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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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15,37)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사랑의 빵 나눔 봉사 활동’이 여러 지자체와 기관, 그리고 시민단체에서 활발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실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랑의 빵 나눔 봉사’는 단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참으로 가난한 이웃과 나누고 소통하려는 사랑의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하기에 참으로 마음 흐뭇합니다. 아울러 이런 자리를 빌려 연중 무료 급식 활동을 해온 모든 단체와 봉사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그들의 모습에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을 떠올립니다. 

오늘 복음은 갈릴래아 호수를 바라보시면서 예수님께서 산에 오르시어 자리를 잡고 앉으심으로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 자리를 잡고 앉으신 까닭은 수많은 사람이 예수님께 모여들었기 때문이며, 이는 예수님에 관한 소문이 여러 지방의 많은 사람에게 전해졌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예수님께서 굳이 높은 곳에 자리를 잡으신 것은 당신에게 모여든 몸이 불편한 군중들이 편하고 안전한 자리를 잡도록 그리고 당신이 그들 모두를 바라보실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신보다 자신을 찾아온 군중을 향한 예수님의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복음에 의하면, 여러 곳에서 예수님께 몰려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몸도 마음도 상처받은 이들이었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자신들보다 몸이 성하지 않은 이들을 예수님 가까이 데려온 사람들이 태반이었습니다. 몸이 성하지 않은 분들의 마음과 환자분들을 모시고 온 가족들의 절실함과 절박함을 저는 병원에 갈 때마다 목격하고 느낍니다. “군중이 다리 저는 이들과 눈먼 이들과 다른 불구자들과 말 못하는 이들을 데리고 예수님께 다가왔다. 그들을 그분 발치에 데려다 놓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고쳐 주셨다.”(15,30) 이 치유 장면을 목격한 군중이 “이를 보고 놀라 이스라엘의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15,31)는 언급은 치유 장소에 있는 군중의 자연스런 심정의 표현이라고 봅니다. 그들 모두는 진심에서 솟구치는 찬양을 통해 자신들이 느낀 감동을 표현했던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지 않나요? 아무튼 이 치유 장면은 메시아 시대, 하느님 나라 도래를 실제로 드러내 주는 표지이기도 합니다. 이 사실은 감옥에서 세례자 요한이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면서, “오실 분이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저희가 다른 분을 기다려야 합니까?” (11,3)라고 묻자, 이에 대해 예수님의 답변이 바로 “요한에게 가서 너희가 보고 듣는 것을 전하여라.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11,4~5)라는 말씀을 통해서 더욱 확실해지고 명확해집니다. 

그런데 치유 받은 이들이나 그 가족들은 이곳에 와야 할 이유가 충족되었음에도 선뜻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고 그냥 그곳에 머물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간절했었나 봅니다. 이는 바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부른 다음, “저 군중이 가엾구나. 벌써 사흘 동안이나 내 곁에 머물렀는데 먹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15,32)라는 표현에 잘 드러납니다. 여자와 어린이들 외에 남자만도 4,000명이 넘는 군중들은 예수님 곁을 왜 떠나지 않았을까요? 몸은 고달프겠지만, 주님 곁에 머무는 것이 너무나 좋고 마음 편했기 때문에 배고픔을 아랑곳하지 않고 머물렀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삶을 살아오면서 어떤 누구에게도 들어 보지 못한 위로와 희망의 말씀을 들을 수 있고, 지치고 고달픈 마음을 헤아려 주시는 사랑이며 생명이신 그분 곁에, 그분과 함께 마냥 머물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간절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는 곧 그들은 이미 하늘나라를 체험했고 하늘나라에 머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을 돌려보내기 전에 하늘나라의 잔치를 베풀고자 마음을 굳히셨기에 제자들에게 “그들을 굶겨서 돌려보내고 싶지 않다.”(15,32)고 언급하시고, “너희에게 빵이 몇 개나 있느냐?” (15,34)고 물으셨던 것입니다. 비록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빵 일곱 덩어리와 물고기 몇 마리로 그들을 먹이기엔 턱없이 부족했을지 모르지만, 예수님께서는 그 작은 것을 주신 아빠 하느님께 “손을 들고 감사드립니다.” (15,36) 예수님께서 그렇게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까닭은 우리가 가진 전부를 하느님께 봉헌하면 우리의 필요를 아시는 하느님께서 그것을 우리가 필요하고도 남을 만큼 채워 주실 것임을 믿으셨기 때문입니다. 이는 주님께서 훗날 우리 역시도 그렇게 아빠 하느님께 비록 하찮은 것일지라도 감사의 기도를 바치면 축복이 넘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시고 본을 보여 주신 것입니다. 이는 실제로 미사에서 지금도 재현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마태19,26)

우리는 기다리는 존재이며 기다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군중들은 희망으로 치유 받고 구원받을 날을 기다렸으며,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 오실 분이 바로 예수님이심을 확신했기에 기꺼이 모여 들였던 것입니다. 그들의 기다림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었으며, 고달프고 아픈 기다림이었지만 사랑과 희망으로 기다려왔기에 지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예수님을 통해서 몸도 치유 받고, 마음도 사랑으로 충만해져 인생의 길에서 쓰러지지 않고 힘차게 자신들이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한 사랑의 기쁨과 생명의 힘을 되찾고 떠나온 곳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우리 또한 우리의 희망이시며 위로이신 주님께 지친 몸과 상한 마음이지만 미사 때마다 주님께 나아가야 합니다. 잠시라도 주님 곁에 머물면서 주님 생명의 말씀을 듣고, 사랑의 성체를 모시고 일상의 삶의 자리로 되돌아가서 지치고 아픈 누군가를 위로하고 희망을 잃지 않도록 그들의 가엾음을 사랑으로 채워 주어야 하겠습니다. “저는 오래오래 주님 집에 사오리다.”(화답송 후렴/시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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