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조회 수 26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늘 밤,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나타났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Lk2,14) 부유하신 하느님께서 가난한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사람이 되셨습니다. 오늘 밤은 하느님의 사랑이 사람이 되신 거룩한 밤입니다.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어떤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실화입니다. 성탄절이 다가오자 이 학교에서는 성탄 성극에 출연할 단원들을 모집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학교에는 '랄프'라는 4학년 학생이 있었는데, 다른 누구보다도 연극을 하고 싶어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선천적인 말더듬이었고, 판단력도 보통아이들보다는 뒤지는 장애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선생님은 아이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연극을 시키기로 하였고, 단 한 마디만 하면 되는 여관 주인 역할을 시켰습니다. 요셉과 임신한 마리아가 찾아와 방을 찾으면 세 번, <방 없어요.>라고 대답하기만 하면 되는 역할이었습니다. 물론 단순한 역할이라 연습 때는 참 잘 했습니다. 성탄절이 되었고 연극이 시작되었습니다. 요셉이 찾아와 문들 두드리자 '랄프'가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요셉이 방을 찾고 있다고 하자, 여관 주인은 또박또박 <방 없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요셉이, <그럼 큰일이네요, 날도 추운데 제 아내가 언제 아이를 낳을지 모르겠거든요.>라고 감정을 넣어서 말했습니다. 여관 주인은 역시 <방 없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요셉이 한 번 더, <정말 큰일입니다. 이 추운 겨울에 제 아내가 어디서 아이를 낳을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하자, 랄프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리고 그는 갑작스레 말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그, 그럼... 제 방으로 들어오세요.> 연극은 순식간에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그것을 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그럼, 제 방으로 들어오세요.>라는 말 한 마디 때문에 숙연해졌고 따듯함으로 가득 찼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마음으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는 에피소드라고 봅니다. 구세주 하느님께서 우리를 향한 극진한 사랑으로 인간 세상에 들어오시려는데, 다들 방 없다고 하는 것이 이 아이에게는 무척이나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는 갑자기 대사까지 바꾸어서 <제 방으로 들어오세요.>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제 방으로 들어오세요.>라고 했던 여관주인 랄프의 대답, 오늘 성탄을 맞이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성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성인이 한 분 계십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자신의 한 평생 화두로 삼았던 예로니모 성인이십니다. 예로니모 성인은 히브리어나 희랍어로 된 구약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성인이신데, 그 번역  작업을 하신 곳이 바로 아기 예수님 탄생지로 추정되는 예수 탄생 성당 옆에 있는 동굴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예로니모 성인께서 예수님의 성탄과 관련해서 신앙의 후배들인 우리들에게 남긴 말씀을 한번 들어보십시오. <아무리 성탄이 수 백 번 계속된다 해도 여러분 각자 마음 안에 예수님께서 탄생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미국 보스턴 가까운 곳에 위치한 작은 도시 소머빌에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그 도시는 성탄을 기념하여 시 당국에서 시청 앞에 구유를 꾸며놓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장난꾼들이 아기 예수를 훔쳐간 것입니다. 마리아, 요셉, 목자들, 삼왕, 소와 당나귀, 구유와 포대기까지 다 있었지만 예수님만 없어졌던 것입니다. 당황한 시 당국은 라디오를 통해 예수님을 가져간 사람이 있거든 빨리 가져다 놓아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밤에 또 조용히 예수님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이렇게 우스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사람들은 큰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 없는 성탄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성탄 밤미사 2: 오늘 이 거룩한 밤 아기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에, 그리고 우리 가정 안에, 우리 공동체 안에 다시 태어나시려고 우리의 대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다들 <방 없어요.>하고 외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야박하게도 문전박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보는 이 밤이 되었으면 싶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사랑하는 아드님 예수가 태어날 장소로 마구간을 택하셨습니다. 마구간이란 단지 협소한 장소만이 아닌 세상을 상징하며, 세상과 인간의 가난한 영적 상태를 상징입니다. 영적 가난이란 하느님 외에 가진 것이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느님을 소유하면 모든 것을 소유하지만, 하느님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적인 것으로 가난한 사람은 다시 말해 하느님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당신만으로 충분한 사람의 마음속에 태어나십니다. 

 

