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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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1,29)

저는 수도자로 살아오면서 세례자 요한의 ‘크심, 위대함’을 더 깊이 느껴가며 그를 통해 인생을 배워갑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마태11,11)라고 세례자 요한의 ‘인물됨’을 인정하셨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존재와 그의 삶의 모습들이 오늘 이 시대,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인간적이고 신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참으로 시대가 필요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존재임을 다시금 느낍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생각해야만 하는 데도 생각하지 않은 것, 말해야만 하는데도 말하지 않은 것, 행해야만 하는데도 행하지 않은 것, 생각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생각한 것과 말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말한 것, 행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행한 것’을 알고 있기에 세례자 요한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깊이 깨닫게 되고, 제 약함과 어둠을 보면서 부끄럽습니다. 이에 반해 세례자 요한은 다음과 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집착 없이 세상을 걸어가고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자기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 모든 속박을 끊고 괴로움과 욕망이 없는 사람 미움과 잡념과 번뇌를 벗어던지고 맑게 살아가는 사람 거짓도 없고 자만심도 없고 어떤 것을 내 것이라 주장하지도 않는 사람 이미 강을 건너 물살에 휩쓸리지 않는 사람 이 세상이나 저 세상이나 어떤 세상에 있어서도 삶과 죽음에 걸림이 없는 사람 모든 욕망을 버리고 집 없이 다니며 모든 의심을 넘어선 사람 모든 일로부터 벗어난 사람 고요한 마음을 즐기고 생각이 깊고 언제 어디서나 깨어 있는 사람』 (인도 경전 ‘숫타니파타’ 중에서)

오늘 복음에 보면 세례자 요한은 직감적으로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1,29)고 외칩니다. 한눈에 ‘척 보고서 그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요한이 정말 대단한 영적 능력을 지니신 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는데”(1,10) 오직 세례자 요한만이 그분과 그분의 신비(=존재이유)를 알아보았던 것입니다. 요한이 언급한 ‘하느님의 어린양’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물론 유대인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칭호이며, 무엇보다 먼저 탈출기(12,12이하)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즉. 이집트의 맏아들과 맏배의 죽음이 밀어닥친 재앙 속에서도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바른 이스라엘 백성들은 구출되는 파스카 사건’을 상기하는 어린양은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네주는 과월절의 희생제물입니다. 아울러 이사야서, ‘야훼의 종’의 노래(52,13-53,12) 속에도 세상의 죄를 짊어지고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양’이 등장하며, 백성들은 이 ‘어린양과 같은 고난 받는 주님의 종이 오실 것’을 기다렸습니다. 이렇듯 ‘어린 양’에 대한 표상들이 집약되어 세례자 요한은 “세상의 죄를 치워 없애시는 어린양”(1,29)이신 예수님을 알아본 것입니다. 이 본문에서 ‘어린양’은, 일단 우리를 대신 제물로 바쳐지는 흠 없는 어린양만이 아니라, 양 떼를 이끄는 젊고 강한 숫양을 뜻한다고 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어린양으로서 목자이신 하느님을 알고, 목자이신 하느님도 그분을 아시며 그러기에 예수님은 하느님께 순종하여 양 떼를 생명의 샘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세상의 ‘죄를 없애실’ 것인데, 여기서 ‘없애다.’는 뜻은 글자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게 치워 버리다.’는 의미 보다, 더 깊은 뜻은 ‘짊어지다.’가 더 적합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세상의 죄를 짊어지시고 생명의 샘이신 아버지 하느님께 우리를 이끄실 것입니다. 주님께서 짊어지신 세상의 죄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를 포함해서 제가 살아가는 세상의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저는 ‘인간의 이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바라시는 하느님 나라의 가장 구체적인 표증은 바로 우리 모두 ‘이기심에서 이타심’으로 변화되는 것입니다. 바로 세상은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이기주의가 중심이 되어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이기에 거짓된 자아가 지배하는 세상이며, 이로 말미암아 ‘나와 너’가 서로 충돌하는 세상이기에 여기서 세상의 모든 고통과 불화와 부패와 불의, 차별과 폭력이 파생되어 이 세상은 파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마치 양 떼의 강력한 으뜸인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예수님은 이 이기심을 들어 올려 짊어지시고 눈에 보이지 않게 치워버리시는 분이십니다. 그렇습니다. “그분 안에는 죄가 없습니다. 그분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아무도 죄를 짓지 않습니다.”(2,5~6) 그래서 그리스도인을 통해서 더 이상 이기심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고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 남을 자기보다 낫게 여기고, 저마다 자기 것만 돌보지 말고 남의 것도 돌보아 주는’ 이타심이 지배하는 조화로운 세상이 되도록 우리는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또한 세례자 요한처럼 예전에는 그분이 누구신지 알아보지 못하였지만, 성령의 도움으로 우리의 눈과 마음이 열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서 우리는 우리의 삶을 통해 우리의 죄를 없애주시는 그분의 자비와 은총을 체험하고 있으며, 세상 사람들에게 주님께서 세상의 구원자이심을(1,31참조), 그리고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증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1,34참조) 우리는 이미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예수님 덕분에 죄 사함을 받았고 죄가 없는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가 되었습니다.(1요3,1참조) 그러니 우리는 예수님께서 세상의 죄를 없애신 것처럼 우리 역시도 세상의 죄 곧 이기심에서 이타심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늘 성체를 모시기 전에,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평화를 주소서.』라는 기도문을 노래할 때마다 그런 존재로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매일 매주 미사 참석할 때 특별히 성체를 모시기 전에 이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평화를 주소서.’라고 기도할 때마다 그리고 사제가 성체를 쪼개면서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고 할 때 좀 의식하고 깨어나서 ‘지금 여기 우리 가운데 계신 주님께’ 집중하고 ‘하느님의 자녀로써’ 아버지께 사랑을 고백합시다.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하였다.”(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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