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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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11,29)
 
흔히 스님들은 자신의 공력을 빗대면서 절밥 먹은 지 몇 년째라는 표현을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저 또한 출가해서 수도원 밥(?) 먹은 지 벌써 50년이 훌쩍 넘도록 이 공동체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도 생활은 한 마디로 ‘공동체 생활’이며, 공동체 생활은 나와 전혀 다른 부모와 출신 배경과 성격을 지닌 형제들과 주님 안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입니다. 물론 함께 사는 형제들과 동질감은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존재들이며, 창립자의 정신을 기본으로 그리스도를 따른 동료이며 동반자라는 공통 분모가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삶의 관점과 성향이 정화되고 성화 되기까지 구성원들이 그리스도와의 관계보다는 자신들의 몸에 밴 생활 원리나 원칙을 살려고 할 때, 이것이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언급하신 ‘멍에의 비유’를 토대로 그리스도인의 참 자유를 누리기 위해 어떤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지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실 멍에란 본디 누군가의 통제를 받는 노예 생활의 모욕적이고도 경멸적인 상징과도 같습니다. 구약의 이집트 탈출기의 배경인 이집트에서, 농부들이 겨릿소에 멍에를 씌워 일정한 동선을 따라 일을 시킨 것처럼, 이집트인들은 히브리 노예들에게 멍에를 씌웠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당신의 백성들에게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11,29)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에서 말씀하신 예수님의 멍에는 바로 사랑의 멍에입니다. 이를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 (2코5,14)라고 표현합니다. 이사야서는 “그분께서는 피곤한 줄도 지칠 줄도 모르시고, 그분의 슬기는 헤아릴 길이 없다. 그분께서는 피곤한 이에게 힘을 주시고, 기운이 없는 이에게 기력을 북돋아 주신다.” (40,28~29)고 하신 말씀은 곧 예수님은 사랑하심에 있어서 지칠 줄 모르시기에 우리가 사랑하도록 다그치시고, 재촉하시면서 사랑에 피곤할 때 힘을 주시고, 기운이 떨어질 때 기력을 북돋아 사랑하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단지 ‘악한 일 혹 나쁜 일’을 피하려는 소극적인 동기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선을 넘어설까 두려워서가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금기를 넘어 본 자만이 왜 금기가 필요한지를 깨닫고, 금기를 넘어선 사랑의 계명을 살 수 있다고 봅니다. 주님께서 원하신 바가 바로 우리에게 ‘생활 수칙이나 원리’보다는 ‘하느님과의 관계 속에 사는 방식 곧 사랑’을 살도록 바라십니다. 사도 바오로가 언급했듯이 “모든 사람이 죄를 지어 하느님의 영광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 안에서 이루어진 구원을 통하여 그분의 은총으로 거저 의롭게 되었습니다.” (로3,23) 이렇게 우리 모두를 하느님과의 관계 곧 사랑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도록 하느님 사랑의 멍에로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우리를 제약하는 것, 묶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이라는 멍에입니다. 관계란 멍에와 비슷하며, 이 사랑의 멍에가 바로 우리 머리를 들어 세워 하느님을 바라보도록 해주고, 허리를 고정해서 몸을 펴서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도록 다그칩니다. 이렇게 그리스도 사랑의 멍에는 그리스도인인 저희에게 사랑함에 있어서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르게 힘을 줍니다. 사랑의 멍에는 그러기에 구속이나 속박이 아니고 저희 모두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자기답게 해주고 자연스럽게 해주며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아름다운 구속’입니다. 

그 사랑의 멍에는 그리스도인 우리 모두의 안식처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주시는 멍에는 율법의 무겁고 힘든 멍에가 아니라 편하고 가벼운 사랑의 멍에입니다. 이 멍에가 가볍고 편한 이유는 바로 예수님께서 스스로 먼저 지고 가셨기 때문이며 우리 또한 당신이 짊어지고 가신 사랑의 멍에를 지고 따르기를 원하십니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일을 사랑으로 받아들이며 예수님의 뒤를 따라 사랑의 멍에를 기꺼이 지고 가도록 초대하시는 그 분의 초대에 기꺼이 응답하도록 합시다. 오늘 복음처럼 힘겨운 인생의 무게로 지치고 힘들 때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찾아왔거나 오리라 봅니다. 아니면 지금이 그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럴 때 변진섭의 「우리 사랑이 필요한거죠」라는 노래가, 우리에게 위로가 될 것입니다. 『그대 어깨 위에 놓인 짐이 너무 힘에 겨워서 길을 걷다 멈춰진 그 길가에서 마냥 울고 싶어질 때 아주 작고 약한 힘이지만 나의 손을 잡아요  따뜻함을 느끼게 할 수 있도록 어루만져 줄께요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거죠 때론 내가 혼자뿐이라고 느낀 적이 있었죠 생각하면 그 어느 순간에서도 하늘만은 같이 있죠 아주 작고 약한 힘이라도 내겐 큰 힘 되지요 내가 울 때 그대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앞서가는 사람들과 뒤에서 오는 사람들 모두 다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거죠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거죠』 

지금 우리는 모두 위로가 필요하고 사랑이 필요한 때입니다. ‘나에게로 오너라.’고 부르시는 주님께 나아가서 참된 안식을 얻고 위로받으며, 그 힘으로 지금 인생의 힘겨운 무게로 힘겨워하는 이웃의 손을 잡아 주고 사랑을 나누어 줍시다. 인생의 여러 가지 무게로 힘들어하는 세상은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사랑하는 것이 인생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합이 있는 곳에 기쁨이 있다.”(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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