예수님은 구유에 놓였습니다. 구유는 짐승의 먹이통, 밥통입니다. 밥통 안에 예수님께서 놓인 상징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음식>이 되리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구원하는 방식은, 위대한 왕처럼 칼로 싸워 승리를 거두는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바쳐 인간들에게 생명을 주는 생명과 사랑의 양식이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의 본질적인 선물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주는 것이기에, 예수님은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 대한 사랑의 선물로 내어 주십니다. 혹시 여러분은 선물보다도 포장만 보는 어리석은 사람들은 아니겠지요. 그러기에 예수님이 태어나기에 가장 합당한 곳은 바로 성모님의 마음이었습니다. 성모님은 우리가 보는 구유와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마음을 지니셨습니다. 당신의 태를 통해서 세상의 다른 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나약한 아기로 태어나시지만, 이 아기가 바로 세상을 구원할 구원자임을 믿고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을 바쳐 낳고 기르시고 모든 삶의 순간들을 신앙으로 아드님 예수님과 함께 하셨습니다. 그로써 모자지간에 모든 것을 주고 또 모든 것을 받음으로써 예수님과 성모님은 한 마음, 한 몸이 되신 것입니다. 이것이 사랑 나눔이고 사랑의 하나됨입니다. 예로니모 성인의 말씀처럼 이 밤에 , 가장 중요한 것, 가장 핵심적인 것, 가장 본질적인 것은 우리 각자의 영적 구유인 영혼 안에 예수님께서 탄생하시는 일입니다. 잠깐만 우리 마음 안을 한번 같이 들여다보실까요? 태어나실 아기 예수님을 위한 공간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확인해보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가 더럽고 깨끗하고, 크고 작고, 화려하고 초라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누우실 공간이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들 내면이 너무 많은 것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어서 공간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들 마음 안을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온통 세상적인 걱정과 관심사로 가득 차 있어 보입니다. 빈 구석이 없어서 예수님께서 누우실 공간이 없기에, 이 밤중에 요셉과 마리아는 주님께서 머무실 곳을 찾아 헤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시기 위해 조금 비집고 들어오시려고 해도 워낙 잡다한 생각과 세상적인 관심사들로 가득 차 있어서 우리네 마음엔 공간이 없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꼭 기억하도록 합시다. 이번 성탄절엔, 예수님은 더 이상 베들레헴 마구간에서 탄생하지 않으십니다. 더 이상 요란하고 시끌벅적한 성탄파티에서 탄생하지 않으십니다. 더 이상 휘황찬란한 도시 한 가운데서 탄생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은 마굿간에 태어나신 것처럼, 비록 더럽고 초라하고 협소하지만 이러한 우리 각자의 마음 안에, 우리 각자의 영혼 안에 오늘 밤 태어나실 것입니다. <방 있나요>라고 절규하는 요셉의 호소를 기꺼이 마음으로 듣고 <제 방으로 들어오세요.>라고 눈물로 응답한 랄프의 마음과 같을 때 말입니다. 지금 성모님과 요셉성인은 <방 있어요!>라는 응답을 듣기 위해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우리가 해야 될 준비는 너무나 간단합니다. 아기 예수님을 우리 삶 가운데로 모시기 위한 아주 작은 공간 하나 마련하는 일입니다. 마음 안에 구유하나 마련하는 것입니다. 영적 규유를 마련한다는 것은 세상적인 관심사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우리가 하느님께로 한 걸음 닥아 서는 것입니다. 말더듬이 랄프가 요셉과 예수님을 잉태하신 마리아를 맞아들임으로써 예수님을 맞아들인 것처럼, 우리 역시도 성모님과 요셉을 맞아들이지 않으면 오늘 성탄의 기쁨은 내 것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 없는 성탄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 오늘 탄생하셨도다!! 다시금 성탄을 축하드리며 행복한 성탄 이브를 마음껏 만끽하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1. 주님 공현 대축일 전 수요일: 요한 1, 29 – 34

    Date2024.01.02 By이보나 Views37
    Read More
  2. 성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요한 1, 19 – 28

    Date2024.01.01 By이보나 Views30
    Read More
  3.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루카 2, 16 – 21

    Date2023.12.31 By이보나 Views30
    Read More
  4. 성탄 팔일 축제 제6일: 루카 2, 36 – 40

    Date2023.12.29 By이보나 Views30
    Read More
  5. 성탄 팔일 축제 제5일: 루카 2, 22 - 35

    Date2023.12.28 By이보나 Views21
    Read More
  6.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마태오 2, 13 - 18

    Date2023.12.27 By이보나 Views32
    Read More
  7. 성 요한 사도 복음사가 축일: 요한 20, 2 - 8

    Date2023.12.26 By이보나 Views24
    Read More
  8.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마태오 10, 17 - 22

    Date2023.12.25 By이보나 Views56
    Read More
  9. 주님 성탄 대축일 낮 미사: 요한 1, 1 - 18

    Date2023.12.25 By이보나 Views27
    Read More
  10. 12월 23일: 루카 1, 57 - 66

    Date2023.12.22 By이보나 Views24
    Read More
  11. 12월 22일: 루카 1, 46 – 56

    Date2023.12.21 By이보나 Views49
    Read More
  12. 2월 21일: 루카 1, 39 - 45

    Date2023.12.20 By이보나 Views22
    Read More
  13. 12월 20일: 루카 1, 26 - 38

    Date2023.12.19 By이보나 Views28
    Read More
  14. 12월 19일: 루카 1, 5 - 25

    Date2023.12.18 By이보나 Views23
    Read More
  15. 12월 18일: 마태오 1, 18 - 24

    Date2023.12.18 By이보나 Views21
    Read More
  16. 대림 제2주간 토요일: 마태오 17, 10 – 13

    Date2023.12.15 By이보나 Views33
    Read More
  17. 대림 제2주간 금요일: 마태오 11, 16 - 19

    Date2023.12.14 By이보나 Views52
    Read More
  18. 대림 제2주간 목요일: 마태오 11, 11 - 15

    Date2023.12.13 By이보나 Views34
    Read More
  19. 대림 제2주간 수요일: 마태오 11, 28 - 30

    Date2023.12.12 By이보나 Views51
    Read More
  20. 대림 제2주간 화요일: 마태오 18, 12 - 14

    Date2023.12.11 By이보나 Views3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