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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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5,20)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처럼 혼자 하는 것보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함이 훨씬 존재의 기쁨과 보람을 더 강렬하게 느끼게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세상은 물론 수도원도 이젠 ‘함께함보다 혼자’ 즐기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요즘 자주 듣는 ‘혼술, 혼밥’이란 표현을 통해서 세상의 흐름을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함께함보다 혼자’가 대세인 듯싶지만, 본디 인간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존재하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오랫동안 중풍으로 고생한 이웃을 안타깝게 돌보아 준 이웃들이 있었기에 예수님께서 자신들의 마을 근처에 머무신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평상에 누인 채’ 예수님께 데려옵니다. 군중들로 인해 ‘아파하는 이웃’을 예수님 가까이에 데려갈 수 없었지만, 그를 낫게 해주고 싶은 간절함에서 발상을 전환합니다. 출입구가 아닌 지붕을 덮고 있는 것을 벗겨내어 마침내 주님 앞, 사람들 가운데로 내려보냈습니다. 이를 본 군중은 물론 예수님도 놀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를 보신 예수님은 어쩌면 중풍 환자의 낫고자 하는 간절함보다 그를 돌봐왔던 이웃들의 그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당신께 대한 믿음을 꿰뚫어 보신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에 탄복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아,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5,20)라고 파격적인 말씀을 하십니다. 이는 곧 중풍 병자나 그의 병을 낫게 해주고 싶은 이웃들, 더 나아가서 군중들 그리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 모두에게 향한 파격적인 말씀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오래도록 그들 모두는 ‘인과응보因果應報(=선을 행하면 선의 결과가, 악을 행하면 악의 결과가 반드시 뒤따름)라는 틀’에 속박되어 살아왔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의 중풍은 바로 그가 지은 죄의 결과이며 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그 중풍 병자에게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자 그들 가운데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이내 예수님의 말씀이 뜻밖이어서 이상하게 여기고 의심하며, “저 사람은 누구인데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가? 하느님 한 분 외에 누가 죄를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 (5,21) 라고 웅성거렸던 것입니다. 이는 지금껏 그들이 믿어 온 것과 살아 온 것과 전혀 다른 가르침이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믿고 온 진리는 그들이 표현한 대로 ‘죄를 용서할 수 있는 단 한 분은 하느님’뿐이십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아닌 예수가 누구이기에 감히 하느님의 이름으로 ‘죄를 용서받았다.’하고 발설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그들의 속내를 꿰뚫어 보신 예수님께서 단도직입적으로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주겠다.” (5,24) 라고 말씀합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실 요령要領으로 그들 앞에서 중풍에 걸린 이에게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거라.” (5,24)라는 말씀 한마디로, 그를 육체적으로 치료하고 영적으로 치유하십니다. 이 모든 치료와 치유는 예수님께서 손수 하신 일이었지만, 이 일이 일어나게 한 계기는 바로 중풍에 걸린 이를 측은히 여긴 이웃들의 믿음과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바로 이웃들과 예수님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사람을 살리길 바라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오늘 우리 주위에 내가 모르지만, 나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고자 하는 이웃이 있음에 감사하고, 아울러 우리 또한 어느 때 어떤 곳에 머물던 지 나의 도움을 필요한 이웃의 아픔을 함께 할 마음으로 ‘평상’의 한 모서리를 들도록 합시다. 단지 나의 도움을 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나 또한 그 일로 보람과 행복을 느끼고 주님의 축복을 받을 것입니다. 

또 하나 우리의 시선을 끄는 대목은 예수님께서 그 중풍에 걸린 이를 치료와 치유하시면서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가거라.’라고 말씀하신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그가 치료와 치유를 받았음에도 남은 세월 동안 ‘누워 있던 것’을 들고 집으로 감으로써 그것은 평생 그가 살고 있는 곳에 고이 모셔두었으리라 봅니다. 많은 성지 순례지엔, 성지마다 치유 받은 이들이 버리고 간(?) 목발이며 여러 가지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을 쉽게 보게 됩니다. 그런데 복음에서 ‘평상’을 집으로 가져가게 하신 것은 그것을 볼 때마다 그것이 더 이상 과거 상처의 표식이 아닌 용서와 구원의 표식으로 여기며 어제가 아닌 현재와 미래에 깨어 살도록 하기 위한 표지로 삼고 살아가길 바라신 게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우리 가정마다 십자가가 달려 있듯이 말입니다. 은총을 기억하고 사랑을 기억하라는 의미에서, 우리 또한 어떤 의미에서 ‘평상’을 들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우리가 오늘 신기한 일을 보았다.” (5,26)라고 하느님을 찬양하고 집으로 돌아간 사람들처럼 우리도 이를 마음에 새기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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