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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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11,11)

예전 남도 여행을 할 때, 강진 다산초당에 갔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릅니다. 그때 다산초당과 함께 오솔길을 통해 백련사도 찾아갔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다산은 1801년 신유박해 때 강진으로 유배당했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게 됩니다. 어느 날 다산은 우연히 백련사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만난 대흥사의 혜정 선사는 다산의 운명을 바꾼 스승이었습니다. 그들은 첫눈에 서로를 알아봤습니다. 다산의 깊은 인품과 학식을 알아본 혜정 선사 그리고 혜정 스님의 불심과 차도를 알아본 다산, 인물은 인물을 알아보고, 영웅은 영웅을 알아본다는 것은 아마도 이 두 사람을 두고 하는 표현일지도 모릅니다. 다산은 혜정 선사를 만나면서 차茶에 대해 눈뜨게 되었고, 혜정 스님은 다산을 만나면서부터 그의 학식과 인품에 매료되어 스스로 주역周易 배우기를 청하였습니다. 실사구시實事求是 실학의 대가인 다산 정약용과는 열 살이나 연하였던 혜정 스님이 단지 차나 마실 요량으로 친분을 쌓았던 것은 아닙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인생의 스승처럼 다른 세상으로 이끌었으며 이를 통해 삶의 풍요로움과 은혜로움을 나눌 수 있었던 것입니다. 훗날 다산은 외가인 ‘해남 윤씨’의 도움으로 다산초당을 짓고 제자들을 가르치게 된 뒤, 오솔길을 따라 백련사를 오가며 혜정 스님과의 친분을 나눈 사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서로가, 서로의 인물됨을 알아 보고 나이나 신분 그리고 성에 상관없이 인생을 함께 걸어가는 도반이나 知己를 만나고 서로를 통해 인생의 진면목을 함께 나누면서 함께 성장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저는 ‘인물은 인물을 알아 본다.’는 관점에서 오늘 복음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고 접근하고 싶습니다.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 두 분은 특별한 혈연관계로 맺어진 사이였을 뿐만 아니라, 두 분은 세상에 태어난 과정에서 남다른 특은(?)을 받고 태어나셨으며, 그리고 비록 나이 차가 많이 나지는 않았지만 세기世紀를 구분 짓는 인생을 사시다가 떠나신 분들이잖아요. 두 분의 관계는 마치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되는”(19,6) 부부 관계처럼 사람이 갈라놓을 수 없는 관계이며, 이런 관계를 바탕으로 세례자 요한의 삶은 온전히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라 예수님의 오실 길을 예비하시고 마련하신 삶을 사셨던 분이십니다. 오랜 역사를 통해서 메시아의 도래를 예언한 예언자는 수없이 많았지만, 어떤 누구도 자신의 사명과 신분을 뚜렷하게 밝힌 예언자는 세례자 요한 이외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에게 맡겨진 하느님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알고 사셨던 하느님의 위대한 전령이며 예언자이셨습니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요1,23) 라고 자기 자신을 밝히셨습니다. 아울러 예수님께서도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 보다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11,11) 고 증언해 주십니다. 이처럼 세례자 요한이 위대한 인물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예수님과 요한의 관계에서도, 인물이 인물을 알아본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임이 잘 드러납니다. 큰 인물은 큰 인물을 알아보는 법입니다. “세상이 그분을 통하여 생겨났지만, 세상은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요1,10) 하지만 “요한은 예수님이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말하였습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고 내가 증언합니다.” (요1,29~30.34) 이렇게 요한은 그분이 누구이신지 알아보았으며, 자기 제자들이 그분을 따르도록 기꺼이 빗겨 물러서실 정도로 큰 사람이었습니다. 만일 요한이 소인배였다면 결코 자기 제자들에게 이를 알려 주지도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가는 길을 막아섰을지 모릅니다. 예수를 깎아내리려 하지 스스로가 자신을,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마르1,7)고 말하였겠습니까? 그리고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3,30)고 말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도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겸손한 인물이며 그러기에 더욱 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 또한 세례자 요한을 알아보고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11,11)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요한은 구약의 사람이었지 신약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분명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시고 구세주의 오심을 준비하신 예언자이셨지만, 구세주의 강생으로 시작하여 십자가상의 죽음으로 완성된 구원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과 계시는 바로 십자가를 통해서 완성되었으며 이런 면에서 세례자 요한은 이를 볼 수 없었고 들을 수 없었습니다. “많은 예언자와 임금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려고 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 (루10,24) 그렇습니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볼 때, 어떤 누구도 세례자 요한과 비교될 수 없지만, 하늘나라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11,11)는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런 점에서 학자들은 세례자 요한을 ‘등불을 켜는 장님’에 비유했던 것입니다. 행인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등불을 켰지만, 정작 자신은 그 빛을 보지 못한 장님과 같다는 표현이라고 봅니다.(15,26참조) 이런 관점에서 비록 세상을 살아가는 ‘작은 이’ 곧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난 우리 모두에게 베푸신 하느님의 구원적 사랑이 얼마나 크신 은총인지 알게 되었으리라 봅니다. 이토록 크신 주님의 구원 섭리에 감사하면서 그 크신 은총에 상응한 삶을 살아가도록 끊임없이 주님의 말씀을 듣고 주님의 뜻을 실행하며 살아가도록 합시다. 때론 우리가 나약하여 주님의 뜻을 실천하며 살지 못하고 주저하고 멈칫, 거릴 때도 주님은 저희를 결코 “버리지 않으시고” (이41,17), “도와주시는” (41,13.14) 너그럽고 자비로우신 분이심을 절대로 잊지 말고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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