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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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1,42~43)

어느 시대나 어느 곳에 살던 지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행복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렇게 모든 사람은 삶을 통해서 끊임없이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다만 어떤 행복을 추구하며, 그 행복을 어디서 어떻게 추구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간은 본질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철학자 칸트는 행복의 3가지 조건을 이렇게 제시하였는데, ‘첫째 할 일이 있고, 둘째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며, 셋째 희망이 있다면 그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보면 그리스도교적 행복이란 무엇이고 어디에 그 행복이 있는지, 엘리사벳이 마리아에게 전하는 인사말을 통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기쁨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면, 그 기쁨이 바로 축복이라고 봅니다. 비록 그 기쁨을 나눌 사람이 가까이 있지 않아도 찾아갈 사람이 있고, 서로가 기쁨을 나눔으로 더 행복해진다면야 어찌 달려가는 것을 주저하겠습니까? 마치 연인을 찾아가듯 사슴처럼 언덕을 뛰어넘어 힘차게 내달려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방문합니다. 예전과 달리 성모님의 엘리사벳의 방문 의미가 절절하게 다가옴은 제가 생활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과 현실 때문입니다. 노인 요양병원에 입원해 계신 어르신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자신이 사랑했던 자녀들의 방문입니다. 그런 그분들의 하루하루 삶은 사랑하는 자녀들을 ‘기다림의 삶’입니다. 그 기다림이 길어질 때, 그분들의 깊고 무거운 느낌은 한 마디로 버려졌다, 는 느낌입니다. 잊혀진 존재가 되어간다는 그 자체가 자신들이 겪고 있는 육체적인 고통보다도 더 힘든 마음 아픔입니다. 그러기에 요양병원에서 저의 역할과 존재 이유는 그분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의 필요성을 채워주는 데 있습니다. 말로써가 아닌 단지 그분들 곁에 머물면서 ‘함께 있음’으로 그분들의 차갑고 텅 빈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채워주는 일입니다. 그분들이 저에게 가장 자주 하는 표현은 그러기에, ‘고마워, 감사합니다.’라는 단순한 표현입니다. 그래서 저는 성모님처럼 제 안에 현존하시는 예수님을 모셔가는 일이 제가 매일 하는 일입니다. 산을 넘어가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어머니 마리아처럼 우리가 받은 축복을 누군가와 나누기 위해 달려갔으며, 우리를 찾아온 사람을 어떻게 환영하고 어떤 말로 축복해 주었나 반성해 봅니다. 힘겹고 험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방문하는 여러분을 가장 기쁘게 반길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엘리사벳은 자신의 임신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 인사를 하는 마리아에게 성령으로 가득 찬 가운데, 마리아의 행복을 외칩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1,45) 엘리사벳의 입을 통해 세상에 마리아 행복의 원천은 바로 말씀 안에 있음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이 행복은 바로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루어진 말씀이 되기 위해서는 바로, 이 말씀을 믿음으로 응답하였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믿는 마리아 당신은 참으로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1,42) 고 선포한 것입니다. 행복은 바로 말씀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 안에 있으며, 이 믿음의 응답으로 마리아의 태중에 아기이신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님께서 이 땅에 구원자로 오실 수 있었으며, 이 구원자이신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을 구원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아의 응답이 나오기까지 “모든 우주 만물은 조마조마 숨 죽였다.” 고 표현한 성 아우구스띠노의 표현이 그래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사실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었을 때 엘리사벳 보다 그녀의 태중의 아기가 먼저 이를 감지하고 용약踊躍 하였으며, 이를 통해서 성령으로 충만한 엘리사벳이 마리아와 마리아의 태중에 든 아기가 복되다고 외쳤던 것입니다. 이 순간을 두고 성 암브로시오는 “엘리사벳은 잉태한 후 성령으로 충만했고, 마리아는 잉태하기 전에 충만했습니다.”라고 표현했던 것입니다. 이 외침을 통해 엘리사벳은 우리 모두에게 마리아께서 누리셨던 행복이 무엇이며, 그 행복으로 우리 모두를 안내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의 참된 행복은 자기 자신이나 세상의 어떤 그 무엇을 쟁취하고 성취하는 데만 있지 않고, 성모님처럼 나의 존재와 삶 안에서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데서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믿고 이를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나에게 들려오는 주님의 말씀을 온전히 들으며 살고 있는 지, 성모님처럼 자신에게 들려오는 말씀을 믿음으로 응답하려고 마음과 영혼에 영접하고 잉태하며 살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엘리사벳을 통해 어머니 마리아의 행복에 우리 모두 참여하도록 초대받고 있으며 행복에 이르는 길은 바로 믿음이며, 그 믿음을 삶으로 응답하며 사는 데 있습니다. 주님과 주님의 말씀에 대한 믿음이 바로 행복에 이르는 길이며, 그 행복이 또한 우리 믿음의 응답을 가능하게 하는 힘입니다. 이를 재확인하는 성경의 장면이 바로, 군중 속에 한 여인이 “선생님을 배었던 모태와 선생님께 젖을 먹인 가슴은 행복합니다.”라고 말하자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행복하다.” (루11,27~28) 라는 말씀을 기억합시다. 성 아우구스티노는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을 알되 하느님을 알지 못한 사람은 불행하며, 세상 모든 것을 모르나 하느님을 아는 사람들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역시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간직하고 그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음으로 행복한 사람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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