과 우리 모두에게 던집니다. 『그러니까 뭣이 중요헌디! 뭣이 중요하냐고. 아, 대답하라고~ 뭣이 중요하냐고. 대답을 혀 뭐가 중헌지. 알지도 못함서 자꾸 묻고 지랄이여!』우리 역시도 무엇이 본질이고 중요한지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5,17)라고 말씀하신 의도를 헤아려서 우리 역시도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로13,8)라는 말씀을 삶으로 실천하도록 합시다. 이는 성경을 자기 편리와 이익을 위해 악용해서는 아니 됩니다. 모든 기준은 바로 하느님의 뜻과 그분의 말씀입니다. “주 하느님, 당신 법에 제 마음 기울게 하소서. 자비로이 당신 가르침을 베푸소서.” (복음 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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